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임창용 방출의 미스테리

이형석 2018. 10. 2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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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이형석]
'동행'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는 KIA의 레전드 대우는 형편없다.

1998년 12월 14일, 해태는 임창용을 삼성으로 트레이드 하며 양준혁·곽채진·황두성에 현금 20억원을 받았다. 당시 20억원은 굉장히 큰 액수였다. 모기업의 재정이 좋지 않던 탓에 선수를 팔아 부족한 구단의 운영 경비를 채운 것이다. 임창용은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고향팀을 떠나야만 했다.

2018년 10월 24일, 임창용은 다시 한 번 고향팀 KIA로부터 아픔을 당했다. 갑작스런 방출 통보였다.

임창용이 올 시즌 여러 보직을 두루 소화하며 팀을 위해 헌신했고, 또 마운드에서 경쟁력을 선보였기에 '방출은 의외다'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의 방출은 미스테리다.

사실 KIA는 일찌감치 임창용의 방출을 염두했다. KIA 고위 관계자에게 시즌 종료 후 임창용의 거취에 대해 묻자 "현장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임창용이 현역 최고령 투수로서 좋은 활약을 선보이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구단에선) 나이와 관계없이 1군 성적으로만 평가한다. 팀에 더 많이 도움이 되는 선수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재계약 불가 방침 의사를 내비쳤다.

설득력이 없는 핑계에 가깝다. 임창용은 나이와 관계 없이 경쟁력을 보여줬다. 올해 5승5패 4홀드 4세이브 평균자책점 5.42를 기록했다. 셋업맨 및 마무리 투수로 활약한 6월까지 2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92로 굉장히 좋았다. 선발 전환 후 초반에 다소 부진했지만, 9월 이후에는 2승1패 평균자책점 4.31로 잘 던졌다. 7경기 가운데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도 3차례 기록했다. 양현종의 부상 속에 선발로테이션을 빠짐 없이 소화한 선수는 임창용과 헥터 노에시 둘 뿐이었다. 성적으로 '재계약 불가'를 통보할 수 없다.

특히 팀을 위해 헌신했다. 불펜 투수로 시즌을 맞기 전엔 "처음으로 홀드왕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으나 팀 사정으로 마무리, 이후에는 선발 투수까지 맡았다. 그런 그에게 돌아온 대가는 '재계약 불가' 통보였다.

KIA는 임창용의 방출 이유로 '신예 육성'을 얘기한다. 조계현 KIA 단장은 "젊은 투수들에게 더 기회를 주기 위함이다"고 말했다. KIA의 마운드 사정상 신예 육성이 필요하지만 아직 그를 대체할 선수가 없는 상황에서 레전드의 방출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KIA가 해외원정도박 파문으로 삼성에서 방출당한 임창용을 끌어안은 건 맞지만 이같은 인위적인 세대 교체 및 육성은 오히려 팀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 KIA 선수들은 '나도 언젠가 베테랑이 되면, 저렇게 갑자기 방출당할 수 있겠구나'라는 의식을 갖게 된다.

때문에 이번 방출 조치는 KIA가 임창용과 코칭스태프의 불화설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시즌 도중 'KIA가 올 시즌 종료 후에 임창용과 계약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일종의 '괘씸죄'를 적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KIA의 이번 임창용 방출은 베테랑에 대한 예우가 전혀 없음을 보여준다. 이전에도 그런 적 있다. 또 한 명의 레전드 이종범(현 LG 코치)의 은퇴 역시 이번과 비슷했다.

현장에서 방출 및 은퇴 요청을 하더라도 중간에서 이를 잘 조율하는 것도 구단의 역할이다. 특히 팀을 대표하는 레전드라면 더욱 그렇다.
KIA는 20년 전 선수 의사와 관계없이 고향팀을 떠나게 했던 임창용을 다시 한 번 등 떠밀며 밀어냈다.

이번 임창용의 방출로 구단이 강조하는 슬로건 '동행'은 KIA와 전혀 어울리지 않게 됐다.

이형석 기자 lee.hyeongseok@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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