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경분석]'만점데뷔' 벤투호 4일 훈련으로 놀랍다, 빠른 템포 가능케 한 '부분전술'

박찬준 2018. 9. 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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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이 7일 오후 8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을 펼쳤다. 손흥민에게 작전을 전달하고 있는 벤투 감독. 고양=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9.07/

말그대로 '만점' 데뷔전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7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의 친선경기에서 2대0 완승을 거뒀다. 전반 34분 이재성(홀슈타인 킬)이 결승골을 넣었고, 후반 32분 남태희(알두하일)이 쐐기골을 넣었다. 만원 관중이 벤투 감독의 데뷔전에 열광했다. 벤투호는 확 달라진 모습으로 향후 기대감을 품게했다.

사실 데뷔전은 '맛보기'에 가깝다. 특히 짧은 시간 훈련하는 대표팀에서는 더욱 그렇다. 앞으로 쓸 포메이션, 앞으로 보여줄 전술의 힌트 정도를 보여주는데 그칠 수 밖에 없다. 역대 대표팀 감독 데뷔전 성적은 대단히 좋았다. 전임 감독 제도가 정착된 1997년 차범근 감독 부터 총 14명(벤투 포함)의 역대 대표팀 감독의 데뷔전 성적은 8승4무2패였다. 사실 데뷔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축구 자체 보다는 동기부여의 힘이 컸다. 기성용(뉴캐슬)이 경기 후 "다른 감독님이 오신 후 첫 경기는 다 잘했다"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벤투호의 시작은 달랐다. 동기부여 이상의 '무엇'이 있었다. 사실 전술의 형태는 여느 대표팀과 다르지 않았다. 4-2-3-1은 대표팀이 가장 자주쓰던 전술이다. 점유율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부터 강조하던 부분이고, 압박도 마찬가지다. 기성용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볼소유나 공격할때 세밀하게, 수비할때는 다같이 하는 것을 원하셨다. 크게 특별한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했다.

눈여겨 볼 부분은 부분 전술이었다. 축구의 전술은 크게 팀 전술, 부분 전술, 개인 전술로 나눠진다. 3~4일 훈련 후 경기를 치러야 하는 대표팀은 팀 전술과 개인 전술이 강조된다. 전체적인 형태만 만든 뒤, 개인역량으로 승부를 걸 수 밖에 없다. 지난 몇 년 간은 이같은 흐름이 더 두드러졌다. 대표팀이 고전한, 특히 밀집수비에 어려움을 겪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뜩이나 개인기가 부족한데, 개인 전술을 보완해줄 부분 전술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슈틸리케 시절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다.

벤투호는 달랐다. 코스타리카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좌우 윙백의 위치였다. 홍 철(상주)과 이 용(전북)은 사실상 윙어에 가까울 정도로 높이 올라섰다. 공격은 측면에서부터 출발했다. 중앙에서 볼을 잡으면 지체없이 사이드로 보냈고, 여기서 공격작업이 이루어졌다. 좌우 윙백들이 측면을 장악한 사이, 좌우 미드필더에 자리한 손흥민(토트넘)과 이재성(홀슈타인 킬)은 가운데로 좁혀서 뛰었다. 윙어라기 보다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에 가까운 움직임이었다. 둘은 고정된 위치가 없었다. 수시로 포지션을 체인지하며 공간을 만들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이 7일 오후 8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을 펼쳤다. 이재성이 선취골을 성공시키고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고양=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9.07/

이 형태를 통해 만들어진 빌드업 과정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상대가 적극적으로 압박에 나섰음에도, 이어진 볼줄기는 감탄을 자아낼 정도였다. 더블볼란치(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에 자리한 기성용과 정우영(알사드)은 빠른 전환을 통해 공간을 만들었다. 이 공간에는 윙백-윙어-공격형 미드필더(혹은 원톱)가 삼각형 형태로 대형을 유지했다. 이들은 삼자 패스로 여러차례 찬스를 만들었다. 홍 철, 이 용 혹은 남태희(알두하일)가 끊임없이 침투했고, 손흥민과 이재성은 놓치지 않고 볼을 찔러줬다.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은 넓은 활동반경으로 공간을 만들어냈다. 물론 마무리 과정은 보완이 필요하지만, 그 과정만큼은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었다.

이유가 없는 플레이는 없었다. 홍 철은 "코칭스태프는 목적성이 분명한 연결을 원한다"고 했다. 윙백은 단순한 크로스가 아닌 공격 전개 전체에 참여했고, 중앙 수비진 역시 빌드업에 적극 가담했다. 전반 종료 후 벤투 감독이 김민재(전북)를 잡고 한동안 작전을 설명한 것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김민재는 경기 후 "감독님이 뒷 공간에 패스를 많이 하라고 주문하셨다"고 설명했다. 후방부터 하나의 목적을 갖고 정확히 이어졌다.

이 과정이 쉴틈없이 진행되다 보니 속도가 대단히 빨라졌다. 굳이 1대1을 시도해 템포를 죽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경기 후 코스타리카의 로날드 곤살레스 감독은 "한국의 속도, 템포를 따라가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손흥민도 전술적으로 함께 움직이는 축구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는 "재미있었다. 뛰면서 지루한 경기도 있고, 재밌는 경기가 있는데 이런 경기는 모두 열심히 뛰고 함께 하는게 보였다. 물론 이런 축구를 90분간 지속하는게 쉽지 않지만, 이런 축구를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수비진만큼은 1진에 가까웠던, 월드컵 참가국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이런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은 분명 고무적이다. 단 4일만의 훈련으로 이뤄낸 결과였다. 김판곤 위원장이 벤투 감독을 영입하며 강조했던 '전문성'이 일찍 빛을 보는 느낌이다. 선수들은 훈련부터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벤투식 훈련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물론 이제 한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이제 벤투호는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두번째 상대인 칠레를 만난다. 칠레는 코스타리카보다 더 강한 상대다. 하지만 분명 첫 경기에서 보여준 가능성이라면, 칠레전도 기대해볼만 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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