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지 일문일답>"악플 때문에 너무 무서웠던 힘든 시기가 있었다"

정대균 2018. 10. 14. 21:5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승 직후 가진 스탠딩 인터뷰에서 만감이 교차되서인지 눈물을 흘리고 만 전인지.
【영종도(인천)=정대균골프전문기자】"울지 않으려 했는데 힘들었던 지난 시간들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많은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14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 오션코스에서 막을 내린 LPGA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25개월만에 통산 3승째를 거둔 전인지(24·KB금융그룹)는 단독 선두로 경기를 마친 뒤 클럽하우스 챔피언 신분으로 마지막조의 경기를 지켜보다 우승이 확정되자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우승 순간의 흥분이 채가시지 않아서인지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공식 인터뷰장에 들어선 전인지는 특유의 차분한 어조로 그동안의 심경 등 쏟아지는 질문에 답했다. 다음은 전인지와의 일문일답이다.

―오늘 뒤진 채로 시작을 했는데 우승을 거뒀다. 지난주에 있었던 UL 인터내셔널 크라운에서도 우승을 했는데 연이어 우승을 해서 기쁘기도 하지만 온갖 감정이 많이 들 것 같다. 소감은
▲우승이 확정됐던 순간 지난 힘들었던 시간들과 함께 그래도 끝까지 믿고 응원해주신 분들이 생각나서 굉장히 눈물을 많이 보였다. 아무튼 너무 기쁘다.

―LPGA 통산 3승이다. 앞선 두 차례는 메이저 대회이다. 따라서 메이저 아닌 대회에서 첫 우승을 했는데 지난 두 시즌동안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가장 힘이 된 사람은
▲메이저 대회에서 두 번 우승하고 난 후에 나도 모르게 3번째 우승도 메이저 대회였으면 하는 욕심이 있었다. 그렇다고 다른 대회에서 전혀 집중하지 않거나 우승을 바라지 않고 플레이를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힘든 시간들이 있었는데 그 시간들을 되돌아보면 어느 순간 한번에 온 게 아니라 조금씩 스스로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스스로를 바닥으로 밀어 넣었던 거 같다. 그럴 때 옆에 있는 사람들이 힘들어했다. 가족은 물론 프로님, 매니지먼트팀 저를 위해주고 생각해주는 사람들을 많이 힘들게 했다. 이번 대회 모든 분들 앞에서 우승으로 보답할 수 있어서 기쁘다.

―지난주 우승한 후 내내 사람들이 계속 전환점이 될 거라고 해서 ‘믿어보려고 한다, 나 자신을 믿어보련다’하고 얘기했는데 사실 지난주에 우승하고 전인지 선수는 진짜 전환점이라고 생각했는가
▲‘전환점이라고 생각을 하고 싶었다’가 맞는 말인 것 같다. 앞서 말했듯이 힘든 시간들이 한 번에 온 게 아니라 조금씩 힘들게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 대회가 너에게 터닝포인트가 될거야’라는 말을 했을 때도 마음이 건강한 상태가 아니니 ‘감사합니다’가 아니라 ‘나는 어떻게 조금씩 힘들어졌는데 한순간에 좋아질 수 있지’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또 다시 제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했었는데 이럴 때 조금 더 마음가짐을 건강하게 생각하고 그 사람들의 진짜 마음을 읽어보려고 노력하자 나를 위해 얘기해주는 분들의 진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보자고 생각하고 믿으려고 했고 마지막 홀 플레이 하면서도 그 말들을 떠올리면서 나 자신을 믿어갔다.

―이번 주에 그 어느 때보다 볼 스트라이킹이 좋았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회 시작하기 앞서서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보니 뜻대로 되지 않아 속상했다. 이번 대회를 하면서 샷이 잘됐다기보다는 믿음이 우승으로 이끌어줬다고 생각한다. '내가 언제 샷이 잘 되서 우승을 했었나'하고 생각하면서 다른 선수들 경기에 덜 반응하고 내 스타일대로 경기에 임하자고 마음 먹었던게 샷 컨디션 여부와 상관없이 우승을 할 수 있었던 큰 이유다.

―마음이 건강한 상태가 아니라고 말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이었는가? 인터넷 악플들과 관계가 있는가
▲관계가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인 것 같다. 큰 부분을 차지했었는데 20살, 21살때 투어에 막 올라와서 우승을 하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면서 인터넷에 제 사진이 나오고 하는게 너무 신기했다. 응원해주시는 실시간 댓글들도 보이고 제가 안되고 안타까운 마음이겠지 생각하려해도 사람으로서 여자로서 참기 힘든 속상한 말들을 듣고 아무리 반응하지 않으려 해도 가슴에 박혀서 떠나질 않았다.

그 말들에 반응하는 제 자신이 밉고 한심하고 그랬다. 그런 것들이 여러 힘든 일들 속에서 저를 밑에서 '더 움직이고 싶지 않다, 일어나고 싶지 않다'라는 마음이 들게 했다. 너무 무서웠다. 그리고 '내가 다시 다른 사람들 앞에서 웃으면서 나라는 사람을 보여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나라는 사람을 보여줬을 때 듣게 되는 욕이 싫어서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을 연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언제나 진실 되게 사람을 대하고 싶었고 그렇게 생활하고 싶었다. 기회가 된다면 앞장서서 그런 분위기를 바꿔보고 싶다. 그 중 하나가 상대선수를 깎아내리는 것 보다는 같이 응원하고 모두가 잘 어우러져서 잘되는 따뜻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25개월만 한국에서 3년 만에 우승인데 인터뷰 내내 울먹이면서 하는데 이겨내는 과정속에서 머리스타일도 바꾸고 했는데 오늘 우승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극복해 나간 과정을 한번더 설명해달라.
▲제가 올해 4월에 머리카락을 잘랐는데 평소에 해보고 싶었던 스타일이고 별 의미없이 조금더 나은 모습을 위해 머리를 잘랐는데 그때도 많이 속상했다. 별 의미없이 헤어스타일 변신이었고 저한테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져다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그것에 대해 루머가 생겨서 한 번 더 속상했다.

누구보다 끝까지 응원해주신 분들인데 안좋은 방향으로 다른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게 속상했고 지나고 보면 작은 것들인데 그때의 저한텐 작지 않았다. 너무 크게 반응했었고 그런 것들이 모여 한때는 바닥이 있는 이곳에서 움직이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스스로 정신상태가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지난 생일에 한국에 있으면서 할머니가 다치셨다는 소식을 접하고 할머니께 생일축하를 받고 싶어 새벽부터 할머니에게 달려갔다. 그런데 할머니가 나를 기억을 못하셨다. 중환자실에 계셔서 30분 밖에 면회를 하지 못했다. 시간이 다 돼 나오는 순간 손을 잡고 해 주신 ‘건강해야 돼’라는 한 마디를 들었다. 어쩔 수 없이 나와야하는 상황에서 그 말을 듣고 ‘내 건강하지 못한 정신 상태를 건강하게 해 봐야겠다’ 하면서 ‘그것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생각을 했다.

―인스타그램보면 올해 부진을 떨쳐보려는 노력으로 열기구를 탄다거나 최근에 아이스하키도 배우는 것 같은데 기량회복이나 컨디션회복에 도움이 되는가. 그리고 할머니는 자신의 인생에서 어떤 분인가
▲인스타그램이라는 공간에서 보여지는 모습이 모두가 아시다시피 전부가 아니다. 열기구를 타고 아이스하키를 하고 좋은 곳에 가서 사진을 찍었다고 해서 골프가 뒷전이었던 적이 한번도 없었다. 사람마다 다 다른 것 같다. 인스타라는 공간을 골프에 관련된 것으로 채우는 사람도 있고 나 같은 경우는 또 다른 전인지의 모습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인스타에 올라와 있는 사진 속 그 순간들은 제가 모두 다 행복했던 순간이고 같이 공유하고 싶었던 것을 올렸다.

어린 시절 가정 형편이 여의치 않아 부모님보다는 할머니와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할머니랑 밥을 먹고 할머니가 해주시는 음식과 반찬들로 할머니랑 하루를 보내면서 먹고 자랐다. 가족이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있겠나. 가족이 아프다는 것은 속상한데 소중한 사람이 저를 기억하지 못했을 때는 너무 슬펐다.

할머니가 제 골프경기를 보는 게 하루의 일상이셨는데 그런 할머니께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은데 그런 기회를 놓치고 만들어내지 못하는 저한테 스스로 힘들게 하기도 했는데 오늘 할머니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돼 너무 기쁘다. 할머니가 병원에서 많이 기뻐하시고 ‘손녀딸 잘했다’ 해주시면 너무 감사할 것 같다.

―오늘 어떻게 자축을 할 것인가
▲저도 몰랐는데 한국에서는 오늘이 와인데이라고 한다. 선수들이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머무는데 바우처가 있었다. 제가 남은 돈을 바꿔서 와인 한 병을 받았다. 그래서 가족들과 함께 다 같이 이곳에서 받은 와인으로 축하할 예정이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