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멱살'까지 다짐한 최용수, 말 많고 탈 많던 박주영도 소환했다

임성일 기자 입력 2018.11.09. 16:44 수정 2018.11.0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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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수 FC서울 감독(오른쪽)과 박주영이 8일 구단 미디어데이에 나란히 참석했다. (FC서울 제공) © News1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지난달 25일 FC서울의 훈련장이 위치한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구단 정기 미디어데이 때 최용수 감독은 "최악의 상황에서 돌아온 것 같다. 팀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선수들에게 빨리 탈출구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크다"면서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더도 덜도 없이 '비상사태'라고 진단했던 최 감독은 "이것이 FC서울의 모습은 아니다. 선수들 멱살을 잡아서라도 정상적으로 되돌리는 것이 내가 해야 할 가장 큰 역할이라 생각한다"는 다부진 목소리를 전한 바 있다.

당시는 최용수 감독의 복귀 후 첫 회견과 다름없었다. 그에 앞서 제주유나이티드 원정경기로 컴백을 알리긴 했으나 공식적인 개인 회견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그 자리에서부터 최 감독은 '멱살잡이'라는 강한 표현까지 서슴없었다.

최 감독의 우려대로 서울은 좀처럼 비틀거림을 바로잡지 못했다. 최용수 감독의 복귀전이던 지난달 20일 제주 원정에서 0-1로 패했고 스플릿 라운드 첫 경기였던 10월27일 강원전에서는 1-1로 비겼으며 지난 4일 대구 원정도 1-1로 끝났다. 결과적으로 서울의 무승은 12경기(5무7패)로 늘었다.

하지만 '내용'은 달라졌다. 이전까지 자신감이 바닥에 떨어져 움직임 자체가 무겁던 선수들은 홈에서 열린 강원전을 기점으로 능동적으로 변했다는 게 중론이다.

최용수 감독은 "지금은 승리보다 중요한 게 생존"이라면서 "아직까지 수비적인 면에서는 아쉬운 모습이 있고, 승리한 기억이 워낙 오래돼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쫓기는 것은 있다. 그러나 바닥을 쳤던 자신감이 달라졌고 무기력했던 선수들이 '공격 앞으로'를 외치고 있다. 지금 서울은 조금씩 전진하고 있다"며 고무적인 변화가 보인다는 뜻을 피력했다.

희망의 단초를 본 최용수 감독은 지난 8일 구단 미디어데이에 또 예상치 못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말 많고 탈 많았던 주인공 박주영을 선수 대표로 동석시킨 것이다.

현재 FC서울은 8승13무14패(승점37)로 9위다. 최하위 전남 드래곤즈(8승8무19패‧승점32)와는 승점 5점 차에 불과하다. 그리고 서울은 오는 11일 안방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전남과 맞대결을 펼친다. 지긋지긋한 무승고리를 끊고 FC서울과 어울리지 않는 단어인 '강등'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야하는 벼랑 끝 승부다. 이 결승전 같은 무대의 출사표를 던지는 자리에 최용수 감독은 박주영과 함께 했다.

그림자를 자처한 박주영은 위기의 FC서울을 구할 수 있을까. © News1

시즌 초 황선홍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을 때도, 이을용 감독대행이 사령탑에 올랐을 때도 박주영은 불필요한 일들로 도마에 올랐다. 부상이든 부진이든, 좀처럼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SNS 상으로 논란을 일으키면서 팀에 그리 좋은 영향을 주지 못했다.

감독의 컨트롤에서 박주영이 벗어났다는 이야기까지 들렸다. 경기에는 나서지 않은 채 잡음들만 무성했고,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FC서울과 박주영을 괴롭혔다. 당연히 최용수 감독도 그 내용을 알고 있었다.

최 감독은 부임 무렵 "세간에 떠도는 박주영의 이야기들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내 "하지만 이제는 내 품 안에 있는 선수다. 지나간 말과 행동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면서 "과거 좋았을 때의 플레이를 기대할 수는 없겠으나 박주영만의 장점, 그것을 효과적으로 끄집어내는 게 중요하다"는 말로 안고 가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리고 곧바로 공식 미디어데이 때 대동했다. 박주영이 FC서울 미디어데이 때 선수 대표로 나선 것은 올 시즌 초를 제외하면 기억을 찾을 수 없다.

이날 박주영은 "90분을 뛸 수도 있고 10분을 뛸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 주어진 시간 동안 능력을 모두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개인적인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동료들이 잘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말로 그림자가 되겠다는 뜻을 전했다.

정치적인 액션이든 진심이든 박주영의 공개발언은 한동안 보지 못했던 일이라 자못 흥미롭다. 멱살을 잡고 끌고나온 것이든 진심으로 손을 내민 것이든 '뜨거운 감자' 박주영이 전면에 나서 "팀을 위해 희생하겠다"는 각오를 전했으니, 어쨌든 최용수 감독의 손길이 팀에 가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lastuncl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