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f & Tech] 노벨상 기술 품고..더 멀리·더 정교하게
기존 합성수지와 결합시켜
무게 줄이고 탄성력은 높여
이너 코어는 더 크게 만들어
볼 스피드와 방향성 좋아져
톱골퍼들이 골프볼을 함부로 바꾸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배상문은 "선수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골프볼이다. 그래서 골프볼을 고를 때 로고를 가리고 쳐본 뒤 결과를 살핀다. 물론 드라이버샷, 아이언샷, 웨지샷을 모두 동일하게 한 뒤 결과를 비교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또 PGA 투어의 김시우도 "올 시즌 볼을 교체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숏게임이었다. 그래서 그린 주변에서 테스트한 결과 스핀도 생각만큼 잘 먹고 편안한 느낌을 갖게 돼서 교체를 결정했다. 용품 중 볼이 계약하는 데 절반가량 차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골프볼은 드라이버샷에선 스핀이 낮을수록 좋고, 아이언·웨지샷에선 일관성에 높은 스핀 양을 구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극과 극의 요소를 모두 성립해야 하는 것. 이 때문에 용품사들은 골프볼을 설계할 때 2피스(2겹)부터 5피스(5겹) 등으로 다양하게 설계한다. 최근에는 가장 혁신적인 물질이 포함된 골프볼이 호평을 받았다.
하이라이트는 '100억원 맞대결'에서 타이거 우즈를 제압하고 승리한 필 미컬슨이 사용한 골프볼이다. 미컬슨은 캘러웨이 골프의 '3세대 크롬 소프트'를 사용해 올해 PGA 투어 우승을 다시 맛봤고 우즈와 벌인 맞대결에서도 승리하며 아름답게 시즌을 마무리했다.
'3세대 크롬 소프트' 골프볼에는 '노벨상을 받은 신소재 그래핀'이 사용됐다. 3세대 크롬 소프트에 적용된 그래핀은 탄소에서 추출한 나노 물질로, 강도는 강철보다 200배 이상 강하면서 무게는 매우 가볍다. 0.2㎚(나노미터)의 얇은 두께에 1㎡당 무게가 0.77㎎으로 고양이 눈썹 하나보다도 가벼운 그래핀은 0.77㎎당 4㎏의 무게를 견딜 수 있다. 뛰어난 탄성(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보다 50배 이상)과 열전도성(다이아몬드의 2배) 등을 갖추고 있어 첨단기술 산업에서 주요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그래핀 소재를 함유한 골프볼.' 언뜻 상상이 되지 않는다. 어떤 효과를 봤고 얼마나 좋아졌을까. 캘러웨이 측은 "3세대 크롬 소프트는 그래핀을 함유한 듀얼코어 구조로 비거리가 요구되는 드라이버와 롱아이언샷에서는 낮은 스핀을 만들어 내고 정밀한 컨트롤이 필요한 숏게임과 웨지샷에서는 많은 스핀을 발생시킨다"고 정리했다.
어떤 변화가 생긴 결과일까. 크롬 소프트는 4피스 구조다. 맨 안쪽에 이너코어, 이것을 둘러싼 아웃코어, 그리고 맨틀과 커버로 구성됐다. '그래핀'은 아웃코어에 적용됐다. 그 결과 아웃코어의 성능을 업그레이드시키면서도 두께는 얇게 만들 수 있었다. 그래핀은 초경량 소재다. 동시에 뛰어난 탄성을 갖고 있다. 이너코어에 비해 단단한 아웃코어에 그래핀을 함유해 더 얇게 만들었는데도 탄성과 복원력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던 것. 이유는 합성수지의 성능 강화다. 고무줄을 늘리면 어느 정도에서 끊어지거나 탄력을 잃어버린다. 하지만 여기에 '그래핀'을 섞어 합성수지가 갖고 있는 탄성 한계를 끌어올렸다.
성능이 더 좋아졌지만 얇아진 아웃코어 덕분에 드라이버샷 비거리를 만드는 골프볼의 '저스핀·고탄도'에 영향을 미치는 이너코어를 더 크게 만들 수 있었다. '엔진'이 커진 것이다. 이전 골프볼에 비해 3세대 크롬 소프트는 이너코어 크기를 22% 키웠고 질량은 88%나 늘어났다. 작지만 강한 골프볼로 완전히 바뀐 것이다.
우즈는 "골프볼의 발전에 규제를 해야 한다. 골프볼이 너무 멀리 날아간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좋은 골프볼은 비거리를 늘려준다는 것이다. 주말골퍼들은 비거리 스트레스를 날리고 프로골퍼들은 더욱더 정교한 샷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첨단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골프볼'. 골프를 더 즐겁고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요소임에는 틀림없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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