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홈런-강속구' 남자의 팀 SK, 그들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SK V4 스토리]

김태우 2018. 11. 2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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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가 2018 한국시리즈에서 업셋 우승을 했다. 2010년 이후 8년 만에 거둔 네 번째 우승이다. SK왕조의 역사가 희미해지는 순간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아직은 KBO리그 최강은 아니다. 이번 우승은 새로운 왕조를 향한 첫걸음이다. 몇 회에 걸쳐 V4의 장정을 짚어본다. 

[OSEN=김태우 기자]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SK의 야구는 전형적인 ‘스몰볼’이었다. 홈런이 적은 팀은 아니었지만 팀의 무게중심은 누가 뭐래도 벤치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잡아갔다. 그러나 왕조의 주역들이 하나둘씩 퇴장하고 노쇠화되면서 SK는 서서히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바꾸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만수 감독, 김용희 감독은 왕년의 강타자 출신이다. 작전 야구보다는 분명 호쾌한 야구를 선호했다. 이만수 감독은 장타, 김용희 감독은 기동력에 좀 더 관심을 뒀다는 정도가 차이점이었다. 그러나 이상은 좀처럼 현실로 나타나지 않았다. 선수들이 한 번에 바뀌지 않았다. 지금은 팀을 떠난 한 베테랑 선수는 “이때쯤이면 번트 사인이 나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그 전 야구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던 것이다”고 떠올렸다. 벤치와 선수들의 생각이 한 몸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여러 군데서 엇박자가 났다.

개인적인 기량의 하락과는 별개로, 벤치의 작전 개입에 길들여져 있던 선수들은 좀처럼 능동적인 야구를 하지 못했다. 당장의 성과가 나오지 않자 벤치도 비상이 걸렸다. 결국 감독의 이상이 성적과 타협하는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결정적으로 뭔가를 획기적으로 바꿀 만한 전략의 부재가 SK를 수렁에 빠뜨렸다.

전임 감독과 색깔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만수 감독 재임 중 SK는 2013년 83개, 2014년 91개(리그 1위)의 희생번트를 댔다. 번트보다는 기동력으로 한 베이스를 더 가겠다고 한 김용희 감독 체제에서도 2015년 110개, 2016년 71개의 희생번트가 나왔다. 네 시즌 모두 리그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뭔가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 사이 SK 프런트의 생각은 달라졌다. 메이저리그(MLB)의 트렌드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계속해서 홈런은 많아지고, 삼진도 덩달아 많아지는 추세였다. 인플레이 상황 자체가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경기장 규격도 이런 야구를 해야 할 필요성을 입증했다. 인천SK행복드림구장은 규격상 홈런이 많이 나오는 구장이다. 홈런을 늘리는 동시에, 마운드에서는 홈런을 억제하는 전술로 가야 승산이 있었다. 그래서 SK가 떠올린 것이 바로 홈런과 강속구였다.

이 전략을 입안한 류선규 전략육성팀장은 “2015년 내부 보고 때 문학구장이 타자 친화구장인데 홈구장 메리트를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을 보고했다. 타자친화구장인데 오히려 우리가 홈런을 더 많이 맞고 있었다”면서 “이때 타자는 파워툴, 투수는 땅볼형 투수의 필요성 언급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SK는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구단처럼 투수 위주였다. 이후 통계 개념을 야구단에 접목시키기 시작하면서 구단 내부의 의식 변화가 생겼다”고 떠올렸다.

타격에서는 2015년부터 발사각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김무관 정경배 코치의 생각이 비슷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공을 띄우는 노력을 하기로 했다. 프런트에서는 장타를 칠 수 있는 선수들을 본격적으로 수집하기 시작했다. 마운드에서는 그래도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늘어나는 추세였다. 이만수 김용희 감독은 같은 값이라면 공이 빠른 투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던 까닭이다. 프런트의 신인지명전략에서도 이는 뚜렷하게 나타났다. 당장의 기량보다는 “150㎞를 던질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가”에 초점을 맞췄다.

2015년과 2016년 SK는 2년간 327개의 홈런을 치며 넥센(337개), NC(330개) 이어 팀 홈런 3위에 올랐다. 트렌드에서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얻게 된 계기였다. 2015년 리그 최하위였던 패스트볼 평균구속도 2016년 리그 평균 수준으로 올라왔다. SK는 이 전략을 더 가열차게 밀어붙일 수 있는 지도자를 찾았고, 트레이 힐만 감독을 선택한 것은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가 됐다.

프런트가 아무리 전략을 잘 세워도 현장에서 이를 실천하지 못한다면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었다. 아무래도 성향이 이쪽과 가까운 지도자를 영입하며 승부를 걸었다. 여기에 프런트도 이 생각으로 무장한 책임자가 등장했다. 염경엽 단장이었다. 염 단장은 취임 당시 “SK를 홈런과 강속구로 무장한 남자의 팀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경기 내적인 효과는 물론,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그 방향이 옳다는 것이었다.

감독과 단장의 큰 그림이 일치했고, 왕조의 영향과 무관한 젊은 선수들이 등장하며 SK의 팀 컬러는 조금씩 바뀌어갔다. 힐만 감독은 희생번트를 댈 때는 대면서도, 자신의 컨택 존과 구상안에서의 적극적인 스윙을 권장했다. 2년 연속 200개 이상의 홈런을 치면서 팀 이미지를 확 바꿨다. 김광현이 복귀하고 앙헬 산체스가 가세한 SK의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2018년 드디어 1위를 찍었다. 불펜에서는 145㎞ 이상의 공을 던질 수 있는 자원들이 즐비했다. 힘이 넘치는 팀이었다.

물론 그 사이에서도 부족한 점은 적지 않았다. SK가 정규시즌에서 두산에 크게 뒤진 이유였다. 하지만 단기전은 달랐다. SK는 그들이 몇 년간 쌓은 힘으로 포스트시즌을 돌파하기 시작했다. "최고 무대에서 정규시즌만큼 나오기는 어렵다"던 홈런포가 건재했고, 마운드의 투수들은 연신 강속구를 던지면서 중요한 순간 삼진으로 위기를 헤쳐 나갔다.

SK가 통산 네 번째 우승을 확정한 한국시리즈 6차전은 그런 SK의 색깔을 확실하게 보여준 경기였다. 1회 무사 만루에서 1점밖에 내지 못한 SK는 4회 강승호의 한 방으로 2점을 보탰다. 3-4로 뒤진 9회에는 2사 후 최정이 극적인 솔로포를 쳤고, 한동민은 연장 13회 결승 솔로포를 때렸다. 마운드에서는 켈리, 김태훈, 정영일, 김택형, 윤희상, 문승원, 김광현이 이어 던지며 힘으로 두산 타선을 눌렀다. 마지막 문승원과 김광현의 거침없는 투구는 SK의 힘이 한국시리즈를 정복할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가장 SK스럽게 한국시리즈 정상을 밟으면서 그간의 팀 구상이 옳았음이 깨끗하게 정리됐다. 적어도 이쪽 방면의 미래는 밝다. 홈런 타자들이 여전히 즐비하고, 강화에서조차 130㎞대 공을 던지는 선수들을 찾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선수들도 이제 구단의 방향을 뚜렷하게 인식하고 있다. 염경엽 신임 감독도 “이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확인했다. ‘남자의 팀’이 자신들의 스타일로 앞을 내다보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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