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박공원의 축구 현장] J리그를 호령하는 '경계인' 사령관 조귀재 감독

박공원 2018. 10. 25. 14:53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공원의 축구 현장] J리그를 호령하는 '경계인' 사령관 조귀재 감독

(베스트 일레븐=히라쓰카/일본)

▲ 박공원의 축구 현장

박항서 베트남 감독의 예시에서 보듯, 한국인 지도자는 아시아 각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강인한 정신력과 훌륭한 근면성, 축구에 대한 안목을 두루 갖추고 있어 아시아 각국에서 톱 클래스 지도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슈퍼리그와 일본 J리그 등 다른 아시아 리그에서도 한국인 지도자를 찾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한국 지도자가 외국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건 한국 축구에도 큰 복이다.

그렇다면 재일한국인(在日韓國人) 지도자는 어떨까? 국적은 한국이지만, 나고 자란 곳이 일본인 사람들이라는 건조한 문구로 이들을 소개하기에는 그들이 겪는 고충은 매우 고되고 괴롭다. 정대세·리 타다나리(한국명: 이충성)의 사례에서 보듯, 이들은 한국과 일본 어느 한쪽에 속하기가 쉽지 않은 경계인이다. 어느 쪽에서도 가진 실력을 인정받고 성공하기란 매우 어렵다.

하지만 일본 J리그에서 그 한계를 뛰어넘고 지도자로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인물이 있다. 지난 2012년부터 일본 클럽 쇼난 벨마레를 이끌고 있는 조귀재 감독이다. 한국 지도자가 한국 팀에서도 5년을 버티기가 힘든 게 현실인데, ‘경계인’인 조 감독이 일본 클럽을 무려 7년이나 이끌고 있다는 점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그래서 히라쓰카로 달려가 조 감독을 직접 만났다. 일본 J리그에서 오랫동안 팀을 맡고 있는 한국인 지도자가 있다는 정도로 조 감독을 알고 있는 한국 팬들에게 좋은 정보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쇼난 벨마레는 나의 심장과도 같은 팀”

Q. 만나서 반갑다. 한국팬들이 궁금해할 것 같으니 먼저 본인 소개부터 부탁한다.
A. “조귀재 감독이다. 일본 교토 출신이며, 1989년 가시와 레이솔의 전신인 히타치 축구단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우라와 레즈·빗셀 고베에서 선수 생활하다 1997년 현역에서 은퇴했다. 독일 쾰른 체육대학에서 지도자 수업을 받았으며, 쇼난 벨마레에서는 올해로 14년째 근무 중이다. 유스 지도자로 4년, 프로팀 수석 코치로 3년, 그리고 지난 2012년부터 햇수로 7년째 프로팀 감독을 맡고 있다.”

Q. 한 팀에서 14년이나 근무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듯하다.
A. “물론 나도 이렇게 오랫동안 머물 줄 몰랐다. 쇼난 벨마레의 정책 덕분이지 싶다. 쇼난 벨마레는 돈이 많지 않은 팀이라 선수 육성으로 생존해야 한다. 어려운 여건이나 어린 선수를 키우는 맛이 있는 팀이다. 이기고 지는 게 중요하지 않았다.”

Q. 쇼난 벨마레의 유소년 육성 정책에 대해 듣고 싶다. 유소년 지도자 시절부터 몸담았으니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듯하다. 그리고 어려움도 상당했을 듯한데
A. “클럽에서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장기 프로젝트를 세웠다. 2015시즌에는 1군 선수의 절반 이상을 유스 출신 선수로 메우자는 것이었는데 그 목표를 달성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다. 프로팀 지도자가 됐던 2012년에는 선수 평균 연령이 만 22세에 불과했다. 지금은 일본 국가대표팀에도 발탁되고 있는 엔도 와타루(신트 트라위던/벨기에)도 우리가 길러낸 선수 중 하나다. 가시마 앤틀러스에서 뛰고 있는 일본 국가대표 료타 나가키 역시 당시 제자였다. 길러내는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프로젝트 달성 직후인 2016년에 선수들이 무척이나 많이 팀을 떠났다. 선수들을 육성시킬 때 이렇게 많이 떠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선수단을 육성하면서 우리만의 색깔을 가져가려고 했기에 다른 구단에 많은 선수를 빼앗겼던 게 무척 아쉬웠다.”

Q. 두 번의 J2리그 강등을 경험하고도, 세 번의 J1리그 승격을 이룬 지도자라는 이력은 상당히 흥미롭다. 보통 강등을 경험하면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게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A. “다른 팀 감독들은 아마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일 것이다. 말했듯이 강등이 되면 감독이 해고되는 게 일반적 상식이다. 나 역시 그만두고 싶었다. 하지만 구단에서 만류했다. 구단에서 어린 선수를 훌륭하게 성장시켰다는 점을 인정해주셨다. 그게 내가 지금까지 감독직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본다. 무척이나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구단과 코칭스태프간 신뢰는 정말 강하다. 그래서 나는 쇼난 벨마레를 나의 심장과 같은 팀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헌신할 자세가 되어 있다.”


“한국의 어린 선수 이끌고 일본과 상대하는 꿈을 꾼다”

Q. 조심스러운 질문이다. 조 감독은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지만, 정확히는 재일한국인이다. 재일한국인의 신분적 특성상 이 정도로 훌륭하게 자리를 잡는 게 결코 쉽지 않았을 듯하다.
A. “나는 한국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상당히 많은 재일한국인이 이름을 일본식으로 개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나는 한국인 조귀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재일한국인은 남들처럼 살면 안 된다고도 생각했다. 인정받기 위해서는 서너배 노력해야 한다고 봤다. 나는 한국인과 일본인 사이에 서 있는 ‘경계인’이다. 내게는 조국인 한국이 무척 소중하며, 일본 역시 내가 나고 자란 국가이기에 소중하다. 나는 남들과는 다른 중간 지점에 놓인 사람이며,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Q. 한국인과 일본인의 강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점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했을 듯하다.
A. “그렇다. 한국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근성과 근면성실함, 일본인들의 강점인 시스템을 잘 조합하고자 했다.”

Q. 한국 축구를 월드컵을 비롯해 여러 통로로 지켜봤을 듯하다. 한국 축구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가지고 있나?
A. “종종 K리그 선수들을 볼 때마다 과거에 비해 특징과 개성이 없어지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자율적인 축구를 하는 것 같아 보기 좋기는 한데 아쉽기도 하다. 예를 들면 손흥민의 경우에는 토트넘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선수인데, 대표팀에 오면 활약상이 반감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 원인 중 하나가 함께 뛰는 선수들의 개성과 특징이 다소 흐릿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Q. 마지막 질문이다. 재일한국인 지도자로서 한국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도 했을 법한데
A. “물론이다. 언젠가는 꼭 한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해보고 싶다. 지금까지 재일한국인이 한국 무대에서 감독으로 활약한 경우는 한 번도 없다고 들었다. 그래서 도전해보고 싶기도 하다. 특히 일본에서 어린 선수들을 많이 가르쳐봤기 때문인지 한국의 어린 선수들을 길러보고 싶다. 만약 기회가 주어진다면 선수들의 의견을 수렴해 특징 있는 팀을 만들어보고 싶다. 종종 ‘일본 축구 성지’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한국의 어린 선수들로 구성된 팀을 이끌고 일본과 승부하는 꿈을 꾸기도 한다. 상상만 해도 재미있다. 물론 그런 꿈을 달성하려면 해결해야 할 여러 숙제가 있다. 예를 들면 아직 한국어가 서툴러서 좀 더 공부해야 한다. 하지만 그래도 꼭 해보고 싶다. 반면 일본에 계속 남게 될 경우에는 쇼난 벨마레에 머무를 것이다. 팀을 이끌면서 빅 클럽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은 적도 있다. 하지만 쇼난 벨마레는 내 심장과도 같은 팀이다.”


글·사진=박공원 칼럼니스트(前 안산 그리너스 FC 단장)
사진=쇼난 벨마레 제공

축구 미디어 국가대표 - 베스트 일레븐 & 베스트 일레븐 닷컴
저작권자 ⓒ(주)베스트 일레븐.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www.besteleven.com

Copyright © 베스트일레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