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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 전향·골절상' 우승만큼 빛난 당구 오뚝이들

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입력 2018.11.19.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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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들과 나란히' 카시도코스타스 필리포스(앞줄 왼쪽부터), 에디 멕스, 김봉철, 딕 야스퍼스 등 2018 서울 세계3쿠션당구월드컵 입상자들이 18일 대회를 마무리하면서 남삼현 대한당구연맹 회장(가운데) 등 관계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태릉=대한당구연맹)
2018 서울 세계3쿠션당구월드컵 4강전과 결승전이 열린 18일 서울 태릉선수촌 승리관. 19년 만에 서울에서 열린 월드컵 우승은 벨기에의 에디 멕스(세계 랭킹 5위)가 차지했다.

멕스는 이날 결승에서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그리스·46위)를 40 대 19로 눌렀다. 4강전에서 4대 천왕이자 인간 각도기로 불리는 딕 야스퍼스(네덜란드·2위)를 누른 데 기세를 몰아 정상까지 차지했다.

하지만 이날 아쉽게 패배한 선수들도 관중석을 가득 메운 600여 명 팬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준우승자인 카스도코스타스와 한국 선수로 유일하게 4강에 오른 김봉철(안산·118위)이다.

카시도코스타스와 김봉철은 모두 시련을 딛고 일어섰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선수 생명에 치명적인 수술과 가난을 이겨내고 월드컵에서 입상한 인간 승리의 주인공들이다.

먼저 카시도코스타스는 불의의 장애를 극복해냈다. 2001년부터 세계주니어선수권 3연패를 이룬 카시도코스타스는 2003, 04년 세계선수권대회 준우승과 2009년 우승 등 성인 무대에서도 빛났다. 그러나 신경계 이상으로 오른손이 떨리는 증상이 심해지면서 하락세에 접어들었고, 결국 2016년 구리월드컵 이후 2년 공백에 들어갔다.

하지만 카시도코스타스는 포기하지 않았다. 오른팔 수술을 받았지만 큐를 왼손으로 잡고 다시 맹훈련에 돌입했다. 야구로 말하자면 우타자에서 좌타자로 변신한 것. 물론 3쿠션에서 포지션 때문에 다른 손으로 샷을 하는 것은 흔하지만 아예 전향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카시도코스타스는 피나는 훈련 끝에 왼손잡이 선수로 거듭났다.

올해 국제무대에 복귀한 카시도코스타스는 결국 서울월드컵에서 당당히 준우승이라는 값진 성과를 냈다. 비록 결승에서 멕스의 벽에 막혔지만 이번 월드컵 선전으로 내년 세계 대회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렸다.

김봉철이 18일 2018 서울 세계3쿠션당구월드컵 4강전에서 샷이 성공하자 미소를 짓고 있다.(태릉=대한당구연맹)
김봉철 역시 간단치 않은 인생 역정을 거쳐왔다. 제주도 3쿠션 1인자였던 김봉철은 전국 대회 출전을 위해 여러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었다. 육지에서 열리는 대회 출전비를 충당하기 위해서였다.

한때 당구를 포기하고도 싶었지만 주변 지인과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견딜 수 있었다. 4년 전 서울로 진출한 김봉철은 지난해 전국대회 3위 2번에 전국체전 은메달, 여기에 생애 첫 우승(강진청자배)을 이루며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월 김봉철은 오른 손등 골절상을 입으며 다시 시련을 맞았다. 한창 물오른 실력으로 우승컵을 놓고 경쟁해야 할 시기에 대회 출전 대신 일반인 레슨을 해야 했다. 김봉철은 "이제 좀 빛을 보나 싶었는데 반년 동안 손을 놓고 있었던 셈"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봉철도 포기하지 않았다. 부상이 완쾌된 8월 이후 다시 맹훈련에 들어갔고, 결국 자신의 세 번째 월드컵에서 4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조재호(6위·서울시청), 김행직(9위·전남연맹), 허정한(10위·경남연맹), 최성원(12위·부산시체육회), 강동궁(21위·동양기계) 등 국내 간판 스타들이 모두 탈락한 가운데 이룬 결실이었다.

특히 김봉철은 앞선 국내 스타들과 달리 해외 대회에 출전하지 못한 가운데 실력을 뽐냈다. 김봉철은 "후원을 받지 못해 자비로는 해외 대회에 나설 수 없었다"고 말했다. 더욱이 김봉철은 결혼한 아내와 딸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

하지만 이번 월드컵 4강을 이뤄내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김봉철은 "일단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 위주로 출전할 것"이라면서 "언젠가 후원을 받게 되면 해외 무대에서도 우승하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이번 월드컵 선전으로 카시도코스타스와 김봉철은 세계 랭킹이 수직 상승했다. 카시도코스타스는 19계단 오른 27위, 김봉철은 70계단이나 오른 48위에 자리했다. 시련을 이겨낸 두 선수가 어디까지 올라가 인간 승리 드라마를 완성할지 지켜볼 일이다.

[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