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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이용수와 4년 후 김판곤, 무엇이 다른가

최용재 입력 2018.07.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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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최용재]

2014년 7월.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마이크 앞에 섰다.

새롭게 선임할 대표팀 감독 기준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한 한국 축구대표팀은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1무2패를 기록, H조 꼴찌로 탈락했다.

거센 비난 여론 속에 차기 감독은 '외국인 감독'이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 위원장은 외국인 감독 선임을 전제로 내세우며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첫 번째 조건'은 월드컵 혹은 클럽 감독으로서 결과를 만들어 낸 경험이었다.

구체적으로 아시아선수권대회, 대륙 지역별 선수권대회(유로·코파 아메리카 등) 지휘 경험을 강조했다. 또 유럽을 포함해 월드컵 예선을 치러 본 감독, 월드컵 본선에서 16강 진출 이상 경험이 있는 감독, 클럽에서 결과를 만들어낸 경험이 있는 감독 등을 후보군으로 언급했다. 그러면서 K리그와 공존하며 발전할 수 있는 철학·인성·교육자의 마음가짐 등을 추가로 꼽았다.

이 위원장은 몇몇 후보들의 접촉설에 대한 곤혹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어떤 감독이 협회에 어떤 연락이 왔는지 모른다. 개인적으로도 많은 분들이 이메일을 보내고 있다"며 "아직 접촉했다는 분들에 대해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비용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이 위원장은 "2002 한일월드컵을 개최했던 상황과 현실에 차이가 있다. 현실적으로 협회 예산을 고려해야 한다"며 "무조건 좋은 지도자를 많은 돈을 들여 영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무조건 연봉이 높은 지도자를 선임할 수도 없다. 비용에 대해 기술위에서 심도 있게 고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짧은 시간에 쫓기지 않겠다는 말도 했다.

이 위원장은 "9월에 A매치가 있다. 시간에 쫓겨서 감독을 선임하는 것은 한국 축구 발전에 전혀 보탬이 안 된다"며 "조금 여유롭게 좋은 감독님을 모시도록 하겠다. 급하게 선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7월.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이 마이크 앞에 섰다.

새롭게 선임할 대표팀 감독 기준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신태용 감독이 지휘한 한국 축구대표팀은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1승2패를 기록, F조 3위로 탈락했다.

거센 비난 여론 속에 차기 감독은 '외국인 감독'이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김 위원장은 외국인 감독 선임을 전제로 내세우며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첫 번째 조건'은 월드컵 혹은 클럽 감독으로서 결과를 만들어 낸 경험이었다.

구체적으로 아시아와 유럽을 포함한 월드컵 지역예선 통과 경험, 대륙컵 우승 그리고 수준 높은 세계적인 리그 우승 경험을 강조했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한국 대표팀의 격에 맞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국 축구에 부합하는 철학을 추가로 꼽았다.

김 위원장은 몇몇 후보들의 접촉설에 대한 곤혹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어떤 감독과도 접촉한 적이 없다. 외국인 감독 이력서는 이미 쏟아지고 있다. 아직 검토하지 않았다. 공식 절차가 먼저"라며 "후보는 10명 안쪽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철학에 맞는 후보에게 우리가 먼저 접촉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비용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중국처럼 거액을 지급하는 것을 국민들이 받아들이겠는가. 상식적으로 상식선에서 투자하겠다"며 "한국이라는 시장이 쉽지 않다. 유럽에 있던 지도자가 한국으로 오는 결단을 내리기 쉽지 않다. 자신의 커리어가 떨어진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짧은 시간에 쫓기지 않겠다는 말도 했다.

김 위원장은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다. 다이내믹하게 하겠다. 굳이 많이 끌지도 않겠지만 서두르지도 않겠다"고 말했다.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도대체 무엇이 다른가.

4년 전 이 위원장의 외국인 감독 선임 시작과 나아갈 방향 그리고 4년 뒤 김 위원장의 외국인 감독 선임 시작과 나아갈 방향에 차이점이 없다. 비슷한 정도를 넘어 '똑같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월드컵 성과, 대륙컵 성과 그리고 세계적 리그 경험 등을 '첫 번째 조건'으로 내걸면서 축구팬들의 기대치를 최상으로 높여 놨다. 자연스럽게 세계적 명장들의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세계적 명장에 대한 기대감을 품게 한 주체가 누구인가. 협회다. 그리고 축구팬들이 명장을 향한 막연한 기대감을 갖는다며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는 곳도 협회다.

그러면서 유명한 지도자들의 접촉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후보는 많고, 지원자도 많지만 한국 축구와 맞지 않는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아직 공식 절차가 시작되지 않았다는 설명도 했다. 한국이 협상에서 우위에 있다는 뉘앙스도 풍겼다.

비용에 대한 철학도 똑같다. 확실하고 과감한 투자에는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월드컵 본선 성과, 대륙컵 성과, 세계적 리그 경험 등을 거론했다. 말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런 성과를 낸 감독은 과감한 투자가 없으면 절대 한국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면서 여유롭다. 9월 A매치까지 남은 두 달이 충분한가 보다. 좋은 감독을 선임하기 위해 재빨리 움직이는 다른 국가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세계적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는 것이다. 축구팬들이 '여론을 살피며 최대한 시간을 끌어 보겠다는 의도'라고 의심하는 이유다.

이번 감독 선임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축구팬들은 강한 '불신'의 시선을 먼저 보내고 있다. 4년 전과 '똑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은 속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4년 전, 이런 과정을 통해 선발된 감독이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었다.

세계 축구 무대에서 성과가 전혀 없었던 무명 감독이었다. 이 위원장은 슈틸리케 감독의 인간적인 면, 즉 '첫 번째 조건'이 아닌 추가적인 조건으로 내걸었던 '인성'에 가장 많은 점수를 줬다.

김 위원장도 1차 조건을 거창하게 제시했다. 그리고 추가적인 조건으로 '추상적인 철학'을 내걸었다. 정확히 이해할 수도, 확실한 방향을 잡을 수도 없는 애매모호한 철학이다. 이는 곧 어떤 감독에게도 끼워 맞출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이나 다름없다.

김 위원장은 4년 전과 똑같은 과정으로 가고 있다. 하지만 결과는 '반드시' 달라야 한다. 이번에도 4년 전과 똑같은 결과를 낸다면 축구팬들이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김 위원장은 '다름'을 증명해야 한다.

모든 것이 똑같지는 않다. 다른 부분도 있다.'두 가지'다.

첫 번째, 기술위원장에서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으로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 위원회와 장의 이름이 바뀐 것이다.

두 번째, 4년 전에는 브라질월드컵 실패를 인정한 뒤 홍명보 감독을 차기 감독 후보군에서 제외했고, 4년 후에는 러시아월드컵이 실패인지 성공인지도 모른 채 신태용 감독을 차기 감독 후보군에 올린 것이다.

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