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감독 사퇴는 손혜원-정운찬 합작품

강대호 2018. 11. 1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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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선동열(55) 야구국가대표팀 전임감독 사퇴는 더불어민주당 손혜원(63) 국회의원과 한국야구위원회(KBO) 정운찬(71) 총재의 합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 의원은 정계 입문 전부터 친분이 있는 정 총재와 함께 선 감독의 용퇴를 유도했다.

한국야구회관빌딩 7층에서는 14일 선동열 감독 사임 발표가 있었다. 선 감독이 배포한 기자회견문에는 손혜원 의원과 정운찬 총재를 직간접적으로 비판한 내용이 포함됐다.

선동열 감독은 대한민국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금메달을 지휘했으나 오지환(28·LG트윈스) 등 선발에 대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선동열 감독 사퇴라는 결말을 맞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국가대표팀 선발 논란에 대해 정운찬 KBO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옥영화 기자
사직 기자회견에서 선동열 감독은 “어느 국회의원이 ‘그 우승(아시안게임 금메달)이 그렇게 어려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 또한 사퇴결심을 확고히 하는 데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실명만 거론하지 않았을 뿐 손혜원 의원을 지목한 것과 마찬가지다.

10월 4일 선동열 감독은 기자회견을 열어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구성 이유 등을 설명했으나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10월 10일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 선동열 감독을 출석시켰다. 일부 정치인은 병역 면탈을 노골적으로 꾀한 오지환 등을 왜 뽑았는지에 대한 추궁보다는 ‘선동열 청문회’을 연상시키는 논점 이탈로 비판을 받았다.

당시 손혜원 의원은 “저는 선동열 감독이 지금부터 할 결정이 2가지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사과하든지 사퇴를 하든지”라면서 “지금 이렇게 끝까지 버티고 우기면 (계약 기간인)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계속 가기 힘들다. 아마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나 차관들도 마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손혜원 의원은 “선동열 감독 때문에 지난 1개월 프로야구 KBO리그 관객 20%가 줄었다. (10월 4일 기자회견에서는) 시대의 흐름을 잘 몰랐다면서 지금 (국정감사장에서) 계속 똑같은 얘기만 한다”라면서 “기자회견과 똑같이 (아직도) ‘소신대로 했다’, ‘(논란이 된) 선수들은 실력이 있었다’라고 생각하나요? 그것을 선 감독만 봤다고?”라며 면박을 주기도 했다.

급기야 손혜원 의원은 “그래서 (아시안게임) 우승했다는 얘기는 하지 마라. 금메달이 그렇게 어려웠다고는 다들 생각하지 않는다”라면서 “웬만하면 소리 지르진 않겠다. 진심으로 후배를 위한 마음이 있다면 사과를 하든지 아니면 사퇴를 하든지 두 길만 남았다는 것만 말씀드린다”라며 선동열 감독 앞에서 사실상 최후통첩을 날렸다.

선동열 감독은 사임 기자회견을 통해 “전임감독제도에 대한 정운찬 총재의 생각도 비로소 알게 됐다”라면서 “자진사퇴가 정 총재의 소신에도 들어맞으리라 믿는다”라며 뼈 있는 발언을 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10월 23일 대한체육회 등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공공기관 및 유관 기구에 대한 2018년도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정운찬 총재 국정감사 증인 선정은 손혜원 의원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손 의원과 정 총재의 문답은 선동열 감독에게 비수로 꽂혔다.

국감장에서 정운찬 총재는 “전임감독제도에 대한 찬성은 안 한다”라면서 “국제대회 빈도가 낮고 상비군도 없는 현실이라면 필요하지는 않다”라며 선동열 감독의 존재 이유를 부정했다.

손혜원 의원이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이 전원 KBO리그 현역인 것을 지적하자 정운찬 총재는 “몇 명은 아마추어도 뽑았으면 좋았을 것”이라면서 “몇 사람이 (선발되어 프로선수와 함께) 함께 훈련한다고 승패에 커다란 영향은 미치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라며 선동열 감독의 고유 권한인 선수단 구성을 비판했다.

선동열 감독은 10월 10일 국정감사를 통해 ‘현황 파악을 왜 야구장 방문이 아닌 방송중계 위주로 했느냐’라는 손혜원 의원의 질타를 듣기도 했다.

10월 23일 정운찬 총재는 “선동열 감독의 불찰이었다”라면서 “야구장에 안 가고 선수를 살펴보고 지도하려고 하는 것은 마치 경제학자가 시장 등 현장을 가지 않고 지표만 분석하고 예측하고 정책대안을 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정운찬 총재는 서울대학교 학사와 미국 마이애미·프린스턴대학교 석·박사를 경제학으로 받는 등 한국에서 해당 분야를 대표하는 학자 중 하나다.

국감장에서 정운찬 총재가 평소 친분 있는 손혜원 의원과의 문답에서 (아마추어 선발 필요성을 빗대어) 유치산업 보호론 등 경제이론까지 거론하며 선동열 감독을 지적한 것은 당사자에게는 퇴진 요구로 받아들여 졌을 것이다.

손혜원 의원은 10일 국정감사를 마치고 사회관계망(SNS)에 “(일반적인 야구단의) 상근 감독과 (선동열 같은) 전임감독은 다르다”라면서 “집에서 프로야구경기를 TV로 보면서 2020도쿄올림픽을 준비하는 감독에게는 과분한 제도다. 우리나라 야구 앞날이 저런 지도자에게 달려있다니…”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dogma0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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