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태의 독일일기] 독일에서 '차붐'의 인기는 여전히 뜨겁습니다

유현태 기자 입력 2018. 11. 14. 10:00 수정 2018. 11. 1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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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전히 독일 팬들에게 인기만점인 차범근 전 감독.

[스포티비뉴스=프랑크푸르트(독일), 유현태 기자] 한국 축구 역대 최고의 선수를 꼽으라면 누구일까. 여러 선수들의 이름이 거론될 가능성이 있지만, 독일에서라면 그 대답은 간단해질 것 같다. 바로 차범근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아닐까.

SBS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차 전 감독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차 전 감독은 당시 프랑크푸르트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현지 팬들의 애정공세를 받았다. 그를 기억하는 독일 축구 팬들의 마음이 특별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로부터 4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차 감독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지구 반대편에서 온 축구 선수가 독일 사람들의 가슴에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이다.

지난 10일 호펜하임의 홈구장 라인넥카 아레나를 찾았다. 구자철의 소속팀 아우크스부르크가 원정을 떠나 호펜하임과 맞붙었다. 팀차붐플러스를 만나기 위해 구자철이 짧게나마 시간을 내기로 했다. 경기를 마치고 구자철을 기다리는 동안 팀차붐플러스 선수 16명과 차 전 감독이 이야기를 나눴다.

그 주변을 서성이는 독일 팬 두 명. 이름을 얀센과 리들링어라고 밝힌 팬이 목에 두른 머플러를 보니 아우크스부르크를 응원하는 이들이다. 차 전 감독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이들에게 물었다. "저 사람이 누군지 아시나요?" 대답은 간결했다. "당연하죠. 붐쿤차. 프랑크푸르트의 위대한 선수."

▲ 차범근 전 감독과 사진 촬영을 기다리는 두 아우크스부르크 팬, 리들링어(왼쪽)와 얀센이다.

차 전 감독은 분데스리가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공격수 중 하나로 꼽힌다. 308경기에 출전해 98골을 기록한 그는 역대 외국인 선수 득점 순위에서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현 아스널)과 함께 공동 7위를 기록하고 있다. '붐쿤차'는 프랑크푸르트에서만 빛나는 선수가 아니었다.

젊어보이는 리들링어는 차 전 감독에 대해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일까. 그는 "주변에서 이야기를 들어서 잘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여전히 선수 차범근을 기억하는 이가 많기에 그 역시 자연스레 알게 됐다는 설명이다. 구자철의 플레이에 엄지를 치켜세우고, 지동원과 예전에 수비에서 활약했던 '홍(홍정호)'를 기억하는 아우크스부르크 팬들에게도 차 전 감독의 존재는 특별했다. 그들은 차 전 감독과 사진을 함께 찍은 뒤에야 발걸음을 옮겼다. 이 두 사람 뿐이 아니다. 지나가던 호펜하임 팬들은 다짜고짜 사진을 찍자고 해 차 전 감독을 당황하게 하기도 했다.

▲ 차 전 감독과 사진 촬영을 요청한 호펜하임 팬.

또 다른 에피소드도 있다. 11일 차 전 감독이 두 번이나 우승컵을 안겼던 아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의 홈 경기가 열렸다. 상대는 샬케04. 경기 전 차 전 감독과 차두리 전 대표팀 코치 부자가 인터뷰에 나섰다.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팀차붐플러스의 단체복을 본 프랑크푸르트 팬들이 어디서 왔는지 물었다고 한다. '한국에서 왔다, 차범근을 알지 못하냐'고 되묻자 젊은 프랑크푸르트 팬들은 미처 알지 못하더란다. 이야기가 길어지자 결국 주변에 앉아 있던 샬케 팬이 나섰다. 나이가 지긋한 그 팬은 "어떻게 차범근을 모르냐"며 대신 프랑크푸르트 팬들에게 설명을 해줬다고 한다.

▲ 차범근 전 감독의 방문을 알리는 포스터.

팀차붐플러스와 다름슈타트의 경기가 벌어진 13일에도 차 전 감독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미 그와 팀차붐플러스의 방문을 알리는 포스터가 경기장 초입에 붙어 있었다. 여러 팬들이 미리 소식을 접하고 그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반갑게 인사를 청하고 사인을 요청했다. 1980년대 사용했던 사인지를 준비하는 정성을 발휘한 이도 있었다. 차 전 감독 역시 조금은 촌스러운 사인지를 보며 즐거운 추억에 잠겼다.

▲ 정성스레 준비한 옛 사인지에 차범근 전 감독이 사인을 하고 있다.

경기 장소를 제공한 FC에를렌세의 골키퍼 코치 역시 차 전 감독의 열성 팬이다. 그는 "예전에 꼬마일 땐 프랑크푸르트에선 골대 뒤에서 그를 지켜봤다. 이제 그 옆에서 사진을 찍다니 정말 행운"이라며 "차차붐!"을 외쳤다. 예전 응원가라고 한다. 나이가 지긋한 팬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차 전 감독의 손주뻘로 봐야 할 어린이들까지 부모님과 함께 만났다. 그렇게 전설적 선수를 함께 기억해 갈 것이다.

선수 은퇴 뒤 30년이 다 지나도록 사랑을 보내는 팬들에게 차 전 감독도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팬들이 여전한 애정을 보일 때마다) 축구 선수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알아봐준다는 것이 얼마나 좋아. 사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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