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신태용호] ④ 축구의 즐거움보다 '스파이' 부각된 주객전도

김정용 기자 입력 2018. 6. 30.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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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2018 러시아월드컵'을 마무리하고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떠났다.

한국 대표팀은 대회 준비부터 본선까지 많은 비판을 받았고, 마지막 경기에서 독일을 꺾으며 좋은 기억을 남긴 채 나쁘지만은 않은 탈락을 했다.

대회 전 친선경기에서 계속 가짜 등번호를 썼다.

그 결과 스웨덴전은 정정당당한 축구적 승부가 아니라 다소 지저분하게 축구 외적 요소를 동원한 경기라는 이미지가 생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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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 한국이 '2018 러시아월드컵'을 마무리하고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떠났다. 한국 대표팀은 대회 준비부터 본선까지 많은 비판을 받았고, 마지막 경기에서 독일을 꺾으며 좋은 기억을 남긴 채 나쁘지만은 않은 탈락을 했다. '풋볼리스트'는 한국의 월드컵을 결산하며 신태용호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각각 조명한다. <편집자 주>

한국의 러시아월드컵 세 경기 중 가장 아쉬운 경기는 무기력하게 패배한 스웨덴전이었다. 이 경기가 더 아쉬운 건 경기 전후 상황도 그리 깔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18일(한국시간) 스웨덴전에 총력을 기울였다. 첫 경기에 집중하는 건 좋았지만 그 과정에서 지나친 첩보전이라는 부작용이 생겼다. 한국은 대회 전 마지막 평가전이었던 세네갈전을 비공개 A매치로 치르는 특이한 결정을 내렸다. 대회 전 친선경기에서 계속 가짜 등번호를 썼다. 스웨덴 전력 분석관이 잠입해 한국을 염탐하려다 실패하는 일도 벌어졌다.

`첩보전`의 부작용은 경기 전날 기자회견부터 드러났다. 경기 전날 기자회견에 모인 외신 기자들은 얀네 안데르손 스웨덴 감독과 신 감독에게 공통 질문을 퍼부었다. 키워드는 `스파이`였다. 왜 한국이 가짜 등번호를 썼는지, 한국의 비밀주의와 이를 캐내려 한 스웨덴의 입장은 무엇인지 질문이 쏟아졌다.

한국과 스웨덴의 경기는 월드컵 전체를 놓고 볼 때 무관심 경기에 속한다. 외신 기자들은 경기력과 전술보다 다른 경기에서는 볼 수 없는 흥미진진한 첩보전에 관심을 가졌다.

그 결과 스웨덴전은 정정당당한 축구적 승부가 아니라 다소 지저분하게 축구 외적 요소를 동원한 경기라는 이미지가 생겨버렸다. 신 감독이 "유럽인들은 동양인의 외모를 구분하기 힘들어 하기 때문에 등번호를 바꿔 혼란을 주려 했다"라고 말한 것도 품위 있는 말은 아니었다. 스웨덴전은 진흙탕 싸움으로 기억되게 됐다.

첩보전이 더 아쉬운 이유는 별다른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스웨덴 측은 한국을 1-0으로 꺾은 뒤 "한국의 경기 영상을 1,300시간 분석했다"며 마지막 한 경기를 비밀로 한 것과 등번호를 바꾼 것 정도는 큰 의미가 없었다고 말했다.

애초에 스웨덴은 한국이 전술을 어떻게 갖고 나와도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는 팀이었다. 스웨덴은 상대가 어떤 전술, 어떤 특징이 있든 간에 이에 대응하지 않고 고유의 4-4-2 포메이션과 수비적인 전략을 유지하는 팀이다. 한국이 어떤 기상천외한 포메이션을 들고 나와도 흔들리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오히려 경기 중 기습적인 플레이로 상대를 당황시킨 쪽은 한국이 아니라 스웨덴이었다. 한국은 4-3-3 포메이션에 기반한 수비 축구로 일관했다. 반면 스웨덴은 초반 15분 동안 한국이 우위를 잡자 이를 반전시키기 위해 여러 변칙 플레이를 하며 한국의 허를 찔렀다. 중앙 수비수 안드레아스 그랑크비스트가 기습적인 오버래핑으로 한국 문전까지 파고든 플레이가 대표적이다. 안데르손 감독은 그랑크비스트의 공격 가담이 경기 양상을 바꾸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한국과 스웨덴의 첩보전은 헛심 공방이었고, 한국이 얻은 건 없었다. 얻은 거라고는 축구가 아니라 자극적인 흥밋거리로 전락한 경기의 이미지였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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