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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크' 이만수 전 감독은 왜 사재 4억원을 털었을까

박소영 입력 2018.12.15. 00:05 수정 2018.12.15.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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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스로우로, 사이드암이 아니야. 리듬을 가지고 던져. 그렇지. 어잇. 어잇. 어잇…."
전국에 한파특보가 내려진 14일 인천 서구의 재능중학교 야구부 실내 연습장에는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가득 찼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지휘봉을 잡았던 이만수(60) 전 감독이었다. 이 감독은 전날부터 이틀간 재능중 야구부 선수들에게 재능기부를 하고 있었다.

14일 인천 재능중 야구부에서 재능기부하고 있는 이만수 전 감독. 인천=박소영 기자

현역 시절 명포수였던 이 전 감독은 김지성(14)군을 의자에 앉히고, 공을 던졌다. 김군은 그 공을 받아 정면의 그물망을 향해 공을 던졌다. 투수 포지션과는 다르게 앉아서 공을 던지는 경우가 있는 포수들을 위한 맞춤 훈련이었다.

윤성중 재능중 감독은 "학부모 중 한 분이 이만수 감독님이 운영하는 재단 '헐크 파운데이션'에 재능기부 요청을 했는데 진짜로 와주셨다"면서 "포수 코치가 따로 없어서 전문적으로 지도하기 어려웠다. 감독님이 원포인트 레슨을 해주셔서 아이들이 빠르게 기술을 습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수 김군은 "처음에 이 감독님이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설렜다. 지도를 받으면서 포수 포지션에 더욱 흥미가 생겼다"며 기뻐했다. 이 전 감독과 타격 훈련을 함께한 유격수 김예준(14)군은 "감독님이 유심히 타격 훈련을 봐주셔서 감사하다. 배팅 스피드, 배팅 포인트 등의 중요성에 대해 알려주셨다"고 했다.

야구 이만수 감독이 14일 인천 재능중 야구부를 찾아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인천=박소영 기자

야구 이만수 감독이 14일 인천 재능중 야구부를 찾아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인천=박소영 기자

이 전 감독은 올해만 전국 방방곡곡 51개의 야구부를 찾아 무료로 선수들을 가르쳤다. 지난해까진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주로 갔다. 하지만 올해는 리틀야구단, 초·중학교, 여자 야구단, 사회인 야구단 등을 찾았다. 이 전 감독은 "정말 많은 곳에서 배움을 요청하고 있다. 그런데 대도시보다 중소도시 야구부를 찾아가려고 한다. 또 상대적으로 전문적인 지도가 어려운 야구부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 전 감독의 기부 활동을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월부터 이달 초까지 약 2년 동안 27대의 피칭머신을 국내 유소년 야구팀이나 관련 단체에 후원했다. 지난해 말에는 전국 고교 선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만수 포수상'을 만들었다.

이 전 감독의 기부 활동은 국외까지 뻗어나갔다. '야구 불모지' 라오스에 야구용품을 지원하더니 라오스 야구 대표팀을 만드는데 힘썼다. 라오스 야구협회 부회장으로서 권영진 감독과 함께 라오스 야구 대표팀을 이끌고 지난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참가했다.

태안리틀야구단에 피칭머신을 후원한 이만수(왼쪽) 전 감독. [사진 헐크 파운데이션]
이만수 라오스야구협회 부회장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라오스 야구 대표팀을 이끌고 한국을 찾았다. [뉴스1]

이 전 감독의 야구 관련 기부 활동은 SK 감독직에서 물러난 2014년 10월부터 시작됐다. 지난해까지 3년간 사재 4억원을 털었다. 이 전 감독은 "아내가 집에서 쫓아내지 않는 게 다행이다. 허허"라고 웃었다. 이어 "그래도 재단에 후원이 많아지면서 올해는 사재를 많이 쓰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전 감독이 이렇게 기부 활동에 열성적인 이유는 하나다. "야구에 몸담은 지 50년이네요. 그 시간 동안 과분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꼭 이 사랑을 돌려주고 싶었어요."

특히 야구 유망주에게 쏟는 애정이 대단하다. 그건 한국 야구의 미래를 위해서였다. "어릴 때부터 눈앞의 성적에만 신경 쓰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재능이 충분한 선수들도 초등·중학교부터 성적을 위한 잔기술을 배우면서 성인이 돼서는 꽃 피지 못해요. 그래서 이렇게 직접 야구부를 찾아 교장 선생님과 후배 감독들에게 더 큰 미래를 봐달라고 부탁하고 있어요." 이 전 감독은 내년에도 열심히 전국의 야구부를 찾아갈 계획이다.

인천=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