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우리 아이는 짝퉁 국가대표였다" 한 고등학생의 좌절된 아시안게임 꿈

신지수,박정훈 입력 2018.07.17.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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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 "19명 중 5명은 나가라"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팀에 일어난 일

[오마이뉴스 글:신지수, 글:박정훈]

▲ 스포츠클라이밍 훈련 중인 피예나 선수 스포츠클라이밍 훈련 중인 피예나 선수
ⓒ 피우일
집은 경기도 의정부다. 학교는 오전 수업만 듣는 게 가능한 서울 강서구로 다닌다. 훈련장은 서울 강북 노원과 인천으로 다닌다. 고등학교 1학년생 피예나가 고된 일정을 소화하는 이유는 한 가지다. 스포츠 클라이밍을 하기 위해서다.

"19명 중 5명은 자카르타에 갈 수 없다."

고등학생 스포츠클라이밍 피예나 선수가 지난 5일 감독에게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지난 한 달간의 태릉선수촌 훈련은 물론 지난 3년간 노력이 물거품 되는 순간이었다. 말문이 막혔다.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코치에게 달려가서 물었다. 하지만 "아는 게 없다. 말해 줄 게 없어 미안하다"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해가 안 되고 억울해요."

피예나 선수는 굳은 표정으로 지난 13일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당시의 심정을 토로했다. 한 동안 말을 이어가지 못 한 그는 "(태릉 선수촌에) 처음 들어갔을 때는 정말 좋았고 열심히 해서 대회에 나가보고 싶었다"라고 했다.

인터뷰에도 태극마크와 'KOREA'라는 문구가 박힌 티셔츠를 입고 올 만큼 국가대표와 아시안게임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찬 선수였다. 하지만 그는 짐을 싸 태릉선수촌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는 왜 선수촌에서 나와야 했을까.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파견 인원을 두고 대한체육회와 대한산악연맹이 자신들 주장만 내세운 채 국가대표 선발을 강행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들이 받았다. 대한체육회는 국가대표로 출전 가능한 스포츠클라이밍 선수를 14명으로 한정했지만, 대한산악연맹은 19명을 선출해 국가대표로 훈련시켰다.

체육회와 연맹 사이에 낀 5명의 선수는 결국 한 달 동안 국가대표 훈련만 받다가 집으로 돌아가게 된 셈이다. 결국 이들의 '스포츠클라이밍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의 꿈은 바스라졌다. 스포츠클라이밍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대한체육회 "14명" VS 대한산악연맹 "19명"

사실 이같은 일은 어찌보면 충분히 예고된 일이었다. 지난 5월부터 대한체육회와 대한산악연맹은 국가대표 선발을 둘러싸고 입장차를 보였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5월 4일 '국가대표 강화훈련 승인인원'으로 남자 7명, 여자 7명을 대한산악연맹(이하 산악연맹)에 내려 보냈다. 국가대표 강화훈련은 국가대표로서 태릉선수촌에 입촌해 훈련과 교육을 받으며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등을 준비하는 것이다. 승인 인원에 한해 대한체육회가 선수들이 태릉선수촌에서 생활하는 비용을 부담한다.

하지만 다음 날인 5일 대한산악연맹(이하 산악연맹)은 국가대표 선발전을 열어 남자 10명, 여자 9명을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로 뽑았다. 이어 산악연맹은 지난 6월 11일 이들 19명을 태릉선수촌에 입촌시켜, '국가대표 강화훈련'을 받게 했다. 대한체육회의 지원이 없는 5명은 산악연맹이 비용을 부담했다.

선수들은 이런 내용을 전혀 알지 못했다. 산악연맹은 당시 훈련으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고등학교 선수들을 위해 각 학교에 "국가대표로 선발됐음을 알려드리며 아시안게임에 대비할 수 있도록 강화훈련 파견협조를 요청한다"라는 공문까지 내려 보냈다.

이후 태릉에 들어온 19명은 모두 같은 훈련과 교육을 받았다. 대한체육회의 지원과 산악연맹의 부담 하에 국가대표 선수들이 입는 단복도 맞췄다. 선수 프로필 사진도 찍었다. 선수들은 자신이 국가대표로 뽑혔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5명은 국가대표가 아니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6월 25일 경기력향상위원회를 열어 종목당 (아시안게임) 출전 선수 엔트리를 확정했고 스포츠클라이밍 선수는 남자 7명, 여자 7명 총 14명만이 자카르타로 출국할 수 있게 됐다. 대한산악연맹의 국가대표 선발전 성적을 기준으로 5명이 제외됐다.

대한체육회는 "예산과 경기력 등을 고려해 파견 인원을 결정하는 것이다"라며 "아시안게임 참가 최대 인원 범위 안에서 결정하는 것은 맞지만 꼭 최대 인원에 맞춰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체육회 관계자는 "국가대표 강화훈련이라는 사업을 통해서 선수들을 육성해, 그 중 경기력이 되는 선수들을 아시안게임에 내보내는 체제"라며 "지난해 12월 경기력향상위원회에서 종목별 강화훈련 인원을 정했고 14명이라는 인원을 산악연맹에 통보한 것"이라고 했다.

체육회는 이어 "저희가 강화훈련 인원을 정한다는 의미는 그 정도(인원)에서 선수를 육성하고 파견을 하겠다는 의미"라며 "강화훈련보다 더 많은 인원을 파견하는 종목은 없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산악연맹에서 국가대표로 뽑았으니 훈련이라도 할 수 있게 자비로라도 강화훈련을 하게 해달라고 해서 (승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산악연맹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연맹 관계자는 "강화훈련 인원을 국가대표 인원으로 보지 않았다"라며 "신생종목이라 인원을 적게 배정받았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그는 또 "연초부터 대한체육회에서 출전인원에 대한 공문이 왔었고 그때마다 20명을 냈다"라며 "아시안게임 출전 최대 인원도 20명이고 그 수에 맞춰 보내는 나라도 많기 때문에 큰 문제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한체육회가 국가대표 선발하기 전에 국가대표 인원 TO를 알려줬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라며 아쉬워했다.

구제책 없어... "19명 모두 아시안게임에 나가고 싶다" 호소

아시안게임에 나갈 수 없게 된 5명 중 3명은 결국 지난 11일 짐을 싸서 태릉선수촌을 나왔다. 나머지 2명은 선수촌에 남아 훈련을 하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출국할 때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구제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산악연맹은 "인원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라면서도 "연맹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라고 했다. 체육회도 "5명의 선수들은 안타깝다"라면서도 "타종목 간의 형평성 문제도 있기 때문에 파견 인원 확대는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피예나 선수의 아버지 피우일씨는 "국가대표로 뽑아갈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아니라고 한다"라며 "우리 아이는 짝퉁 국가대표였다"라고 한탄했다. 피씨는 이어 "아이들은 내보내면서 책임지는 어른들은 하나도 없다"라며 "아이에게 어떤 얼굴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딱 하나밖에 안 바란다"라며 "원상복귀다. 다섯명의 아이들도 자카르타에 가는 것이 유일한 목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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