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퍼의 '비밀노트' 야디지북..코스 정보부터 다짐까지

주영로 2018. 7.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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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NH투자증권 챔피언십 마지막 날.

'야디지북'으로 불리는 이 작은 노트에는 코스의 모든 정보와 함께 경기를 풀어가는 전략이 담겨 있다.

그런 경우엔 단순한 야디지북이 아닌 '비밀노트'가 된다.

지난 6월 KPGA 선수권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문도엽의 야디지북에는 알 수 없는 숫자들로 빼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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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주연 '차분하게 경기하자' 자신과의 다짐 적어
각종 숫자 빼곡..정확한 거리 계산 위한 정보 가득
프로골퍼들에겐 꼭 필요한 필수품이자 비밀노트
인주연(오른쪽)이 클럽을 선택하기에 앞서 야디지북을 펼쳐 놓고 캐디와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야디지북은 코스의 길이와 장애물의 위치 그리고 경기를 풀어갈 전략 등을 적어 놓은 프로골퍼들의 비밀노트다. (사진=KLPGA)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5월 NH투자증권 챔피언십 마지막 날. 우승을 놓고 연장전이 펼쳐졌다. 공 앞에 멈춰선 인주연(21)이 캐디와 대화를 나누며 바지 뒷주머니에 있던 작은 노트를 꺼냈다. 페이지를 뒤적이며 무언가를 확인한 인주연은 다시 캐디와 정보를 교환하더니 골프백 안에 꽂혀 있던 클럽을 꺼내들었다. 인주연은 거침없이 그린을 향해 공을 날렸고, 홀 2m 멈춰 세워 버디 기회를 잡았다. 인주연은 이 퍼트를 성공시키며 데뷔 3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하는 기쁨을 만끽했다.

인주연의 손에 들려 있던 작은 노트는 프로골퍼들에게 ‘비밀노트’로 통하는 없어선 안 될 필수품이다. ‘야디지북’으로 불리는 이 작은 노트에는 코스의 모든 정보와 함께 경기를 풀어가는 전략이 담겨 있다. 인주연은 야디지북 안에 ‘차분하게 침착하게 나를 믿고 자신 있게 치자’, ‘축을 잡고 팔로 휘두르자’라는 등의 메모를 적어 놓았다. 그리고 경기 중 흔들리는 순간 이 글을 보며 마음을 다스렸다.

프로골퍼들이 사용하는 야디지북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기본적으로는 선수가 직접 코스를 돌아보며 거리와 그린의 경사, 벙커나 워터해저드 같은 장애물의 위치 그리고 경기 중 공을 보내면 안 되는 위험지역 등을 표시해둔다. 여기에 경험에서 터득한 자신만의 게임플랜과 전략이 들어있다. 그리고 인주연처럼 경기 중 마음을 다스리는 문구를 적어 놓기도 있다. 그런 경우엔 단순한 야디지북이 아닌 ‘비밀노트’가 된다.

야디지북의 활용은 선수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 한번 쓰고 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한 권의 노트에 해마다 바뀌는 정보를 추가하면서 몇 년씩 쓰는 경우도 있다.

지난 6월 KPGA 선수권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문도엽의 야디지북에는 알 수 없는 숫자들로 빼곡하다.

‘196+10=206(3I)’ 또는 ‘129+22=151(8I)’와 같은 수학 공식 같은 숫자들이 가득했다. 자신만의 거리 계산법이다. 코스의 길이에 경사에 따라 추가된 거리 또는 홀의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거리를 추가로 적어놓고 실제 공을 보내야 할 거리를 다시 계산한다. 그리고 괄호 안의 숫자와 영문 표기는 클럽 선택을 뜻한다.

또 다른 페이지에는 그린처럼 생긴 모양의 그림을 그려 놓고 그 안에는 여러 개의 화살표로 방향을 표시했다. 어떤 화살표는 위쪽으로, 어떤 건 아래로 향해 있기도 하다. 화살표의 방향은 경사가 높은 지역에서 낮은 쪽을 가리킨다. 즉, 공이 떨어져서 굴러가는 방향이다. 이런 식의 노하우는 경기를 통해 쌓인다.

이렇게 만들어진 야디지북은 경기 중 클럽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정보가 된다. 문도엽은 치밀하게 작성한 야디지북 덕에 톡톡히 봤다. 한창원과 치른 연장 1차전에서 두 번째 샷으로 공을 홀 1.5m붙였다. 정확한 거리으로 만들어진 결과였다. 문도엽은 가볍게 버디를 성공시켜 데뷔 6년 만에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문도엽(27)은 “다른 선수들에 비하면 야디지북을 꼼꼼하게 작성하는 건 아니다”며 “그러나 경기 중에 필요한 정보를 모두 담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문도엽이 지난 6월 KPGA 선수권 우승 당시 사용했던 야디지북. (사진=주영로 기자)

주영로 (na187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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