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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영 캐스터의 "굿바이 굿바이 굿바이" 멘트 뒷이야기 [위클리인터뷰ⓛ]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입력 2018.12.15. 07:03 수정 2018.12.15.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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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스포츠 캐스터를 흔히 ‘언어의 마술사’라고 표현한다.

똑같은 홈런 장면이라고 해도 스포츠 캐스터들이 그 상황을 어떻게 묘사하느냐에 따라서 시청자들이 느끼는 생동감과 환희, 흥분 지수는 극과 극으로 갈릴 수 있다.

지난 10일 스포츠한국이 만난 SBS스포츠 정우영 캐스터 역시 어느덧 16년 이상 스포츠 현장의 열기를 생생히 전해온 대표적 언어 마술사이자 중계 기술자 중 한 명이다. 그에게 주옥같은 중계 멘트들의 탄생 비화에 대해 소개해줄 것을 요청했다.

사진=박대웅 기자

▶음악과 글을 좋아했던 학생, 스포츠캐스터를 꿈꾸기까지

정우영 캐스터의 학생 시절 꿈은 락밴드의 보컬이었다. 글을 쓰는 일에 대한 동경도 있었다. 이를 위해 실제 밴드 활동을 하기도 했고, 당시 있었던 일들을 신춘문예에 응모한 적도 있다. MBC 베스트셀러극장 시나리오도 제출해봤다.

“밴드 활동은 기획사에서 접촉이 왔을 때 제 허파에 바람이 들어와서 결국 이도저도 아니게 깨졌죠. 그리고 군대를 다녀온 뒤에는 글을 써보자는 생각을 가졌었는데 모두 다 떨어져서 ‘이건 내 길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대학 졸업을 앞둘 무렵 강수정, 이지연 등 주변에 아나운서 친구들이 많았던 정우영 캐스터는 이 무렵 이들의 영향을 받아 아나운서라는 직업에 도전해봐야겠다는 마음을 품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누군가에게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 가졌던 막연한 꿈 중 하나였다.

“1975년생 토끼띠인 제 또래가 스포츠를 접하기 정말 좋은 나이였죠. 제가 어렸을 때 국내 4대 프로스포츠가 모두 탄생했으니까요. 어린 시절의 기억이 깊게 박혀 있기도 했고 부모님의 영향도 있었어요. 어머니께서는 고교야구 박노준 선수의 엄청난 팬이셨고, 아버지께서도 야구부가 있는 학교를 다니셨죠. 특히 아버지는 복싱을 정말 좋아하셨는데 저는 아직도 박종팔-나경민의 라이벌전이 생생히 기억나요. 두 선수의 미들급 1, 2차전은 지금 KBO리그의 한국시리즈로도 설명이 안 될 만큼 우리나라 전체를 진동시키는 대단한 열기였어요.”

어린 시절의 소중한 꿈을 되살린 정우영 캐스터는 결국 2002년부터 아나운서 아카데미를 약 6개월 간 다니며 시험을 치렀고, 3차례 낙방 이후 그 해 12월 MBC ESPN 공채에 합격, 방송인 생활을 시작했다.

▶정우영은 야구 캐스터? “청도 소싸움 들어보셨나요?”

현재는 야구 중계로 가장 자주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지만 정우영 캐스터는 방송 초창기 크리켓을 제외한 사실상 모든 종목을 경험해봤다고 돌아봤다.

“그레이트 아웃도어 게임 중계는 제가 처음으로 해봤어요. ESPN의 큰 이벤트인데 예를 들면 나무 타기, 강아지와의 경주, 그런 내용이 들어있죠. 월드 스트롱맨 대회도 있었네요. 정식 종목 중에서도 우슈, 가라데 등 일단 중계가 된다고 하면 거의 다 했던 것 같아요.”

사진=박대웅 기자

정우영 캐스터는 여러 종목 중에서도 마라톤과 청도 소싸움 대회에 대해서 특히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마라톤은 중계를 하면서 제게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당시 MBC가 마라톤 사업을 해서 3~4년 동안 주 1회 정도는 중계를 했는데 상황 묘사나, 빈 시간을 보내는 방법(웃음)에 요령이 생겼죠. 청도 소 싸움은 보통 한 판에 20분은 기본인데 두 마리 소의 머리를 계속 지켜보며 김상엽 해설위원과 기술 이름도 개발해보고 어떻게든 재미있게 해보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나네요. 임주완 대 선배님에 이어 2대 캐스터라는 자부심도 있고, ESPN 사장이 중계를 들은 뒤 좋은 콘텐츠였다며 감탄을 하고 간 것도 뿌듯했죠. 단 여러 사정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지금은 중계가 거의 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기도 해요.”

가장 애착이 가는 종목으로는 격투기 쪽을 꼽았다. 2000년대 초중반 뜨거운 인기가 있었던 K-1을 중계한 이도 바로 정우영 캐스터다. 스스로는 커리어 초창기 모든 것을 바칠 만큼 애정을 듬뿍 담았다고.

“최홍만 선수가 K-1에 진출해서 밥 샙을 일본 오사카에서 꺾었을 때의 중계는 정말 다시 생각해도 소름이 돋는 경험이었어요. 지금도 레미 본야스키, 앤디 훅, 레이 세포 등 당시 선수들의 경기를 종종 스마트폰 유튜브에서 봐요. ‘아, 내가 이런 경기를 중계했었구나’ 할 때가 있죠.”

정우영 캐스터는 지난 9월 암투병 끝에 만 4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일본 격투기 선수 야마모토 ‘키드’ 누리후미의 소식에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 상실감이 정말로 컸어요. 정말 강했던 선수였고, 또 한국을 좋아해 한국 레슬러들과도 훈련을 함께 했던 선수였어요. 내 청춘의 귀퉁이가 날아가?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종목을 직접 중계하면서 생긴 애착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아버지 옆에서 어린 시절 복싱 중계를 많이 봤기 때문에 격투기를 중계할 때는 정말 특별한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복싱계에서는 K-1 때문에 원망도 많았다고 알고 있는데 사실 신인왕전을 비롯해서 복싱 중계도 정말 많이 했었죠.”

한동민의 플레이오프 5차전 끝내기 홈런. 명장면이면서 동시에 정우영 캐스터의 명품 샤우팅을 들을 수 있었던 순간이기도 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정우영 멘트 집중 탐구

“센터 쪽, 이 타구! 잠실을 향해 뻗어갑니다. 굿바이! 굿바이! 굿바이! 한동민이 넥센 히어로즈에 작별 인사를 건넵니다. 그리고 이 홈런으로 SK 와이번스가 6년 만에 가을의 가장 높은 무대로 복귀합니다. SK가 한국시리즈로 복귀합니다.

2018년 11월2일 KBO리그 SK와 넥센의 플레이오프 5차전 연장 10회 혈투를 지켜본 팬이라면 한동민의 끝내기 홈런을 잊기 힘들 것이다. 바로 이 순간 남긴 정우영 캐스터의 ‘굿바이! 굿바이! 굿바이!’ 멘트 역시 야구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굿바이를 3차례 외친 것은 즉흥적으로 터져 나온 표현이었어요. 또 잠실을 향해 뻗어간다는 말도 마찬가지였죠. ‘한동민이 넥센 히어로즈에 작별 인사를 건넵니다’의 경우 지난해 이호준이 LG를 상대로 끝내기 홈런을 쳤을 때 쓴 적이 있는 표현인데 ‘굿바이’를 외치는 동안 적용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 연결시켰죠.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미리 준비가 돼 있던 멘트들이었어요.”

그의 말을 정리하면 당시 멘트는 본능에 의한 기지, 기존에 사용했던 표현의 응용, 사전 준비가 모두 뒤섞인 종합선물세트였다. 특히 SK와 관련된 문구는 한국시리즈 진출팀에게 바치려고 계획했던 헌정 멘트였고, 넥센이 승리했을 때를 대비해 양 쪽 모두 준비해놓은 것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평소 ‘깊게’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 편이지만 플레이오프 때 이미 동료 캐스터가 사용한 적이 있어 ‘가을의 가장 높은 무대’로 바꿨다는 뒷이야기를 덧붙였다. 시청자들은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캐스터는 이처럼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써야 할 때가 많다.

정우영 캐스터 스스로가 내뱉고도 ‘어? 이 표현 괜찮네’라고 생각한 멘트들도 있었다. 2013년 6월7일 삼성-두산의 경기에서 채태인이 9회말 끝내기포를 터뜨린 순간 외친 홈런콜이다.

“그 경기에서 ‘채태인이 퍼올린 타구! 경기를 끝내러 갑니다’라고 말했는데 당시에도 사실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가 튀어나온 말이었어요. 그 이후에 이런저런 표현이 파생됐는데 올해 플레이오프 한동민의 끝내기 홈런 때 나온 ‘잠실을 향해 뻗어갑니다’도 어떤 측면에서는 채태인 때의 변형이라고 볼 수 있죠. 개인적으로는 그 표현이 마음에 들지만 최근 시청자들께서는 ‘굿바이’를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한국시리즈 동안 잠실구장에서 SK 팬들이 저를 보면 ‘굿바이’라고 외쳐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연예인 이연희의 예상치 못한 중계석 방문에 당황하는 정우영 캐스터. MBC 스포츠플러스 방송 중계 캡처.

▶잊지 못할 에피소드, 잊지 못할 경기, 잊지 못할 장면

스포츠 현장을 오랜 기간 누빈 만큼 정우영 캐스터는 그 속에서 황당한 일도 자주 겪었고, 감동적인 순간을 경험하기도 했다.

“잊지 못할 에피소드는 2003년 대전구장에서 있었던 일이 먼저 떠올라요. 스페인 족발 사건이요.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로 올라올 만큼 널리 알려진 사건인데 재미있으면서도 민망했던 일이었죠. 공수교대 때 광고가 나오는 동안 PD에게 말도 안 되게 낚이면서 벌어진 일이죠.”

“그리고 대구에서는 연예인 이연희 씨가 시구를 마치고 중계석에 왔어요. 사전에 이야기가 됐고 질문지도 미리 줬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엔 ‘진짜로 설마 올까’라고 생각해서 질문지 위에 다른 자료들을 잔뜩 쌓아놨어요. 그런데 정말 왔다고 하더라고요. 깜짝 놀라 질문지를 찾으려는데 때마침 카메라 화면이 저희 쪽으로 들어와 있어서 더 당황했어요. 안절부절하는 모습이 마치 제가 직접 봤을 때에도 이연희 씨가 너무 예뻐서 주체를 못하는 것처럼 보이더라고요.(웃음) 필사적으로 질문지를 찾던 그 10초의 순간은 제게 억겁의 시간과도 같았어요.”

한편 정우영 캐스터에게 잊지 못할 경기는 인터뷰 초반 이미 언급한 최홍만과 밥 샙의 경기, 한동민의 끝내기 홈런이 터진 올해 KBO리그 플레이오프 5차전이었다. 하지만 여기에 추가로 두 경기가 더 있었다. 그 경기에서 나온 잊지 못할 장면들까지 그가 기억을 되살려 생생히 당시의 감동을 다시 전달해줬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박상영 선수의 금메달은 정말 다시 올 수 없는 순간이자 승부였죠. 결승에서 임레에게 9-13에서 뒤져있다가 15-14로 승부를 뒤집었을 때에는 정말 소름이 돋았어요.”

“그리고 2015 프리미어12 준결승에?한일전 뒤집기도 믿을 수 없는 순간으로 기억됩니다. 특히 오재원이 (큼지막한 홈런성 타구에) 배트 플립을 했을 때 제가 ‘배트를 던졌고!’라고 외쳤는데 사실 넘어가면 해야겠다고 생각해놓은 멘트가 그 때는 있었어요. 결국에는 잡히더라고요. 하지만 그 타석 뿐 아니라 9회 선두타자로 나와 안타를 쳤을 때에도 온갖 루틴을 다 시도하고, 3점 차 열세에서 선두타자 안타 하나에 1루에서 주먹을 불끈 쥐는 장면, 일본 사람들이 봤을 때 얄밉게 보일 수 있는 행동들 하나하나가 정말 생생해요. 우리에겐 역전의 기적을 만든 출발점이었으니까요.”
<2편에서 계속>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yuksamo@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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