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안 감독의 작심발언 "사람이 아픈데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다"

서장원 2018. 11. 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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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아픈데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는 꼴입니다."

전화기 넘어로 들려온 경찰야구단 유승안 감독의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

경찰야구단의 해체가 눈 앞에 다가왔음에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야구계를 지켜본 유 감독은 답답함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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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유승안 감독이 APBC야구대표팀과 경찰청과의 평가전에서 선수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강영조기자 | 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사람이 아픈데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는 꼴입니다.”

전화기 넘어로 들려온 경찰야구단 유승안 감독의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 경찰야구단의 해체가 눈 앞에 다가왔음에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야구계를 지켜본 유 감독은 답답함을 호소했다.

정부의 의무 경찰 단계적 폐지 방침의 일원으로 경찰야구단은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됐다. 당장 신규 선수 모집 중단이 확정됐고, 남아있는 20명으로 야구단을 꾸려가야하는 상황이다. 유 감독은 “정부의 정책에 반(反)할 생각은 없다. 다만 2020년 도쿄 올림픽 때까지만이라도 선수들을 뽑게 해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우리도, KBO도, 구단도 제대로 준비를 할 수 있다”며 읍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 감독은 “아직 KBO 차원에서는 끝나지 않았을지 몰라도 이 문제는 일단 내 손은 떠나갔다”며 자신은 더 이상 손 쓸 방도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젠 KBO나 야구계가 정치권과 해결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유 감독이 가장 아쉬워하는 대목이 바로 이 지점이다. 경찰야구단의 회생을 위해 누구보다 발벗고 나서야 할 야구계의 움직임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유 감독은 “축구쪽이 협회 차원이나 현역 감독들, 선수들이 축구단 해체를 막기 위해 발 벗고 나섰듯 야구계도 움직여줬으면 좋겠다. 지금은 경찰야구단이 없어지는 걸 안타까워하면서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다. 사람이 아픈데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경찰야구단은 내년 시즌을 끝으로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될까. 캡처 | 경찰야구단 홈페이지
지난 2005년 12월 1일 창단된 경찰야구단은 그간 상무와 함게 야구계에 순기능을 해왔다. 프로 선수들이 군복무 기간 경력 단절이 되지 않고 퓨처스리그에서 경기를 소화하며 기량을 유지할 수 있는 합법적인 곳이 경찰야구단이었다. 장원준, 양의지, 정수빈, 안치홍 등 수많은 선수들이 경찰야구단을 거쳐 급격한 기량 발전을 이뤄냈다. 경찰야구단에서 보낸 시간이 자신의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됐다는 선수들도 많다. 그만큼 각 구단 뿐 아니라 야구계 전체에 경찰야구단이 미친 긍정적인 파급 효과는 컸다. 유 감독은 “여태까지 경찰야구단은 야구계에 소금과 같은 존재였다. 그런데 이렇게 허망하게 없앤다는 건 말이 안된다. 경찰야구단 해체로 우리만 피해를 보는게 아니다. 결국엔 한국야구 전체가 피해를 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수 부족으로 야구단 운영이 힘들게 됐지만 경찰야구단은 내년 시즌에도 리그에 참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유 감독은 “최근 경찰청에서 리그 참여에 대한 문의가 들어와 참여한다고 말했다. 무조건 리그에 참여할거다. 지금 남아있는 선수들을 그냥 일반병으로 보낼 순 없다. 실전 경기 없이 연습만 하고 있을수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KBO 정운찬 총재는 지난 1일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을 만나 “경찰야구단 선수를 뽑지 않는 게 확정된 만큼 대안으로 내년 국군체육부대(상무) 모집 인원을 10명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상무 충원 인원은 14명인데 정 총재의 요청이 받아들여지게 되면 총 24명이 상무에 들어오게 된다. KBO는 추가로 들어온 10명을 내년 퓨처스리그 때 경찰야구단에 파견해 정상적인 리그 참여로 이끌 계획이다. KBO 장윤호 사무총장은 “10명이 경찰야구단에 파견되면 총 30명의 선수들로 내년 퓨처스리그에 정상적으로 참가할 수 있다. 내년 시즌이 끝나면 기존 20명이 전역하게 되고 파견됐던 10명이 다시 상무로 돌아오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대로라면 내년 시즌 종료 후 경찰야구단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경찰야구단이 그간 야구계에 기여한 바가 큰 만큼 마무리를 잘 할 수 있게 돕겠다는 것이 KBO의 입장이다. 물론 충원 요청이 받아들여져야 가능한 일이다.
superpow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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