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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의 브러시백] 마산구장 7년, 나성범은 '리더'로 성장했다

배지헌 기자 입력 2018.10.0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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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야구장에서 프로 데뷔, 스타 플레이어로 성장한 나성범
-이제는 팀의 ‘리더’ 역할을 하는 선수로 성장
-개인 성적만이 아닌 팀의 미래까지 고민하고 염려하는 선수가 됐다
 
마산야구장의 마지막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팬들 앞에 나선 나성범(사진=NC)
 
[엠스플뉴스]
 
“고참 선수요? 아직 고참까진 아닙니다. 굳이 따지자면 중고참 정도 되겠네요.”
 
구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리는 마지막 경기를 앞둔 10월 7일, NC 다이노스 나성범이 취재진 앞에서 멋쩍은 듯 웃으며 말했다.
 
특유의 입꼬리만 살짝 올리며 짓는 미소가 며칠전 동영상 사이트에서 봤던 ‘역대 연세-고려 정기전 명장면’ 영상 속 모습과 겹쳤다. 당시 나성범은 대학시절 내내 에이스로 활약하며 연세대 마운드를 굳게 지켰다. 머지않아 투수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거란 평도 들었다. 
 
그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나성범은 ‘고참’ 소리가 나오는 선수가 됐다. 이제는 투수가 아닌 타자로 리그를 호령하고 있다. 그리고 프로 생활의 전반부를 보낸 터전, 정든 창원 마산야구장과도 작별을 고했다. 
 
마산야구장 7년, 나성범은 스타로 성장했다
 
나성범은 창원 마산야구장이 낳은 최고의 스타다(사진=엠스플뉴스)
 
프로 입단 전까지만 해도 창원 마산야구장은 나성범에게 미지의 영역에 속했다. 나성범은 광주에서 태어나 고교까지 광주에서 나왔다. 마산야구장 그라운드를 밟아볼 기회가 아예 없었다. 영영 밟을 일도 없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2012년 9구단 NC 다이노스가 창단하면서 많은 것이 달라졌다. NC는 나성범을 2012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1순위로 선택했다. 그 뒤로 마산은 나성범의 새 집이 됐고, 마산야구장은 홈 그라운드가 됐다. 나성범은 마산에서 타자로 변신했고, 프로 1군 선수로 데뷔했고, 가정을 꾸렸고,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됐다.
 
삶의 터전을 옮기는 것도, 투수에서 타자로 변신하는 것도, 어느 하나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성범은 둘 모두를 성공적으로 해냈다. 타자 변신 첫 해인 2012시즌 94경기 16홈런 67타점 타율 0.303로 퓨처스리그를 폭격하며 타자 변신에 성공했고, 창원 지역 팬들에게 누구보다 큰 환호를 받는 간판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나성범은 한순간도 질주를 멈추지 않았다. 1군 첫 시즌인 2013년 14홈런 64타점으로 인상적인 첫 해를 보낸 뒤 2년차인 2014년 30홈런 101타점 타율 0.329를 기록하며 리그 정상급 타자로 우뚝 섰다. 20홈런-20도루 클럽 가입, 올스타 최다득표, 외야수 골든글러브,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과 2016시즌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마산야구장에서 나성범과 NC가 보낸 영광의 기록이다.
 
“넥센 히어로즈전 한 경기 6득점을 기록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아마 최초의 기록이라서 더 그런 것 같아요.” 나성범이 2014년 6월 4일 넥센전을 떠올리며 한 말이다. “통산 100홈런 기록도 이곳 마산야구장에서 달성했죠. 4패로 지긴 했지만 첫 한국시리즈도 여기서 경험했구요. 6시즌 뛰는 동안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었던 곳이 바로 여기 마산입니다.”
 
나성범은 2014시즌부터 올 시즌까지 5년 연속 3할 타율-20홈런 이상을 기록했다. 어느새 리그에서 가장 믿음이 가는 선수로 성장한 나성범이다. 
 
아직 국외진출 조건을 완전히 충족하진 못했지만, 빅리그 구단들도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한 국외 구단 스카우트는 “KBO리그 야수 가운데 가장 국외진출에 근접한 선수가 바로 나성범”이라고 평가했다. 
 
마산야구장에서 보낸 7년은 나성범을 리그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로 키웠다.
 
‘리더’로 성장한 나성범, 이제 팀의 미래까지 고민한다
 
마산야구장 홈플레이트 출토식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한 나성범(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본인은 ‘고참’ 소리에 손사래를 치긴 했지만, 지금의 나성범은 분명 NC 선수단에서 중심 역할을 하는 선수다. 시즌 후반엔 사실상 주장 역할까지 맡았다. 꼴찌 추락으로 자칫 의욕을 잃기 쉬운 후배 선수들을 독려하고, 성실한 훈련 태도로 모범을 보였다.
 
앞으로는 나성범이 팀의 리더 역할을 해줄 거라 생각합니다. NC 관계자의 말이다. 스스로는 자각하지 못했을지 몰라도, 이미 지난 시즌부터 조금씩 리더로서 역할을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어요. 후배 선수들이 나성범을 많이 의지하고 따른다는 게 눈에 보입니다. 리더로서 자질이 있어요.
 
NC 다른 관계자도 “작년 마무리 훈련을 앞두고 나성범이 솔선해서 후배들을 챙기고, 주의사항을 전달하는 모습을 봤다. 올초 신년회가 끝난 뒤에도 선수들을 모아놓고 메시지를 전하는 역할을 나성범이 맡았다”며 “워낙 진중한 성격에 모범이 되는 선수인 만큼, 리더로서 자질이 충분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제는 개인 성적만 신경쓸 수 없는 위치에 올랐다는 걸 나성범 스스로도 잘 안다. 한번은 엠스플뉴스와 인터뷰에서 “저보다 선배 형들이 많이 계신다. NC를 상징할 만한 선수도 나 외에 얼마든지 있다”고 겸손해 하면서도 “후배 선수들이 성장해 우리 팀의 선수층이 두터워졌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팀 전력에 대한 고민을 내비치기도 했다.
 
올 시즌 최하위로 추락한 팀 성적에 대해서도 단순히 일차원적인 아쉬움에 그치지 않는다. 올 시즌 실패를 기반으로 다시 도약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나성범의 생각이다. “탈꼴찌보다 중요한 일이 있다.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 올해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한 경험은 먼 훗날 NC의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던 나성범이다. 
 
어느새 나성범은 자신만이 아닌 팀의 미래까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7일 잠시 논란이 된 “10위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발언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야구선수라면 누구나 그렇듯 나성범도 지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한다. 하지만 만약 마음대로 되지 않아 팀이 10위가 되더라도, 반대급부로 좋은 신인 선수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쁘지만은 않다는 의미의 얘기였다. 9위보다는 10위가 하고 싶다는 의미의 얘기는 아니다.
 
팀의 미래를 생각하면, 잘하는 선수들이 많이 들어와서 팀내에 경쟁이 생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래야 저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좀 더 긴장하고, ‘나 아니면 안되겠지’란 생각을 갖지 않을 것 같아요. 제 자리를 위협할 만한 선수가 들어와도 좋습니다. 주전을 위협할 선수가 들어온다는 건, 그만큼 팀이 강팀이 된다는 얘기니까요. 나성범이 ‘개인 생각’을 전제로 꺼낸 얘기다.
 
나성범의 고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나성범은 내년 새 야구장이 개장하면 지금보다 2배는 많은 관중이 야구장을 찾아오길 진심으로 바란다. “지금도 많이 찾아와주시긴 하지만, 아직 다른 팀에 비해선 부족하단 걸 느껴요. 올해보다 많은 분이 야구장에 찾아오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저희가 잘하면 많이들 오시겠죠.” 나성범의 말이다.
 
올 시즌 초에는 기자에게 “오늘 취재기자가 몇 분이나 오셨냐”고 묻기도 했다. 몇 명 안 된다고 답하자 나성범은 크게 아쉬워하며 혼잣말처럼 말했다. “우리 팀이 좀 더 많은 관심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후배들이 저렇게 열심히 잘하는데도 그만큼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게 아쉽습니다.”
 
대부분의 선수는 그날그날 자신의 성적만 생각하기도 바쁘다. NC의 리더 나성범은 다르다. 팀의 미래부터 관중 동원, 심지어 미디어의 관심도까지도 염두에 두고 걱정한다. 그래야 동료들이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인기를 모으고, 소속팀 NC가 더 강한 팀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마산야구장에서 보낸 7년 동안, 나성범은 그렇게 스타플레이어로, 팀의 리더로 성장했다. 팀의 미래를 진심으로 염려하는 선수가 과연 몇이나 될까.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마산야구장이 만든 스타, 나성범이 바로 그런 선수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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