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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구라다] 그깟 출루율이요? 왜 이러시나, 촌스럽게..

백종인 입력 2018.07.20. 08:13 수정 2018.07.20.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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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게티 이미지

추수아비, 추킹삼진, 추할오푼, 추풍낙엽….

불과 두어달 전만 해도 그랬다. 화려한 별명들의 경연장이었다. 싸늘한 시선들이 가득했다. 그에 대한 이죽거림은 별로 낯설지 않았다. 그것도 팬들의 정서다. 어쩔 수 없는 일부분이라고 간주됐다.

기록 행진을 이어가는 요즘은 어떤가. 180도 달라졌다. 온도 차이가 확연하다. SNS에도, 기사와 댓글에도. 따뜻함이 피어오른다. 아내의 미모까지 빛을 보탠다. 그동안 숨 죽이던 찬사는 복리 이자까지 붙어 뜨겁게 타오른다.

당연하다. 올스타 아닌가. 36살의 나이에 처음 얻은 영광이다. 갈채가 마땅하다. 괜한 빈정거림 따위가 허용될 리 없다.

그럼에도 까탈스러움은 여전하다. 이것저것 꼬투리라도 잡으려는 삐딱함이다. 뭐라도 주장하고 싶어 안달이다. 그 중에서도 도드라진 게 있다. 바로 출루 또는 출루율에 대한 갑갑한 인식이다. ‘그까짓 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시원하게 안타나 홈런을 쳐야지, 질질 끌다가 볼넷…그런 거 누가 알아주기나 하냐고.’

하긴 뭐 틀린 말은 아니다. TV 중계만 봐도 그렇다. 타율이나 홈런 숫자는 타석 때마다 업데이트 된다. 타자의 능력을 평가하는 직접적인 데이터로 간주된다. 물론 전통적으로는 맞다. 반면 요즘에는 온갖 요상스러운 용어들이 범람한다. OPS, BABIP, ISO, wRC, wRAA…. 도대체 뭘 말하는 숫자인지 알 길이 없다.

출루율(OBPㆍOn Base Percentage)도 대충 그런 부류 중 하나로 여겨지기 십상이다. 중계방송 때도, 기사 중에도 따로 일러주는 법이 없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알기도 어렵다. 희생플라이가 들어가느니, 빠지니. 계산하는 법도 복잡하다.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데, 그냥 아는 척 하는 것들끼리 따지는 데이터 중 하나처럼 취급된다.

과연 그럴까. <…구라다>는 오늘 찬밥 취급받는, 그 출루율에 대한 얘기를 하려 한다.

사진 제공 = 게티 이미지

“잠시 한눈 파는 사이, 그는 벌써 1루에 나가 있었다”

JD라는 이니셜로 불리는 유태인 청년이 있었다. 공부를 엄청 잘했다. 명문 코넬대를 다녔다. 듣기만 해도 머리가 어지러운 응용경제학을 전공했다. 경영학은 복수 전공이었다. 졸업후 얼라이드 도메크라는 회사에 들어갔다. 세계적인 위스키(발렌타인)와 와인 브랜드를 가진 곳이다. 자회사 중에는 던킨 도너츠, 배스킨 라빈스31 등이 있다. 그러나 그의 취향이 아니었다. 2년도 안 돼 때려치웠다.

새롭게 알아본 취직 자리가 엉뚱하다. 야구단이었다. 보스턴 레드삭스에 인턴 원서를 냈다. 놀랍게도 불합격됐다. 결국 로키스를 거쳐 레인저스에 취직했다. 거기서는 능력을 인정받았다. 초고속으로 승진했다. 입사 4년만에 야구단의 꽃인 GM(단장)으로 발탁됐다. 바로 28살의 존 대니얼스다.

한국에서는 그의 유능함에 회의적이다. 실패한 FA계약과 트레이드 사례들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특히 17번 외야수의 영향이 크다. 대표적인 ‘폭망 계약’으로 치부되곤 한다. 그러나 JD는 12년간 건재했다. 올해 자신의 연장 계약에도 성공했다. 적어도 한국에서의 평판이 텍사스까지 영향을 주지는 못한 것 같다.

32살짜리 타자에게 7년짜리 계약서를 안겨준 직후였다. JD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 “우린 아주 오랫동안 (Choo를) 관찰했어요. 그의 경기는 놀라움이었죠. 우리끼리 잠시 얘기하면서 한눈을 파는 사이 그는 어느 틈엔가 또다시 1루에 나가서 서 있는 거예요. 아주 조용하게 말이예요. 타자는 두 가지를 할 수 있죠. 아웃을 당하던가, 베이스에 나가던가…. 그는 매 타석 아웃을 당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죠. 그리고 살아나가려고 최대한 집중력을 발휘하죠.”

텍사스 입단식 당시. 왼쪽이 JD, 오른쪽은 스캇 보라스.              사진 제공 = 게티 이미지

야구의 패러다임을 바꾼 개념 ‘출루율’

‘어떤 게 가치 있는 기록인가?’ 그 답을 위해서는 또 다른 질문이 필요하다. ‘야구란 무엇인가? 어떻게 해야 이기는 게임인가?’ 야구인들끼리 100년 넘게 다툰 주제였을 것이다. 하지만 전혀 다른 접근이 시도됐다. 업계와 전혀 관계 없는, 좋은 대학 나온 수재들이 참여하면서 부터다.

꼽자면 존 대니얼스, 테오 엡스타인, 앤드류 프리드먼 같은 이름들이 유명하다. 그들은 수학, 통계학, 경제학 같은 걸 들이댔다. 그걸로 야구의 본질을 파악했다. 그리고 아주 단순하고 명료한 결론을 얻었다. 쉽게 얘기하면 ‘야구=베이스 따먹기’다.

점수 많이 내면 이기는 게임 아닌가. 그러니까 베이스를 많이 얻으면 그만큼 확률이 높아진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쓸 데 없는 통념은 배제됐다. 이를테면 ‘위기관리 능력’ ‘클러치 능력’ 같은 것들이다.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데서 오류의 위험성이 생긴다. 객관화, 계량화 할 수 없는 것들은 자료가 될 수 없다.

안타와 홈런은 분명히 베이스를 얻는 방식이다. 그러나 너무 제한적이고 고전적인 개념이다(공부벌레들 시각에서). 그들은 보다 구체적이고 포괄적인 데이터에 주목했다. 그게 바로 출루율과 장타율이다.

앞에서 했던 JD의 말을 떠올려 보자. Choo를 데려가면서 했던 인터뷰 말이다. 그 중에 꼭 음미해봐야 할 부분이 있다. “타자는 두 가지를 할 수 있죠. 아웃을 당하던가, 베이스에 나가던가…. 그는 매 타석 아웃을 당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죠.”

타석에 들어서는 행위에 대한 개념부터 다르다. 타자의 목적은 공격이 아니다. 그러니까 쳐서 안타를 만드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뜻이다. 진짜 목적은 아웃되지 않는 것, 즉 베이스에 나가는 것이다. 물론 안타는 본인에게도 득이 된다. 반면 볼넷은 자신보다 팀에 도움을 준다. 그래서 더 가치가 주어져야 한다는 부수적인 논리도 가능하다.

그러니까 출루율의 가치에 대한 재평가는 야구의 패러다임을 통째로 뒤바꾼 작업이다.

사진 제공 = 게티 이미지

출루율에 관한 고리타분한 인식

1940년대를 풍미한 슬러거 랄프 카이너가 명언을 남겼다. “홈런왕은 캐딜락을 타고, 타격왕은 포드를 탄다” (Home run hitters drive Cadillacs, and singles hitters drive Fords.) 이 말에 따르면 출루 1위는 뚜벅이 밖에 안된다. 하긴. 카이너가 활동하던 시절에는 그 개념조차 없을 때였다.

선구자는 따로 있었다. 유명한 영화 <머니볼>에 등장한다. 빌리 빈 단장 역은 브래드 피트가 맡았다. 그는 오클랜드 스카우트들과 미팅에서 이렇게 다그친다. “이봐요 출루율이 중요해, 출루율.”

빌리 빈의 집착에는 이유가 따로 있었다. 실제 실력에 비해서 저평가된 선수를 찾다보니 출루율을 주목하게 된 것이다. 타율은 낮지만, 쉽게 아웃되지 않는 선수들이 필요했다. 그들이 진흙 속의 진주였다. 싼 값에 데려와 강팀을 만든 비결이 됐다.

빌리 빈의 혁명적 성과 이후 야구판이 달라졌다. 구단들은 출루율에도 비싼 댓가를 치르기 시작했다. 바로 추추 트레인이 대표적이다. 이제 더 이상 머니볼이 힘을 쓰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출루왕은 이제 홈런왕 부럽지 않다. 캐딜락은 물론이고, 심지어 벤틀리까지 탄다. 수영장, 극장이 딸린 대저택에서 산다.

그러나 바뀌지 않은 게 있다. 여전한 대중들의 인식이다. 아직도 그런 팬들이 꽤 많다. ‘그깟 출루율’이라는 낡은 생각들 말이다. 그리고 거기서 비롯된 고리타분한 비판까지.

사진 제공 = 게티 이미지

fangraphs.com은 출루율(OBP)과 타율의 상관 관계를 이렇게 정리했다. 출루율에서 .060을 빼면 타율과 비슷하다. 즉 OBP .360이면 타율 3할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본다는 뜻이다. 추신수의 올 시즌 출루율은 .405다. 타율로 따지면 .345 정도의 활약이라고 간주된다.

fangraphs.com이 분류한 OBP의 평가는 아래와 같다.

백종인 / 칼럼니스트 前 일간스포츠 야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