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여제-14명 엔트리'도 무색했던 '고베 참사' 원인은?

조영준 기자 2018. 10. 5.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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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 ⓒ FIVB 제공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처음으로 감독 전임제를 도입했고 예전과는 다르게 지원도 생겼다. 올해 첫 국제 대회인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 네이션스 리그(이하 VNL)를 앞둔 몇몇 선수들은 조금이라도 달라진 시스템에 희망을 품었다.

그러나 올해 가장 중요한 국제 대회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여자 배구 대표 팀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한국은 4일 일본 고베에서 열린 2018년 세계여자배구선수권대회 C조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트리니다드 토바고를 세트스코어 3-0으로 이겼다.

마지막 경기에서 완승한 한국은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그러나 앞선 4경기에서 모두 졌다. 반드시 잡아야 할 태국과 아제르바이잔에 진 점은 매우 아쉬웠다.

한국은 1974년 이후 세계선수권대회 본선 1라운드에서 처음 탈락했다. '배구 여제' 김연경(터키 엑자시바시)이 있는 상황이라 더 충격적이었다. 여기에 14명 엔트리 인원이 동원됐지만 이를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예선에서 한국은 태국을 3-0으로 눌렀다. 예선에서 전승을 거둔 한국은 본선 선전이 기대됐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VNL부터 드러난 선수 운영과 대표 팀을 둘러싼 잡음은 '고베 참사'로 이어졌다.

▲ 차해원 여자 배구 대표 팀 감독 ⓒ 대한배구협회

올해 차해원 감독이 부임한 뒤 대표 팀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선수들을 뒷바라지하는 매니저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충북 진천선수촌을 떠났다. 매니저들은 물론 트레이너도 마찬가지였다. 스태프의 잦은 교체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코치도 신동인에서 남자 청소년 대표 팀 코치로 있었던 김성현으로 바뀌었다. 대표 팀 지원이 열악했던 최근 몇 년 간에도 이런 일은 드물었다.

차 감독은 VNL 전부터 여자 배구 유망주 세 명을 대표 팀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한국 여자 배구의 미래를 생각할 때 이해할 수 있었다. 문제는 유망주 3명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에도 들어갔고 세계선수권대회까지 이어졌다.

고교 선수들은 몇 경기에 출전했지만 VNL 때부터 주전 선수들이 대부분 경기에 투입됐다. VNL 때부터 쉬지 않고 달려온 이재영(흥국생명)은 어깨 부상으로 가장 중요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차 감독은 리시브 및 수비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세계선수권대회 엔트리에 리베로 3명을 포함했다. 국제 대회 경험이 풍부한 김해란(흥국생명)은 여전히 제 몫을 했다. 그러나 리시브 및 수비 교체 멤버로 투입된 오지영(KGC인삼공사)의 존재감은 애매했고 또 한 명의 리베로인 나현정(GS칼텍스)은 코트에 서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코트 활동량이 가장 많은 날개 공격수 인원이 부족했다. 세계선수권대회에 합류한 이소영(GS칼텍스)은 태국과 첫 경기에서 선전했지만 발목 부상으로 남은 경기에 뛰지 못했다. 결국 어깨 부상 중인 이재영과 김연경이 고군분투할 수 밖에 없었다.

▲ 세계선수권대회 미국과 경기에서 아쉬워하는 김연경 ⓒ FIVB 제공

김연경의 활용도 문제가 많았다. 과거 국제 대회에서 약체 팀들을 만날 때 김연경은 한숨을 돌릴 시간을 줬다. 김연경은 VNL 몇몇 원정 경기에 투입되지 않았지만 비교적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를 만나도 지속적으로 뛰었다.

이제 서른을 넘긴 김연경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상대 팀에 위협적인 존재가 되지 못했다.

14명의 선수가 세계선수권대회에 동원됐지만 선수 활용 부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세계선수권대회는 FIVB 포인트가 걸린 중요한 대회다. 내년 7~8월에 열리는 2020년 도쿄 올림픽 세계 예선에서 수월한 조 편성을 받으려면 이번 대회에서 많은 포인트를 쌓아야 했다.

그러나 여전히 안일했던 배구협회의 행정과 차 감독의 적절하지 못한 선수 운영은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 결국 피해는 다시 한번 구슬땀을 흘린 선수들에게 돌아갔다. 올림픽 출전은 물론 메달 획득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선수들의 땀과 눈물은 협회의 안일한 자세와 지도자의 판단 결여로 열매를 맺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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