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AL WC 프리뷰] 호날두v케이로스, 어제의 아빠 오늘의 적

윤진만 2018. 6. 25.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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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윤진만 기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에게 카를로스 케이로스(이란) 감독은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다.

스포르팅리스본에서 뛰던 십 대 선수를 알렉스 퍼거슨 당시 맨유 감독에게 추천한 이가 케이로스 당시 맨유 수석코치란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졌다. 같은 포르투갈 출신으로 낯선 맨체스터에 적응하도록 보살피는 한편, 그 안에 숨어있던 득점 잠재력을 끌어냈다(고 자신의 자서전에 적었다.) 맨유 시절 호날두와 종종 의견 충돌을 일으켰던 뤼트 판 니스텔로이에 따르면, 호날두는 늘 ‘아빠’ 옆에 붙어있었다.

케이로스 감독이 퍼거슨 곁을 떠나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둘은 대표팀에서도 인연을 이어갔다. 케이로스 감독은 호날두를 ‘슈퍼맨’이라고 칭하며 신뢰를 보냈다. 브라질의 펠레,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 독일의 프란츠 베켄바워, 잉글랜드의 바비 찰턴에 견줄 만한 선수라고 추켜세웠다. 스물셋 호날두에게 주장 완장도 맡겼다.

하지만 둘이 함께 누비는 첫 월드컵에서 사이가 급격히 틀어졌다. 호날두는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 스페인전까지 4경기를 뛰며 단 1골을 넣는 데 그쳤다. 팀도 스페인에 패하며 16강에서 탈락했다. 거센 비난에 직면한 호날두는 탈락 원인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짜증 섞인 목소리로 “케이로스 감독에게 물어보라(Ask Queiroz)”고 답했다. 당시 주축 선수인 데쿠 등과 함께 대표팀 부진에 대한 책임을 케이로스 감독에게 전가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케이로스 감독은 “누구도 대표팀 위에 설 수 없다”며 강경 대응 의지를 나타냈다. 그해 9월까지 핵심 공격수인 호날두를 발탁하지 않았다. 하지만 포르투갈축구협회는 성적 부진, 선수단 관리 실패 등의 이유로 그를 경질했고, 호날두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포르투갈 유니폼을 입었다. 케이로스 감독은 훗날 “호날두와 그날 이후 대화를 나눠본 적 없다. 그가 한 말이 듣기 좋았다고 말한다면, 나는 위선자다”며 둘의 틀어진 관계에 대해 언급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났다. 2011년부터 이란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케이로스 감독은 팀을 브라질 월드컵에 이어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올려놓았다. 공교롭게 러시아 월드컵에선 자신의 조국이자 오랜 인연 호날두가 속한 포르투갈과 같은 B조에 속했다. 26일 새벽 3시 모르도비아 아레나에서 16강 티켓을 놓고 운명의 일전을 치른다. 승점 4점으로 스페인(4점)에 이어 조 2위인 포르투갈은 비겨도 16강에 진출하고, 이란은 승리해야 16강에 오른다.

케이로스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이란을 지휘한 7년을 통틀어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고, 또 중요한 경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포르투갈은 월드컵 우승컵을 가져다줄 매직 포뮬러를 보유했다”며 “호날두는 2010 월드컵 때와는 전혀 다르다. 그땐 좋은 날과 좋지 않은 날이 있었다. 그가 최상의 상태로 우리와 맞붙는다는 점에서 운이 없는 것 같다”고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호날두는 스페인과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3-3 무승부를 이끌었고, 모로코와 2차전에서 유일한 골을 넣었다. 2경기에서 포르투갈의 모든 득점을 홀로 해결했다. 앞선 세 차례 월드컵에서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던 그는 이번 월드컵을 자신의 무대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확고해 보인다.

그러려면 16강 이후는 볼 것도 없이 일단 케이로스의 팀부터 넘어야 한다. 지난 두 경기에서 보여준 이란의 질식수비를 보면,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이다. 이란은 지난 두 경기에서 단 1골을 내줬다. 그것도 실수로.

포르투갈 언론 레코드는 “이란의 수비는 거의 완벽에 가깝다”고 적었다. 페르난도 산토스 포르투갈 감독은 “이란은 수비 조직력과 역습 능력이 뛰어나다. 두 팀 모두 굉장히 어려운 경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진땀 승부를 예상했다. 여러모로 호날두가 가장 큰 변수가 될 경기다.

사진=2009년 6월.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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