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담회서 나온 월드컵 뒷이야기, "선수들 부담과 불안에 시달렸다"

김정용 기자 2018. 7. 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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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한국 선수들은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불안감을 갖고 대회를 치렀다. 대표팀과 동행한 김판곤 국가대표팀감독신임위원장이 부분적으로 인정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홍명보 전문, 김판곤 위원장과 함께 5일 서울 신문로에 위치한 축구회관에서 국내 언론사 기자 간담회를 진행했다. 조별리그로 끝난 한국의 월드컵을 정리하고 축구 발전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취지였다. 이 자리에서 오간 이야기 중 월드컵에 대한 뒷이야기와 축구협회 수뇌부의 월드컵 평가를 추렸다.

▲ 손흥민 등 선수들은 부담감, 불안감에 시달렸다

김 위원장은 모두 발언에서 "월드컵은 꿈의 무대다. 애국가 듣기만 해도 눈물 날 정도로 가슴 뛰어야 한다. 그러나 선수들은 부담감에 어려워 했다. 특히 손흥민은 예전에 웃는 모습이 좋았는데 이번에는 웃음이 사라져. 부담이 커 보였다. 대표팀 체질개선을 통해 마음의 부담 줄어들 수 있다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선수들이 대회 기간 동안 불안해보였다는 기자의 지적에 대해 김 위원장은 "나도 거기 있었고 선수들이 어려워 한 이유 파악하고 있다. 잘 파악하고 평가하겠다. 선수들의 불안감을 감독에게 전해야 하므로 나는 현장에서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했고 부분적으로 보완됐다. (불안감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해 실제로 불안한 분위기가 대표팀 일부에 퍼져 있었음을 인정했다. 다만 "그 가운데 선수들 스스로 위기의식 느끼고 결집하는 것도 봤다"며 마냥 부정적인 영향만 미친 건 아니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선수단 분위기는 추후 월드컵 평가 때 공개될 거라고 말했다.

▲ 명단 유출 의혹에 대표팀은 흔들렸다

김 위원장은 대표팀 명단이 정확하게 반영된 기사에 팀이 흔들렸다고 밝혔다. 한국 라인업을 정확하게 반영한 예고 기사가 경기 당일 아침에 여러 번 나오자 "감독이 힘들어했다. 선수단도 당황했다. 그게 선수단을 흔들었다"는 것이다.

▲ 대회 직전 평가전, 돈 없어서가 아니라 거절당해서 강팀 못 잡았다

한국은 월드컵을 앞두고 온두라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볼리비아, 세네갈과 친선경기를 가졌다.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한 네덜란드, 이탈리아, 터키, 칠레 등 강팀을 섭외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다시 나왔다. 이에 대해 실무자인 전한진 사무총장은 "생각보다 돈이 문제가 아니다. 조 추첨 전부터 A매치 예산을 충분히 배정해 둔다"라며 예산 문제는 없었다고 했다.

"편하게 말씀드리자면 지금 말씀하신 나라 다 접촉했고 직접 접촉뿐 아니라 에이전트를 통해서, 사람을 통해서 접촉을 했다. 그런데 그 나라들이 우리와 하고 싶지 않아 했다. 그리고 시기, 날짜, 장소 조율 과정에서 성사가 안 되는 경우도 있었다."

▲ 정몽규 회장 "신태용 감독 도전 정신 폄하 말길"

정 회장은 신 감독의 전술에 대한 비판에 어느 정도 공감한다면서도 도전 정신은 너무 폄하된다는 시각을 밝혔다. "최종예선 절체절명의 경기에서 김민재를 발굴했고 월드컵에서 조현우, 김민우, 주세종 등을 과감히 기용한 건 (긍정적) 평가 받아야 한다. 신감독에 대한 비난이 발전의 계기 되었으면 한다."

▲ `산 증인` 홍명보 "2002년 이전으로 돌아간 것 같아 안타까웠다"

홍 전무는 월드컵 첫승 이전인 1990년대와 4강에 오른 `2002 한일월드컵`을 모두 선수로서 경험했다. 홍 전무는 이번 월드컵 멤버들이 2002년 이전과 비슷한 표정을 하고 있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안타까웠던 건 2002년 이전의 상황이 오버랩됐기 때문이었다. 내가 당시 느꼈던 걸 선수들이 아직도 느끼고 있는 것 같아서였다. 그때는 항상 벽에 막히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번 선수들의 표정 예정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물론 2002년 이후 많이 바뀌었지만 이번은 안타까웠다. 선수들에게 어떤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지 고민하게 됐다."

▲ 정몽규 "월드컵 무관심은 정치 이슈에 밀렸기 때문"

정 회장은 이번 월드컵이 흥행에 실패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가장 먼저 꼽은 이유는 정상회담 등 다른 국민적 관심사였다. "정상회담 등으로 인해 대회 흥행이 어려웠다. 정치적인 이슈가 하도 커서. 신문 5, 6쪽이 정치 이야기일 정도였다." 정 회장은 두 번째 이유로 "재미없는 축구를 하기 때문"이라며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 선수들의 해외진출 부족, 여기에 제약을 거는 병역 의무를 들었다.

▲ 홍명보 "해설위원들, 현장이 얼마나 어려운지 겪으러 와 주길"

홍 전무는 방송 해설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자신과 해설자들의 시각차가 있다고 말했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 안정환 MBC 해설위원, 박지성 SBS 해설위원은 월드컵 실패의 경험이 적다는 것이다. "그 세 친구와 저처럼 1990년대 초반부터 월드컵 나간 사람은 월드컵에 대한 생각이 다른 것 같다. 나는 한 번도 증명하지 못한 선배들의 힘이 모여서 2002년 성과가 됐다고 보는 사람이다. 세 해설위원은 본인들 첫 월드컵에서 성공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성공 못 하는 것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지 않나 본다." 홍 전무는 해설위원들이 "현장의 꽃"인 감독 경험을 거치면 더 깊이 있는 해설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했다.

홍 전무는 "이 현장이 어려운지 겪어보고 축구계에서 받은 혜택을 돌려주다면, 훌륭한 사람들이 여기서 일하면 조직 자체가 더 발전될 거다. 언제든지 문 열 생각이 있다"며 한국 축구의 대표적인 스타들이 축구 일선에서 활약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이야기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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