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이 달라졌다, 독수리 날았다
고지방 음식 대신 탄수화물 섭취
이온음료 빼고 비트 주스 마셔
요즘 한화 선수들 사이에선 ‘비트 주스’가 인기다. 뿌리채소인 비트로 만든 주스다. 경기 전에 라커룸이나 식당에 배치된 주스를 물처럼 마신다. 경기 중엔 이온음료 대신 ‘탄수화물 음료’를 마신다. 탄수화물 음료는 에너지를 공급하는 한편 선수들의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선수단 전체 식단도 바뀌었다. 야구 선수들은 경기가 있는 날엔 오후 4시~6시에 ‘중간식’을 먹는다. 메뉴는 빵이나 면·소시지·과일 등이 기본이고 선수들이 선호하는 고단백, 고열량 메뉴도 많다. 지난해까지는 경기 전에 선수들이 LA 갈비구이, 콩국수, 족발, 탄산음료 등을 먹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가공식품·튀김·탄산음료 등을 식단에서 제외했다.
한화는 지난해 11월 대한운동학회 이사인 김주영 KAIST 인문사회과학부 대우교수를 컨설턴트로 초빙했다. 김 교수는 “기존 식사는 고단백, 고지방 위주였다. 위장 장애를 쉽게 일으킬 수 있는 음식도 있었다. 그래서 빨리 소화가 되는 한편 경기가 끝날 때까지 힘을 유지할 수 있는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으로 바꿨다”며 “뿌리채소인 비트에는 질산염이 많아 선수들의 근육 수축과 지구력 증가에 효과가 있다”고 했다. 그 덕분인지 올 시즌 한화는 KBO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38번의 역전승을 거뒀다.
석장현 한화 운영팀장은 “김 교수의 강의를 듣고 선수들의 반응이 무척 좋았다. 선수들 스스로 변화하려고 노력했다. 배민규 트레이닝 코치와 상의해 선수 몸 상태를 고려한 식단과 훈련 프로그램을 짰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화에서 뛰다 은퇴한 외국인 투수 카를로스 비야누에바(35·도미니카공화국)의 조언도 식단 변화에 한몫을 했다. 빅리그에서 11시즌이나 뛰었던 비야누에바는 지난해 5승7패, 평균자책점 4.27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풍부한 경험을 어린 선수들과 구단 관계자들에게 아낌없이 전수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비야누에바는 “햄스트링 부상이 있는 선수는 카페인을 피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 선수들은 탄산음료나 커피를 습관적으로 마시더라. 젊은 선수들도 불균형적인 식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석장현 팀장은 “올해 우리 팀에서 뛰는 헤일과 샘슨도 몸 관리를 위해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한국 구단과 선수들이 배워야 할 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화 선수단에선 무려 10명의 선수가 햄스트링 등 근육 관련 부상으로 이탈했다. 그러나 올 시즌엔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한 선수가 송광민 한 명뿐이다. 지난해보다 훈련량을 줄이고, 체력 관리에 정성을 기울인 덕분이다. 석장현 팀장은 “메이저리그 구단에선 영양학을 전공한 전문가를 직원으로 고용하기도 한다. 앞으로 2군 선수까지 체계적으로 식단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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