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CRITIC] 홍명보의 처방, "한국축구의 문제는 소통이다"

한준 기자 2018. 11. 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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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 ⓒ한준 기자

[스포티비뉴스=용산구, 한준 기자] "10년 차 축구 선수 학부모다. 공식적으로 오픈된 자리는 10년 만에 처음이다. 그래서 왔다. 참여하게 하고,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한다면 희망을 가질 수 있고 변화가 있을 수 있다."

"강원도에서 왔다. 10년 동안 축구계에서 일했다. 이런 자리를 만든 것만으로도 협회에 감사드린다. 올까 말까 고민했다. 강릉에 있던 여자축구 대회가 3년 사이 두 개가 없어졌다. 말로만 강조하는데 정작 연맹이 발목을 잡더라. 부활시켜달라. 폐지는 쉽지만 부활은 정말 어렵다."

"지역 축구 협회 전무로 일하고 있다. 이런 간담회를 갖게 해주셔서 감사하다. 간담회의 제안을 법으로 입안하지 않으면 해결이 되지 않는다. 정치와 관련될 수 밖에 없다. 적극적으로 싸워가면서 반드시 입안을 해달라. 협회가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이런 자리가 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11월 29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교육관에서 제3차 한국축구 정책간담회가 열렸다. 9월 20일 1차, 10월 26일 2차 간담회에 이은 마지막 간담회. 주제는 1차 대표팀 지원, 2차 유소년 육성, 3차 제도 개선.

마지막 간담회에도 남녀노소를 불문한 다양한 축구 팬이 모였다. 고교생 축구팬부터 축구 선수 학부모, 60대 노령의 축구팬과 각종 축구계 종사자까지 모였다. 제도 개선을 주제로 한 3차 간담회에는 지역축구협회 임원, K3리그 클럽 구단주, 사무국장 등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도 찾아왔다. 제도 개선은 협회의 의지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도를 바꾸려면 정부와 교육부의 법과 규정을 바꾸고, 협의해야 가능하다. 홍명보 전무이사는 대한축구협회 일을 시작한 이후 "밖에 있을 때는 모르는 일들이 있다. 협회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들이 있었다. 그것을 바꾸기 위해 더 많이 알리고, 일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17일 대한축구협회 새 집행부의 수장으로 업무를 시작한 홍명보 전무이사는 한국 축구의 위기와 대한축구협회의 곪은 문제의 원인을 '불통'으로 진단했다.

홍 전무 체제로 조직을 재구성하고, 인적 쇄신을 진행한 대한축구협회가 행정적 측면에서 가장 크게 바뀐 점은 협회가 생긴 이후 처음으로 일반 대중과 현장의 소리를 협회 운영 최고위층이 직접 듣는 자리를 만든 것이다. 진단에 따른 처방이다.

▲ 3차 간담회에 최영일 부회장, 홍명보 전무이사, 김판곤 위원장이 제언을 듣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 개혁 원하는 KFA, 진단명은 불통, 처방은 간담회

홍 전무와 더불어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 최영일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3차례 간담회에 모두 참석해 직접 다양한 대중의 의견, 실무진의 제언을 듣고, 답했다. 이들 외에 협회 국실장급 인사와 임원이 동석해 의견을 들었다. 그리고 정책에 반영했다.

협회는 1,2차 간담회에서 나온 의견을 3차 간담회 시작 전에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 발표하며 빠른 행보를 보였다. 홍 전무는 지난 9월 1차 간담회 당시 "보여주기식은 싫어한다"며 현장에서 나온 이야기 중 가능한 것은 곧바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현역 은퇴 당시부터 축구 행정에 큰 뜻을 두고 있던 홍 전무는 마침내 대한축구협회 운영 권한을 얻은 지난 1년 간 빠르고 바쁘게 움직였다. 아직도 한국 축구에 숙제와 문제가 산더미지만, 현장의 불만이 줄어든 것은 소통이 시작됐고, 설명이 뒤따르며,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가 느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1차, 2차 간담회 안에 나온 문제점 중 당장 할 수 있는 것, 장기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나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어떻게 보면 1,2차는 축구협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꽤 많다. 어느 정도 속도를 내냐, 의지가 있냐에 따라 바뀔 수 있다." (홍명보 전무이사)

1차 간담회 주제인 대표팀 지원에 대해 김대업 대표팀지원실장이 브리핑을 통해 수합된 의견을 토대로 어떻게 정책을 만들어 반영하고 있는지 설명했다. 2차 간담회 주제인 유소년 육성은 김종윤 경기운영실장이 유소년 대회 및 운영에 대한 협회의 개선 방안과 2019년 계획을 짚었다.

김대업 실장은 "우선은 아시안컵이 앞에 있다. 아시안컵을 마치면 본격적으로 진행할 일이 있다"고 했다. 김종윤 실장은 "브리핑에 한 줄로 표현된 개선안은 실제로 수 많은 고민과 개선방안, 운영안을 토대로 나온 것이다. 내년 초에 별도로 상세히 설명할 자리를 가질 것"이라고 했다. 1,2차 간담회가 요식행위가 아니라는 것을 이날 브리핑을 통해 증명했다.

홍 전무는 제도 개선을 주제로 한 3차 간담회에 그동안 빈번하게 미팅을 진행했던 문체부와 교육부 관계자를 초청했지만 오지 않았다. 불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실제로 현장 참가자들에게 의견은 수합했으나 누가 어떤 말을 할지 인지에 따라 선별하지 않았다. 그래서 간담회 주제나 상황과 동떨어진 발언을 하는 참가자도 나왔다. 황당한 발언에도 한국 축구에 대한 애정이 묻어 있다는 점에서 협회는 긍정했다.

조준헌 대한축구협회 홍보팀장은 "면전에서 욕을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다들 알고 계셨다. 하지만 짜고 치는 것처럼 할 수 없었다. 즉석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발언 기회를 가질 수 있게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 대한축구협회 운영 수뇌부가 직접 대중과 현장의 제언을 듣는 간담회를 세 달 연속 열었다. ⓒ한준 기자

◆ 현장과 가까워진 KFA, 즉각적 피드백, 꾸준한 소통

협회가 진행한 세 번에 걸친 간담회는 현장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보다 현장의 소리를 듣는 시간이었다. 주어진 시간은 2시간이었지만 늘 시간을 초과해 대관시간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꾹꾹 담아 들었다. 모인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협회의 입장을 변명하는 것이 아니라 들어주고 공감하고, 반응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이번 간담회에 참가한 이들이 긍정적인 느낌을 받고 돌아간 이유다.

홍 전무는 "낯익은 분들이 많다. 중동고 학생은 수능 전에도 왔고, 수능 후에도 왔다. 수능 잘봤어요?"라고 말하며 해당 학생을 바라보며 웃었다. 간담회가 끝난 뒤에는 편안한 말투로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실제로 세 차례 간담회에 모두 참가하며 열정적으로 발언한 참가자들이 적지 않았다. 딱딱해보이는 인상의 홍 전무를 비롯한 협회 고위 관계자를 가까이서 만난 참가자들 모두 세 번의 간담회를 통해 친근하고 친숙한 이미지를 안고 돌아갔다.

홍 전무는 당일 간담회에서 나온 제언에 대해 마무리 시간에 몇 가지 중요 사안에 대해 체크해두고 곧바로 피드백하며 갈증을 풀어주기도 했다.

"대학 진학의 문제점, 대학의 비리, 이런 것 때문에 지금 축구 선수들이 대학 진학 과정에 굉장히 어려운 점이 있다. 예전에 대학 비리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은 감독, 코치가 뽑지 않고 학교 체육과 교수님이 선수를 뽑는다. 객관적 자료만으로 뽑으니까 현장 지도자는 골키퍼 필요한데 다른 선수를 뽑아야 하는 상황이 된다. 물론 시작은 비리를 저지른 지도자에게 있다. 정책은 바뀌어야 한다. 현장에 있는 대학 지도자, 선수들 모두 불합리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잘하는 선수들이, 대학에 갈 수 있도록, 정부와 얘기해서 바뀔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천안에서 사업하시는 분. 아버님이 본인 기준을 너무 아이에게 너무 강요하신다. 지금 사회가 경쟁 사회지만, 아이가 벌써 하나부터 열까지 다 준비되어서 가기는 어렵다. 잘 하도록 도와주시면 좋겠다."

"합숙소 성폭행 사건에 대해서는 따로 알아보겠다."

"효창 운동장 철거 문제는 우리도 준비하고 있다. 충분히 인식하고 있고 대비하고 있다. 동대문 운동장 없어진 것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면 안된다. 효창에 우리 초중고 축구와 생활축구 경기가 많이 열리고 있다. 운동장이 없어지면 선수가 없어지고 경기가 없어진다."

협회 창립 후 처음 실시한 대중 대상 간담회는 어설픈 부분도 있었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시도 자체가 의미있었다. 홍 전무는 올해 3차 간담회 이후 2019년은 물론 차후에도 현장의 이야기, 대중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만들고 소통하겠다고 했다.

"우리가 갖고 있는 문제가 어떤 것인지는 알고 있다. 하지만 문제를 알고 있는 것과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것은 다른 과정이다. 소중하고 의미있는 자리다. 협회가 계속 겪어온 문제가 뭐냐면, 소통이다. 계속해서 해야 할 일이다. 일반 분들에게 직접 가지 못하는 과정이 있다. 그런 것들을 없애겠다. 세 번의 자리 모두 의미 있었다. 고교생부터 나이드신 어르신까지 참여해 주셔서 감사하다. 총정리해서 이야기할 시간을 가질 것이다. 우리는 무조건 현장의 목소리, 현장을 중요시한다. 그렇게 주문한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으로 만들고, 소통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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