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를 기억하게 할 3가지, 2032년 올림픽은..
친절한 자원봉사자-체계적인 공유 서비스 눈길
허술한 대회 운영, 보건 환경 부문은 낙제점
'아시아 최대 축제 스포츠 축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2일 막을 내렸다. 인도네시아에선 1962년 이후 36년 만에 열린 아시안게임엔 늘 그래왔듯 다양한 감동 스토리와 스타를 남기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역대 18번째로 열린 이번 아시안게임은 자카르타와 팔렘방 지역에서 분산 개최해 치러졌다. 당초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이 대회는 경제 사정에 따른 개최권 반납으로 인도네시아 정부가 자카르타를 개최 도시로 내세웠고, 추후 팔렘방까지 더해 열었다. 총 예산 1억6000만 달러(약 1780억원)에 대회를 치른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선수단, 관계자, 취재진에게 크게 세 가지 인상을 남겼다.
1만3000여명이 나선 자원봉사자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큰 호평을 받았다. 시설 안내부터 일정 문의, 심지어 대중교통 검색 등도 자원봉사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도움을 주려고 노력했다. 한 명이 길을 물으면, 자원봉사자 5명이서도 따라붙어 도움을 주려고 할 만큼 친절이 몸에 뱄다. 열악한 환경에도 이번 대회를 치를 수 있었던 건 자원봉사자 덕분이라는 말도 곳곳에서 나올 정도였다.
이들 중 상당수는 국제 대회를 치르는 여느 나라처럼 대학생들로 구성됐다. 카바디가 열린 갸루다 시어터에서 수송 안내 부문 봉사를 하던 아흐마드(22) 씨는 "수개월 전부터 자원봉사 교육을 받았다. 수십년 만에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인도네시아 대학생들이 거는 기대도 크다. 어떤 분야를 맡든 자원봉사자들은 누구든 도울 수 있는 준비를 해왔다"고 말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투입된 자원봉사자 중엔 다음달 초에 열릴 장애인 아시안게임에도 투입될 예정이다.
자카르타의 고질적인 교통 체증과 택시 승차 거부 등을 해결하게 해 준 공유 서비스도 외국인들의 눈길을 끌게 했다. 인도네시아엔 우버 택시와 비슷한 그랩(Grab)과 오토바이 택시 고 젝(Go Jek)이 있다. 사용자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으로 자신이 있는 위치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승용차나 오토바이 기사와 연결한다. 이때 정확한 이용 요금이 표시되고, 단거리에도 갈 수 있다.
지하철이 없고, 대중교통이 부족한 자카르타에선 그랩과 고 젝이 많은 사람들의 발이 됐다. 특히 인도네시아 현지 기사들이 상대방에게 대화를 하면서 영어로 실시간 번역되는 서비스도 받아볼 수 있다. 고 젝의 경우, 음식 배달, 상품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와도 연계해 한국으로 치면 '퀵 서비스+a'를 연상케 했다. 그랩은 이번 대회 공식 최고 후원사(프레스티지 파트너)로도 활동해 인도네시아에서의 막강한 영향력도 짐작케 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론 미숙한 대회 운영에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남자 축구는 조 추첨을 세 번 했고, 3대3 농구는 첫 경기에 임박해서 조 편성을 다시 했다가 출전국들의 항의로 원래대로 하기로 번복했다. 세팍타크로는 대회 직전 특정 국가를 은근슬쩍 끼워넣는 촌극이 펼쳐졌다.
선수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던 사례도 있었다. 시범 종목인 e스포츠는 경기 도중 통신 장애로 수차례 중단됐고, 펜싱 경기는 정전돼 불이 꺼져 중단됐다. '사격 황제' 진종오는 시험 사격 후반부 모니터에 탄착이 보이지 않아 심판에 항의했지만 경기는 그대로 진행됐고 결국 5위로 메달을 따지 못했다. 또 장염에 걸린 선수들이 속출하고, 들끓는 모기에도 방역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등 보건, 환경 문제도 계속 제기됐다.
지난달 18일 열린 개회식에서 오토바이 스턴트맨으로 등장해 '아시안게임의 또다른 스타'로 뜬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대회 내내 각 경기장을 찾아다니면서 자국 내 대회 알리기에 열을 올려왔다. 그리고 지난 1일 위도도 대통령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셰이크 아흐마드 알사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의장과 면담한 후 2032년 여름올림픽 유치에 도전하겠단 의사를 밝혔다. 조코위 대통령은 "2032년 하계올림픽 개최를 위해 즉시 후보국 등록을 하기로 했다. 아시안게임을 치른 경험을 토대로 우리는 더 큰 (스포츠) 이벤트를 주최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45개국이 치른 아시안게임을 하면서 드러난 문제점도 많았는데, 200여개국이 참가할 올림픽을 치르기엔 의문 부호가 달렸다. 세계인을 진정으로 맞이하고자 한다면, 사람들의 친절함만으로 넘어갈 게 아니라 축제로 치를 수 있도록 도시 기반과 환경부터 새롭게 가꿔야 한다. 그게 인도네시아의 큰 숙제다.
자카르타=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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