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원 감독 복귀까지 비하인드스토리 - 숨은 '삼고초려'있었다

최만식 2018. 10. 17.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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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하자마자 훈련장으로 뛰어나갔다."

15일 수원 삼성 클럽하우스에서 서정원 감독(48)의 복귀 현장을 목격한 수원 관계자의 증언이다.

수원 관계자는 "인천공항에 도착한 시간이 낮 12시였다. 공항에서 수원으로 이동한 뒤 오후 3시 예정된 팀 훈련 시간에 임박해 도착하자 마자 여장을 풀 겨를도 없이 트레이닝복만 갈아입고 나가더라"며 "잠시 떠나있는 동안 그라운드가, 제자 같은 선수들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한 눈에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원의 레전드 서 감독의 복귀는 이처럼 전격적이었다. 한 달 보름 전, 사퇴의사를 밝힐 때도 전격적이었다. 지난 8월 28일 서 감독은 전북과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을 앞두고 돌연 사퇴의사를 구단에 전한 뒤 자취를 감췄다. 겉으로 성적부진과 일신상의 이유를 내세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말하지 못할 내적 불협화음이 누적된 가운데 가족까지 겨냥한 일부 팬들의 악성 댓글이 서 감독의 인내심의 한계를 무너뜨렸다. 당시 서 감독은 '현역 은퇴 이후 한 번도 나만의 시간을 갖지 못하고 달려왔다. 이참에 자신도 돌아보며 재충전의 시간을 갖겠다'며 수원과의 결별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그리고는 10월 2일 독일로 홀연히 떠났다. 그랬던 그가 15일 수원 감독으로 복귀했다. 2019년까지 계약이지만 올 시즌까지만 팀을 맡겠다는 시한부 복귀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까.모두가 궁금해 하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다.

▶숨은 '삼고초려'가 있었다

서 감독이 복귀를 결심하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말 만들기 좋아하는 이는 '떠날 때는 언제고 아쉬우니까 돌아오느냐'고 토를 달겠지만 속사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구단 관계자와 측근들에 따르면 서 감독의 복귀에 숨은 공신은 따로 있다. 수원 구단의 총책임자인 박찬형 대표이사였다. 박 대표는 모기업 제일기획의 부사장을 겸하고 있지만 서 감독에 대한 신임은 두터웠다. 서 감독은 당초 사퇴의사를 구단에 전달한 뒤에도 박대표와 여러차례 접촉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마다 박 대표는 서 감독을 집요하게 설득했다. "수원 삼성은 감독 서정원을 내보낼 생각이 없다. 일단 상처받은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여기겠다. 당신이 남은 임기 동안 (감독)자리를 비워둘 것이다. 당분간 휴가 받는다고 생각하고 다시 생각해보라."

복수의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서 감독의 사퇴 표명 이후 박 대표는 '향후 차기 감독에 대해 물색하지도 말라. 서 감독은 내가 어떻게 해서든 설득할 것이니 다른 잡음이 나오지 않도록 하라'는 취지의 '엄명'을 내렸다고 한다. 사실 서 감독이 사퇴 의사를 던졌을 당시 수원의 성적이 저조한 것도 아니었고 사퇴를 수용할 만한 '결격사유'가 있던 것도 아니었다. 서 감독은 9월 말 출국하기 직전까지 박 대표의 끈질긴 설득을 받았다. 박 대표는 1대1 면담도 하면서 그동안 말못한 고충도 들으면서 둘 만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당초 9월 말 독일로 출국하려고 했던 서 감독은 둘째 아들의 군 입대를 배웅하기 위해 10월 2일로 출국 일정을 늦췄다. 홀가분하게 머리를 식히려 떠났지만 쉬어도 쉬는 게 아니었다. 박 대표로부터 '기다리고 있다. 여전히 수원 감독은 서정원'이라는 메시지가 계속 날아들었다. 결국 서 감독은 복귀하기 직전인 지난 주말 지인들에게 "구단 대표께서 저토록 말씀하시는데 계속 내 고집을 피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다"며 고심을 거듭했다고 한다.

▶선수단-팬들에 대한 미안함이 더 커졌다

서 감독은 이번에 복귀하면서 올 시즌까지만 팀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재계약 당시 그의 계약조건은 '2년+1년 옵션'이다. 일단 사퇴 의사를 표명한 만큼 올시즌 팀 성적과 관계없이 남은 기간 시즌 마지막까지 책임을 지고 조용히 떠나겠다는 뜻이다. 서 감독이 보장된 임기를 마다하고 책임감을 중시한 데에는 박 대표의 '삼고초려' 외에도 큰 '압박'이 있었다. 서 감독은 독일로 떠날 때까지만 해도 모든 짐을 내려놨으니 홀가분할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마음 한켠은 늘 그라운드에 머물렀다. '천생 축구인'으로 살아온 흔적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었다.

선수단이 적잖이 동요했다. 수원의 중고참 선수들은 서 감독을 바라보고 따라왔던 제자들이기에 더욱 그랬다. 대신 지휘봉을 잡았던 이병근 감독대행은 이달 초 상주와의 K리그1 32라운드를 앞두고 "팀 분위기가 이제 안정화되는 단계다. 하지만 서 감독께서 떠난 이후 일부 이탈자도 나왔었다"며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이날 상주전에서 승리했기 망정이지 이전까지 수원은 6경기 연속 무승(4무2패)으로 부진하며 서 감독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졌다. 이같은 사실을 모를 리 없었던 서 감독은 홀가분한 휴식은 커녕 점점 커지는 미안한 마음에 시달려야 했다. 일부 팬들의 악플로 인해 상처받았던 마음도 시간이 지나면서 팬들에게 대한 미안함으로 바뀌어갔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시즌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텐데….' 결국 마음 약하기로 소문난 서 감독은 스스로 고집을 꺾었다. 사퇴 의사를 번복하는 모양새로 인해 또 다른 비난을 받겠지만 구단과 선수단과의 의리를 외면하지 못한 감독, 책임지고 떠나는 감독으로 남는 것이 현재의 그로서는 조금 더 행복한 선택이었다. 10월 말 귀국 예정이었던 그가 부리나케 돌아와 훈련장으로 달려간 이유이기도 하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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