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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오뚝이처럼 일어선 차준환, 한국 남자 사상 첫 GP파이널 동메달

이순흥 기자 입력 2018.12.08. 15:48 수정 2018.12.08.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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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넘어지고도 오뚝이처럼 일어났다. 아무 일 없다는 듯 허공에 몸을 던져 점프했고, 결국 자신의 실수를 만회했다. 모든 연기를 마친 그는 자신의 두 무릎과 머리를 연달아 쥐며 큰 숨을 몰아쉬었다. 빙판으로 박수와 인형이 쏟아졌다.

차준환(17·휘문고)이 자신의 첫 그랑프리 파이널 무대에서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의 사상 최초로 메달을 거머쥐었다. 차준환은 8일(한국 시각) ISU(국제빙상연맹) 그랑프리 파이널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74.42점을 기록하며, 전날 쇼트 합계 263.49점으로 동메달을 차지했다.

/이순흥 기자 8일 ISU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파이널 남자 싱글에서 동메달을 거머쥔 차준환이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을 들고 환하게 웃은 모습. 한국 남자 선수가 이 대회 메달을 딴 건 최초다.


미국의 ‘점프 머신’ 네이선 첸이 282.42점으로 지난 시즌 정상에 이어 대회 2연패(連覇)를 달성했고, 우노 쇼마(일본·275.10점)가 은메달을 걸었다.

한국 남자 선수가 그랑프리 파이널 무대에 출전하고 메달까지 거머쥔 건 모두 처음이다. 한국 선수론 2009년 ‘피겨 여왕’ 김연아의 금메달 이후 9년 만의 성과다.

그랑프리 파이널은 그랑프리 시리즈를 6차례 치러 랭킹 포인트를 많이 획득한 상위 6명이 나서는 ‘왕중왕전’. 동계 올림픽, 세계선수권과 더불어 피겨 최고 권위의 대회이다.

국가별 쿼터 없이 실력 있는 극소수만 나서므로 출전 자체는 오히려 더 까다롭다. 김연아는 현역 시절 그랑프리 파이널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를 목에 걸었다.

차준환은 이날 출전 선수 6명 중 2번째로 은반에 섰다. 그의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은 ‘로미오와 줄리엣’(1996) OST. 차준환은 첫 번째 점프 과제인 쿼드러플(4회전) 토루프 착지 중 빙판에 넘어지며 흔들렸다.

하지만 이후 쿼드러플 살코를 비롯해 모든 점프 요소를 흔들림 없이 소화하며 점수를 쌓았다. 보라색 상의, 검은색 바지를 차려입은 차준환의 동작에선 비극의 주인공 로미오처럼 애절함이 묻어났다.

차준환은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체코의 미칼 브레지나에 0.14점 차로 뒤졌다. 하지만 이날 자신의 프리스케이팅 개인 최고점을 쓰며 브레지나를 4위(255.26점)로 밀어냈다.

차준환은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첫 번째 점프 실수를 하고 순간적으로 나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났다”면서 “하지만 마음을 다잡고 남은 동작에 집중해 좋은 점수를 얻었다. 메달을 걸어 아주 기쁘다”고 말했다.

만 17세인 차준환은 이번 그랑프리 파이널 남자 싱글 출전자 중 최연소였지만 당당히 시상대에 섰다. 알렉세이 야구딘과 예브게니 플루셴코(이상 러시아),

하뉴 유즈루(일본) 등 역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이미 10대 시절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걸 감안하면 앞으로 차준환의 성장을 점쳐볼 수 있다.

차준환은 한국 남자 피겨의 역사를 거의 모두 새로 썼다. 2016년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선 사상 첫 메달(동)을 걸었다.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역대 한국 남자 최고 성적(15위)을 올렸고, 이번 시즌 두 차례 그랑프리에서 모두 메달(동)을 손에 쥐며 ‘왕중왕전’ 격인 파이널 무대까지 진출했고 결국 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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