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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예의 MLB현장] 추신수, 생각 그 이상의 위치와 존재감

조회수 2018. 6. 30. 10:4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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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아~ 저기 추신수 아냐?”
“추가 여기에 왜 있어? 바보야”
“추신수 맞는데?”
“뭔 소리야? 어제 경기에 나오는 거 봤는데, 40경기 연속 출루 기록했어. 추가 여기 있을 리가 없지..”
“맞아. 알링턴에 있어야지”
“그렇긴 한데.. 추 맞는 것 같아..”
“내가 한 번 물어볼까?

웅성웅성. 소곤소곤.

야구 유니폼을 입은 어린 청년들이 추신수 뒤에서 맴돌며 쑥덕쑥덕합니다. 아이들의 모습이 재미있기도 하고, 심상치 않아 보였기에 카메라를 얼른 꺼내 들었습니다. 취재를 목적으로 간 곳이 아니었기에, 그냥 지켜보려고 했는데, 아이들의 행동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했습니다.

샌디에이고와의 홈 시리즈가 끝난 다음 날 하루의 휴식이 있었습니다. 한국 시각으로 6월 29일. 경기가 없는 날은 철저하게 아이들의 아빠가 되는 추신수. 큰아들 무빈이가 1~2살 많은 형들이 뛰는 리그에 출전하게 됐고, 추신수는 아들의 경기를 보러 간 것입니다. 마침 텍사스 출장 중이던 기자도 쉬는 날이었고, 미국 학생들의 야구 경기는 어떨지 궁금해 동행했습니다. 앞서서도 언급했지만, 취재 목적이 아니었기에 편하게 경기를 보고 있었습니다. (형들 사이에서 9번 지명 타자로 나선 추무빈은 2타수 1안타(2루타)를 기록)

몇 분을 추신수 뒤에서 맴돌더니 한 아이가 용기를 냈습니다. 추신수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간 소년은 굉장히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습니다.

“저.. 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생김새는 추신수인데, 추신수가 여기 있을리 없다고 확신했던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추신수 선수 맞죠?”라고 묻지 못하고, 이름이 어떻게 되냐고 물었던 것. 설마설마했던 것이죠. 텍사스 알링턴에서 자동차로 5시간, 비행기로 1시간 정도 떨어진 러벅(Lubbock)에 추신수가 있다니. 게다가 미국 나이로 14~15세 되는 청소년들의 리그인데.. 아이들은 어벙벙했습니다.

아이들의 소곤거림을 알고 있었던 추신수는 “네, 추입니다”라고 답하며 손을 내밀며 인사했습니다. 친근하게 인사를 받아주자, 뒤에 숨어서 지켜만 봤던 청년들이 추신수에게 우르르 다가옵니다. 이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정말 살아있었습니다.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이게 실화냐?’라는 말이 딱 맞는 상황.

추신수를 확인한 청소년들은 사진 좀 찍으면 안 되겠냐고 물어봅니다. 추신수는 “지금 경기 중이라 곤란하다”라고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경기에서 시선이 분산될 것을 우려했던 거죠. 하지만 곧바로 추신수는 “다 같이 찍자”라며 다시 제안합니다.

한 명 한 명 사진을 찍기엔 지금 진행 중인 경기에 피해를 줄 것 같고,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실망을 주기는 싫었습니다. 그래서 추신수가 제안한 단체 사진.

경기에 방해되지 않도록 추신수가 뒤편으로 이동을 했습니다. 세상 신기함으로 가득한 순간. 이 청소년들에게 추신수는 ‘꿈’과 ‘목표’입니다.

펄쩍펄쩍 뛰며 좋아하던 청소년 선수들이 동료들을 부릅니다.

“빨리 와~ 추신수와 사진 찍어야 해~”

이렇게 찍게 된 추신수와 outlaws 선수들의 기념사진. 10년 후에 이 사진에 있는 아이들 중 몇 명이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메이저리거가 돼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이날로 꼽을지도 모릅니다. ‘기적 같은 하루였다’면서 말이죠.

사진을 찍고, 추신수는 악수하며 응원과 격려의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추신수와 악수를 한 소년은 주먹을 쥐며 환호했고,

또 다른 아이들은 진짜 믿어지지 않는다며 떨리는 심정을 추스르지 못했습니다.

추신수의 행동 하나하나가 신기했습니다. 전화하는 모습조차도 말이죠.

또 다른 아이는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라며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추신수의 행동 하나하나, 아니 어쩌면 추신수라는 그 자체가 이들에겐 ‘꿈’일지도 모릅니다.

Outlaws와 붙게 될 상대 팀 선수들도 추신수와 인사를 하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단순한 사진 한 장이 아니라, 지나가는 말 한마디가 아니라, 인생의 가장 큰 선물이 됐습니다.

메이저리거가 되겠다는 꿈과 목표를 향해 야구를 하는 어린 친구들에게 추신수는 ‘선수’ 그 이상의 존재였습니다. 그들이 믿을 수 없다며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말할만큼..

추신수의 이 같은 행동, 그리고 아이들에게 즉석에서 건넨 용기와 격려. 이 모습을 지켜본 청소년 팀의 감독은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경기장에서 추신수는 메이저리거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저 야구 잘하고, 인지도 높은. 그런데 메이저리거가 되겠다는 꿈과 목표를 향해 야구를 하는 어린 친구들의 반응을 보니, 추신수 위치와 존재감은 기자가 알고 있는 그 이상이었습니다. 야구를 하는 아이들의 꿈이자, 희망일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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