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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한의 골든크로스] 민병헌·노경은의 이구동성 "이젠 KIA가 쫓긴다."

김근한 기자 입력 2018.10.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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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몰린 롯데 자이언츠가 극적으로 되살아났다. 투수 노경은과 외야수 민병헌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두 선수는 입을 모아 이제 KIA가 쫓기는 처지가 됐다고 강조했다.
 
롯데 외야수 민병헌(왼쪽)과 투수 노경은(오른쪽)이 팀을 가을야구 탈락 위기에서 구출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광주]
 
분명히 롯데 자이언츠가 불리했다. KIA 타이거즈와의 원정 3연전에서 한 경기라도 삐끗할 경우 롯데의 올 시즌 가을야구는 현실에서 존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7전 4선승제의 시리즈에서 1승 3패로 탈락 위기에 몰린 것과도 같았다.
 
하지만, 롯데는 기적과 같이 분위기를 되살렸다. 그 중심엔 투수 노경은과 외야수 민병헌이 있었다. 악조건 속에서 팀의 승리를 이끈 두 선수의 빛나는 활약이 있었기에 롯데는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갔다.
 
10월 11일 양 팀 간의 선발 맞대결은 팽팽했다. KIA는 헥터 노에시, 롯데는 노경은 선발 마운드에 올렸다. 1승만 해도 되는 KIA가 확실히 더 여유로웠다. 그래도 롯데엔 구세주 노경은이 있었다. 올 시즌 선발과 불펜을 오가면서 팀을 위해 헌신한 노경은은 이날 ‘빅게임 피처’로서 놀라운 완급조절로 맹활약을 펼쳤다.
 
득점 지원은 단 한 점이었다. 롯데는 3회 초 민병헌이 헥터를 상대로 날린 1타점 선제 적시타로 앞서 나갔다. 그사이 노경은이 역투를 펼쳤다. 3회까지 무안타로 상대 타선을 틀어막은 노경은은 4회 초 무사 1루에서 최형우에게 병살타를 유도하면서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6회 말 1사 2루 동점 위기에서 나지완과 최형우를 범타로 잡아낸 노경은의 투구가 백미였다.
 
답답했던 팀 타선도 노경은의 6이닝 무실점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호투에 힘을 냈다. 이번에도 민병헌이 나섰다. 민병헌은 8회 초 무사 1, 3루 기회에서 다시 헥터를 상대로 1타점 중전 적시타를 때리면서 추가 득점을 이끌었다. 롯데는 이어진 전준우의 2점 홈런으로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9회 말엔 마무리 손승락이 등판해 4대 0 완승을 매듭지었다.
 
‘반신욕’ 노경은·‘훈련 열외’ 민병헌이 이끈 소중한 승리
 
민병헌은 헥터에게 강한 면모를 과시하면서 3안타 맹활약을 펼쳤다(사진=롯데)
 
벼랑 끝에서 팀을 구출한 노경은과 민병헌 모두 지친 몸 상태에서 나온 투혼이 빛났다. 사실 노경은은 10월 12일 광주 KIA전 선발 등판을 준비한 상황이었다. 10일 KT WIZ와의 더블헤더 1차전 패배에 외국인 투수 브룩스 레일리가 더블헤더 2차전 선발 등판으로 갑작스럽게 변경됐다. 자연스럽게 하루씩 선발 투수들의 등판이 앞당겨졌다.
 
“사실 오늘 경기에서 7회에도 마운드에 올라갔어야 했다. 그런데 어제 더블헤더 1차전을 무조건 이긴다고 생각해서 많은 양의 불펜 투구를 소화했다. 금요일 등판만 대비하고 있었는데 1차전이 지니까 선발진의 등판이 하루씩 앞당겨졌다. 그래서 광주에 와서 급하게 새벽 1시부터 반신욕으로 몸을 풀면서 ‘쇼’를 했다(웃음).” 노경은의 말이다.
 
이렇게 급히 몸을 풀었지만, 노경은은 시즌 10번째 퀄리티 스타트와 시즌 9승 달성으로 선발의 품격을 선보였다. 노경은은 “팀 타선을 믿고 퀄리티 스타트만 생각하고 공을 던졌다. 점수가 안 나니까 장타를 조심하면서 집중했다. 코치님께서 6회부터 힘이 빠진 걸 아시더라. 여기서 더 던지는 건 내 욕심이니까 공을 넘겼다. 시즌 10번째 퀄리티 스타트 달성에 욕심이 있었다. 그래서 오늘 등판 결과가 뿌듯하다”며 환하게 웃음 지었다.
 
마운드에 노경은이 있었다면 타석엔 민병헌이 있었다. 공격의 선봉장으로 시즌 막판 롯데의 상승세를 이끄는 민병헌이다.
 
“솔직히 어제 더블헤더를 치르면서 너무 힘들었다. 그 여파가 오늘도 있더라. 어제 내가 너무 못해서 팀이 어려운 경기를 했다. 그래서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오늘 경기 전 연습을 일부러 안 했다. 감독님도 부담 없이 하자고 말씀하셨다. 더 잘하려고 하기 보단 편안하게 생각한 게 오히려 잘 풀렸다.” 민병헌의 말이다.
 
이날도 민병헌은 3안타 2타점으로 헥터를 제대로 괴롭혔다. 헥터에 강한 면모를 제대로 보여준 민병헌의 하루였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민병헌은 헥터를 상대로 리그 통산 타율 0.478/ 11안타/ 1홈런/ 5타점/ 2볼넷을 기록 중이다.
 
민병헌은 “헥터가 정말 좋은 투수인데 내가 (헥터의 공을) 잘 치는 편이다. 공을 끝까지 보고 쳤는데 코스가 좋아서 운이 좋았다. ( 지나가던 정훈이 ‘말이 다르다. 헥터의 공이 치기 좋다고 했다’고 폭로했다) 전혀 아니다(웃음). 행운의 바가지 안타가 처음 나와서 잘 풀린 듯싶다”며 쑥스럽게 미소 지었다. 
 
이대로 가을을 끝낼 수 없단 게 민병헌의 마음가짐이다. 아무리 강한 상대라도 롯데 타선이라면 공략할 수 있단 자신감이었다. 민병헌은 “개인적으로 가을에 타격감이 좋아진다. 이왕 하는 거 가을야구를 꼭 해야 한다. 희망이 남았는데 빨리 놀 순 없다. 최근 우리 팀 타선이 상대 에이스 투수들을 계속 무너뜨리고 있다. 지난주에도 켈리·브리검·해커 등을 다 만났는데 이겼다. 후회 없이 부딪혀보겠다”고 힘줘 말했다.
 
“앞에 있는 KIA가 더 불안함을 느낄 거다.”
 
KIA 김기태 감독(왼쪽)과 롯데 조원우 감독(오른쪽)은 시즌 마지막까지 5위 자리를 놓고 다툴 분위기다(사진=엠스플뉴스)
 
노경은과 민병헌이 이구동성으로 한 얘기가 있었다. 바로 이젠 KIA가 쫓기는 처지라는 말이었다. 노경은은 “첫 경기를 잡으면 다시 분위기를 탈 거로 다들 생각했다. 내일 선발 등판 하는 (김)원중이의 구위가 정말 좋다. 긁히면 공략하기 어려운 공이다. 최종전에선 모든 투수력을 투입하면 충분히 싹쓸이 승리가 가능하다고 믿는다. 지면 끝이니까 경기 마지막 순간까지 선수단이 하나가 돼서 더 열심히 뛴다”며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어 노경은은 두산 시절 겪은 한국시리즈 경험을 꺼냈다. 노경은은 “나도 겪어봐서 잘 안다. 2013년 한국시리즈에서 3승 1패를 하고 3연패로 뒤집혔지 않나. 2015년 한국시리즈에선 반대로 밑에서 올라가 우승을 맛봤다. 좋은 경험이었다. 그만큼 유리한 위치에 서 있는 팀이 오히려 압박감을 더 받을 수 있다. KIA가 바로 그런 압박감을 느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경은과 같은 두산 출신인 민병헌도 공감할 수 있는 얘기였다. 민병헌은 오히려 KIA가 쫓기는 처지가 되면서 부담감을 더 느낄 거다. 우리 팀이 더 편안한 심정인 듯싶다. KIA는 지켜야 하고 우리는 도전자 입장이다. 중요한 경기를 많이 해봤지만, 앞서가는 팀이 더 초조하고 불안하다. 그런 점을 잘 이용하면 나머지 두 경기에서 승리를 충분히 가져올 수 있다 며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
 
마지막으로 민병헌은 자신의 고척돔 호성적을 강조하면서 가을야구를 향한 욕심을 내비쳤다. 민병헌의 개인 통산 고척돔 성적은 타율 0.388/ 31안타/ 6홈런/ 15타점/ 6볼넷이다. 4위가 유력한 넥센 히어로즈를 상대로 자신감을 표출한 민병헌이었다.
 
“남은 경기에서 모두 승리하고 꼭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하고 싶다. 약간 불리하지만, KIA와의 2경기만 이기면 마지막 경기 승패는 상관없지 않나. 내가 고척돔에서 진짜 잘 친다(웃음). 그래서 우리 팀이 5위를 해야 한다. 친정 팀과의 한국시리즈는 너무 멀리 있는 얘기다(웃음). 우선 5위를 확정하고 생각해보겠다. 선수단 모두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단 약속을 드린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