[신태용호 25시] 비판 극복한 멕시코 vs 도마 위에 오른 한국

한준 기자 입력 2018. 6. 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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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흥민(오른쪽)을 위로하는 문재인 대통령 ⓒ 연합뉴스
▲ 장현수를 위로하는 김영권(오른쪽) ⓒ연합뉴스

월드컵을 준비하기에는 24시간이 모자라다. 신태용호는 하루를 쪼개고 쪼갠 25시간으로 치열하게 준비 중이다. 오스트리아 전지훈련, 그리고 러시아 현장까지. '스포티비뉴스'가 밀착취재로 '신태용호 25시'를 전한다. <편집자 주>

[스포티비뉴스=로스토프나도누(러시아), 한준 기자] 2018년 러시아 월드컵 F조 2차전 상대 멕시코는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H조 2차전 상대였던 알제리와 여러모로 비슷하다. 당시 알제리 대표 팀을 이끌던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은 대회 전 의심과 비판을 받고 있었고, 한국전 완승으로 이를 일축했다.

멕시코도 마찬가지다. 멕시코의 안방 아즈테카 경기장에는 “오소리오, 집으로 돌아가라”는 구호와 무력한 경기에 대한 야유가 쏟아졌다. 멕시코는 북중미 예선 돌파를 확정한 경기에서도 기예르모 오초아 골키퍼의 선방 덕분에 통과했다며 야유를 받았다.

축구 열기가 높은 만큼 축구 강국에서 팬들의 비판 강도는 더 세다. 우리는 연구자이며 분석가로 부러움을 샀던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멕시코 대표 팀 감독의 입지는 그리 안정적이지 않았다. 매 경기 4~5명의 선수를 바꿔가며 경기한 것도 비판의 대상이었다.

◆ 비판을 극복한 멕시코, 결과로 증명해야 산다

오소리오 감독의 반전은 본선에서 이뤄졌다. 독일과 첫 경기 1-0 승리에 이어 한국과 2차전까지 2-1 승리. 러시아 현지에서 만난 멕시코 팬들은 “독일전은 잘했지만 멕시코는 본래 좋은 전력이 아니”라고 말하며 한국과 경기가 어려울 것이라 전망했다. 그 말대로 한국이 선전했고, 1-2로 석패했지만 멕시코가 더 강한 팀이자 단단한 팀이라는 것은 경기 내용에서 드러났다.

이 같은 시선은 경기 전 만난 멕시코 언론도 마찬가지였다. 텔레비사의 에릭 마우리시오 이마이 기자는 “독일전을 잘하면서 오소리오 감독이 인정받고 있지만 한국과 경기에 다시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오소리오 감독은 2연승으로 검증을 마쳤다. 한국전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멕시코 기자들이 선수와 감독에게 보낸 질문은 대부분 비판을 극복한 기분이 어떠냐는 것이었다.

▲ 월드컵 본선에서 인정 받기 시작한 오소리오 감독 ⓒ한준 기자

오소리오 감독도, 경기 최우수 선수로 꼽힌 ‘치차리토’ 하비에르 에르난데스도 웃으며 자부심을 말했다.

“감사하다. 아시다시피 오기 전에는 많은 비판을 받았다. 지금은 그걸 넘어서서 멕시코 대표를 하고 있다. 재능이 많다고 생각한다. 비판은 소음일 뿐 집중해서 열심히 뛰려 한다. 한국을 이겼고 독일도 이겼다. 둘 다 훌륭한 팀이었다. 이제 스웨덴을 생각해야 한다. 긍정적인 생각을 해야 한다. 그 전에 있던 모든 비판은 잊어버리고 싶다.” (치차리토)

“나를 계속 응원해 준 팬들에게 감사한다. 상당히 위안이 된다. 또 감동적이다. 멕시코 팬들이 이토록 응원해 줬다는 것 자체가 감동적이다. 국가를 불렀을 때도 감동적이었다. 나도 그랬는데 선수들은 얼마나 감동했겠나. 이 정도로 정렬적인 팬들은 전세계에도 별로 없다. 팬들에게 큰 추억이 될 것이다.” (오소리오)

“사람들이 감독을 칭찬하는 걸 보니 보기 좋다. 이제 우리 팀은 잘하고 있고 자격이 있다.” (살세도)

그러면서도 멕시코는 스웨덴과 3차전을 허투루 준비해선 안된다고 했다. 실제로 독일이 스웨덴을 꺾으면서 2승 1패를 하고도 16강에 오르지 못할 가능성이 생겼다. 16강에서 브라질을 만나는 옵션을 피해야 하기도 하다. 6회 연속 16강에 오른 멕시코의 염원은 8강이고, 역대 최고 성적인 4강을 이루는 것이다.

“사실 칭찬도 너무 신경 쓰면 안 된다. 물론 국민들은 즐겨야겠지만 스웨덴전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치차리토)

“결국은 골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게 축구다. 우린 승리에 자만해선 안 된다. 우리가 계속해서 겸손해야 하고, 다음 경기를 마지막인 것처럼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끝까지 가야 한다.” (오소리오)

비판은 대표 팀의 숙명이다. 칭찬도 오래가지 않는다. 똑같이 본선에 오기 전부터 비판과 의심을 받건 한국 대표 팀은,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이어 이번에도 극복에 실패한 모습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손흥민이 후반 추가 시간에 넣은 만회골, 독일이 후반 추가 시간에 넣은 드라마틱한 역전골이 한국의 16강 진출 경우의 수를 그나마 현실적으로 만들어준 것이다.

한국은 2연패를 하고도 마지막 독일전에 2골 차 승리를 거두면 16강에 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멕시코가 스웨덴을 잡아줘야 가능한 일이다. 만약 이 경우의 수가 성사된다면 신태용호는 지난 10개월 간 받아온 비판을 극복하고 승자가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 딱 한 번의 승리가 필요하다.

▲ 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정신이 무너진 수비진

◆ 신태용호의 최대 숙제, 정신력

스웨덴전은 내용도 결과도 실망스러웠다. 멕시코전은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경기 내용을 보여줬다. 여전히 두 경기 연속 불안한 수비를 펼친 김민우와 장현수에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두 선수는 기술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그리고 경험적으로 문제를 드러냈다. 팬들의 분노를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팀은 이들을 보호하고 지켜야 한다.

“어렵다. 누가 못하고 싶겠나. 골은 먹힐 수밖에 없다. 나도 수비를 잘 못 한다. 두 번째 실점은 공격수(치차리토)가 너무 잘했다. 괜히 프리미어리그의 좋은 팀에서 뛴 선수가 아니다. 그게 또 (장)현수 형이라는 게 미안하다.” (손흥민)

“장현수가 걱정하지 말라고, 다 막아 주겠다고 했다. 자신감을 불어 넣어줬다. 장현수는 누구보다 축구를 열정적으로 하는 선수다. 페널티킥은 당연히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비판 말고 격려를 부탁드린다.” (조현우)

"(장)현수가 잘못해 진 게 아니다. 모두가 잘못해서 졌다고 생각한다. 현수 때문에 졌다는 건 절대 말이 안 된다.” (주세종)

격려와 응원은 부탁으로 얻을 수 없다. 온 몸을 던지는 헌신과 투혼이 팬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 대표 팀이 2연패 속에도 민심을 얻기 시작한 것은 두 경기에서 선수들이 부족할지언정 죽어라 뛰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김민우와 장현수도 불성실했던 것은 아니다. 반복된 실수에 기량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렸다. 3차전은 더 큰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이 상태라면 심리적 이유로 교체도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들이 이 역경을 극복하고 이겨내려면, 경기력으로 증명하는 수 밖에 없다. 일말의 희망이 생긴 신태용호의 머리 속은 더 복잡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표 선수들도 팬들의 비판에 “감내해야 한다”고 말한다. “스스로 단단해져야 한다”고 마음을 먹는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스페인 대표 팀과 레알마드리드를 지휘했던 하비 미냐노 피지컬 코치는 한국 선수들의 월드컵 부진 중 큰 이유가 정신력에 있다고 짚었다.

“프로 선수가 최고 경기력을 내려면 정신이 중요하다. 이기든 지든 냉정해야 한다. 이겼을 때도 냉철해야 하는데, 졌을 때도 마찬가지다. 한국 선수들은 패배에 깊이 빠져드는 경향이 있다. 다른 나라에도 그런 선수들이 있지만 이런 경험이 한국 선수들에게 부족했다. 이런 수준의 대회에선 그런 부분이 필요하다.”

▲ 본선 개막 후 하나로 똘똘 뭉치기 시작한 대표 팀 ⓒ한준 기자

◆ 미완성으로 본선 참가, 신태용호는 점점 나아지고 있다

본격적인 대회 준비를 앞두고 무려 5명의 주축 선수를 부상으로 잃은 신태용 감독은 선수 전검과 전술 실험으로 담금질의 귀한 시간을 보냈다. 신태용호는 10개월이란 시간 보다 더 적은 기간 단련해 본선에 나섰다. 본선 1,2차전도 실험적인 팀으로 승부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시행착오가 많았다.

지난 2경기는 신태용호에게 단련의 시간이기도 했다. 두 경기에서 쌓인 경험은 3차전에 더 좋은 경기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3차전 상대가 지난 대회 챔피언 독일이고, 한국전 승리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대표 팀은 본선을 준비하는 기간 내내 불화설, 내분설에 시달렸다. 내부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흉흉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외부의 강한 적은 내부를 단결시키기 마련이다. 지금 대표 팀은 본선이라는 전장에서 서로 똘똘 뭉쳐있다. 멕시코전에서 패한 뒤 각자 이곳 저곳에서 널부러진 게 아니라 다시 둥글게 모여 “잘 싸웠다. 고맙다”는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각오를 다졌다. 경우의 수가 발생하기 전이었지만 독일과 3차전을 후회없이 치르자는 마음을 주고 받았다.

멕시코에 패한 직후보다 상황은 좋다.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는 목표지만 독일을 두 골 차로 꺾으면, 혹은 멕시코가 두 골 차로 스웨덴을 잡아줄 경우 독일에 이기기만 해도 한국은 16강에 갈 수 있다.

한국은 도마 위에 올라 있다. 이제 벼랑 끝이다. 마지막 경기라 이판사판이다. 이 경기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정신력이 될 것이다. 얼마나 평정심을 유지하고, 전력을 다해 경기에 몰입할 수 있을 것인가. 1,2차전에 드러난 집중력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인가. 전술적, 기술적 한계를 얼마나 보완할 수 있을 것인가.

▲ 신태용 감독은 비판을 극복하고 1승을 거둘 수 있을까 ⓒ연합뉴스

한국 축구의 수준은 독일과 멕시코를 제치고 16강에 오르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그런 팀이 이기고 다음 라운드에 갈 수 있는 것이 축구의 매력이다. 미완성인 채 본선에 참가한 한국은 대회를 치르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독일과 3차전에 한 발 더 나아가, 결과를 얻을 수 있기를 고대한다.

대표 팀은 멕시코전을 마치자 마자 베이스 캠프로 돌아갔다. 새벽 1시에 도착해 이날 오후 5시에 훈련을 예정하고 있다. 한국 대표 팀도 장장 4년 간 이어진 비난과 의심을 극복하고 민심을 되찾을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의 라커룸 방문과 따듯한 위로에 왈칵 눈물을 쏟은 선수는 손흥민만이 아니다. 대표 팀에게 멕시코전은 각성의 계기이자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까. 이제 운명의 4일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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