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을 품은 비룡, V5 도전을 위한 선택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2018. 11. 13. 16:3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SK가 한국시리즈 우승 다음날 새 사령탑에 염경엽 단장을 선임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SK는 13일 염 단장과 3년 총액 25억원(계약금 4억원·연봉 7억원)에 감독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한국시리즈 우승 확정 직후 10시간도 안돼 이뤄진 깜짝 발표다. SK를 정규시즌 2위로 이끈 트레이 힐만 감독은 구단의 재계약 제안을 거절했다. 그는 정규시즌 최종일인 지난달 13일 건강이 좋지 않은 양친과 가까이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개인 사정을 털어놓으면서 “포스트시즌을 끝으로 SK를 떠나겠다”고 밝혔다. SK는 재계약 대상자인 힐만 감독이 결별을 공식화함에 따라 포스트시즌과 별개로 새 감독 인선 절차에 속도를 내왔다.

프로야구 SK가 트레이 힐만 감독의 후임으로 염경엽 현 단장을 13일 선임했다. SK는 제7대 감독으로 염 단장을 선임하고 3년간 계약금 4억원, 연봉 7억원 등 총액 25억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SK와이번스 제공

■SK는 왜 염경엽을 선택했나 힐만 감독이 사임 의사를 밝힌 이후 염 단장은 후임 감독 유력 후보로 일찌감치 예상됐다. 염 단장은 2년 전에도 계약 종료를 앞둔 김용희 감독의 후임으로 거론됐다. 당시 넥센 사령탑이었던 염 단장이 시즌 중 구단과 갈등을 빚는 중에 SK행 루머가 돌아 논란을 빚었다. 결국 시즌 뒤 넥센을 떠났고, SK 단장으로 선임됐다. SK는 2년 전 감독 후보를 단장으로 영입한 것이 감독으로 앉히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의혹을 받아왔는 데 결국 현실이 됐다.

SK는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결심을 밀어붙였다. 염 감독은 구단 고위층에서 두터운 신뢰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단 내부 분위기도 염 감독으로 기울었다. 안정적인 ‘시스템 야구’ 안착을 위해서 단장 역할을 더 수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유일한 걸림돌이었다.

염 감독은 현재 KBO리그에서 주가가 가장 높은 지도자 가운데 하나다. 지난 두 시즌간 몇몇 팀 사령탑 후보로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염 감독은 넥센 감독 시절 팀을 4년간 이끌면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지난 2년간 단장으로 SK가 추구하는 선진형 야구 시스템 ‘매뉴얼 야구’의 토대를 만들기도 했다. SK 야구의 방향성과 함께 ‘팬과 함께 하는 야구’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는 판단이다.

몸값에서 그 기대치를 알 수 있다. 염 감독의 연봉 7억원은 두산 김태형 감독, KIA 김기태 감독, LG 류중일 감독, 김경문 전 NC 감독 등(이상 5억원)을 뛰어넘은 KBO리그 최고 금액이다. 메이저리그 감독과 일본시리즈 정상을 밟은 힐만 감독의 연봉 60만달러(약 6억8300만원)와 비슷한 수준의 파격 대우다.

■염경엽의 첫 우승, SK V5 도전 성공할까 선수 출신 단장이라는 커리어를 쌓은 염 감독 역시 감독으로 복귀해 한국시리즈 정상을 밟아보고자 하는 욕심이 컸다. 염 단장은 2014시즌 한국시리즈 준우승이 감독으로 최고 성적이다. 염 단장은 “언젠가 감독으로 돌아온다면 우승권 전력을 갖춘 팀에서 해보고 싶다”는 욕심을 밝히기도 했다.

힐만 감독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면서 염 감독은 부담감을 안고 출발선에 섰다. 일단 염 감독은 SK의 약점으로 꼽히는 디테일을 채울 적임자로 기대를 받는다. 반대로는 선수단과 두터운 신뢰 관계를 쌓았던 힐만 감독의 그림자도 이겨내야 한다. 선수들을 편안한 분위기 속에 야구하도록 만든 힐만의 리더십은 기존 국내 감독들이 만들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염 감독은 “힐만 감독님이 잘 다져오신 팀을 맡게돼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 인천에서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시작했는데, 감독으로서 인천 연고팀을 맡아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그러면서 “프로야구를 구성하고 있는 3가지 주체인 구단, 선수단, 팬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감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구단 내부적으로는 신임 단장 선임을 두고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매뉴얼 야구’의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내부 승격이 이상적이지만 전임 단장이 감독이 되면서 단장이라는 포지션 자체가 애매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SK는 구단 전통에 따라 힐만 감독이 출국하기 전인 15일 인천 문학경기장 내 그랜드 오스티엄에서 감독 이·취임식을 열 예정이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