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김보름 "운동 다시 마음먹는 것도 너무 힘들었다"[단독인터뷰]

김현기 2018. 11. 27.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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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름이 2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을 마치고 귀국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천공항 | 김현기기자

[인천공항=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지금의 기쁨을 느낄 시간이 길지 않다.”

지난 2월 거의 대다수 국민들에게 손가락질 받았던 작은 소녀가 9개월 뒤 금메달을 목에 걸고 차분하게 귀국했다. 2018~201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2차 대회 여자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을 딴 김보름(25·강원도청)이 바로 그다. 지난 17일 일본 오비히로 1차 대회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그는 지난 24일 일본 도마코마이 2차 대회에선 20명의 선수들 중 맨 먼저 들어와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섰다. 월드컵은 세계적인 선수들이 매 시즌 6차례(1~5차+파이널) 모여 기량을 겨루는 대회다. 김보름은 이번 1~2차 대회 연속 입상으로 평창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갚았다. 그 때의 눈물을 닦을 수 있었다.

김보름은 평창 올림픽 여자 팀추월 예선에서 불거진 ‘노선영 왕따 사건’으로 여론의 십자포화를 얻어맞았다. 그를 국가대표에서 제명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순식간에 60만명을 돌파할 정도였다. 이후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잔 상황에서 매스스타트에 출전, 기적의 은메달을 따냈던 김보름은 올림픽 뒤 정신과 치료까지 받으면서 힘든 나날을 보냈다. 지난 5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여자 매스스타트 예선에서 특정 선수를 고의로 따돌리기 위한 움직임은 없었다”는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보름은 누명을 벗을 수 있었다. 실력은 변하지 않았다. 그는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링크에 섰다. 금메달로 자신을 치유했다. 2차 대회를 마치고 귀국한 2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스포츠서울과 단독으로 만난 김보름은 “스케이팅을 피하기보다 부딪히면서 이겨내고 싶었다”는 말로 역경에 굴하지 않을 것임을 다짐했다.

-1~2차 대회 성적이 훌륭했다.
사실 이번 시즌 제대로 된 준비를 못했다.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 먹었는데 생각보다 좋은 성적이 나와 다행인 것 같다.

-컨디션이 많이 나쁜가.
컨디션이나 체력 면에서 최고의 상태와 지금의 상태를 비교하면 많이 떨어지는 것 같다. 시즌 초반 1~2경기는 경험과 레이스 풀어가는 노하우로 어느 정도 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체력이 떨어질 것으로 본다. 그런 부족함이 대회에서 드러날 것이다. 잘 준비하겠다.

-훈련을 상당히 늦게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난 9월부터 했다. 추석 쯤부터 했다. 평소엔 대체로 5월부터 시작한다. 4~5개월 늦게 훈련에 돌입한 셈이다. 이제 시작이니까 열심히 해보겠다.

-매스스타트가 ‘롱트랙의 쇼트트랙’ 아닌가. 그러나 다른 나라 선수들도 이제 잘 한다.
몇 년 전과 비교했을 때 매스스타트를 이해를 하고 경기를 풀어나갈 줄 아는 선수들이 많은 것 같다. 예전엔 마지막 스퍼트 때 선두권에 3~4명의 선수들이 있었다면 지금은 7~8명이 같이 뛴다. 시간이 지날수록 레이스가 더 힘들어질 것 같다. 거기에 대해 연구하고 노력해야 한다. 새로운 시도를 해야할 것 같다.

-이번 시즌 목표는.
월드컵 때 성적이 좋다보면 견제를 많이 받는다. 여러 상황 생각하지 않고 경기 하나하나 잘 하고 싶다. 목표는 남은 월드컵(3경기)에서도 좋은 성적 내서 랭킹 유지하는 것이다. 최종 목표는 종목별 세계선수권(2019년 2월7~10일·독일 인젤) 좋은 성적이다.

-여자 매스스타트는 일본 선수 여러 명이 동시에 강하다.
우선 일본 선수들은 1500m나 3000m 등 다른 종목에서도 강하다. 매스스타트만 놓고 보면 강한 선수 둘이 합쳐지는 것이어서 더 강해지는 것 같다. 다카기 나나(평창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도 잘 하지만 사토 아야노도 월드컵에서 1등하는 등 잘 한다.

-지난 여름은 어떻게 기억되나.
다시 운동을 시작하기까지, 아니 (운동하려고)마음을 먹기까지도 많이 힘들었다. 스케이트를 하루, 이틀 타면서 나아졌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힘든 상황을 피하기보다 부딪혀 이겨내고 싶었다. 난 스케이팅 선수다. 스케이팅을 피하면 내 가치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겨내고 싶었다. 다행히 주변에서도 격려를 많이 해주셨다. 그래서 이렇게 또 대표가 될 수 있었다. 월드컵 좋은 성적도 낼 수 있었다.

-이번 2연속 메달은 지난 여름을 이겨낸 보상이라고 보나.
동메달을 따고 나서 바로 2차 대회가 있었다. 일주일 쉬면 월드컵 3~4차 대회(폴란드·네덜란드)가 또 있다. 지금의 기쁨 느낄 시간이 길지는 않을 것 같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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