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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에.1st] 이탈리아 정치계 핫이슈가 된 세리에A 인종차별

김정용 기자 입력 2018.12.2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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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이탈리아 축구는 13년 만에 한국 선수가 진출하며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수비적이라는 통념과 달리 많은 골이 터지고, 치열한 전술 대결은 여전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합류한 세리에A, 이승우가 현재 소속된 세리에B 등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2018/2019시즌의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 주>

칼리두 쿨리발리에 대한 인종주의적 야유에 이탈리아 축구계를 넘어 정치계까지 반응했다. 원숭이 울음소리가 아무리 울려퍼져도 제대로 된 조치가 없다는 비판과 달리, 이번에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다.

사건은 27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쥐세페 메아차에서 열린 세리에A 18라운드에서 벌어졌다. 나폴리는 후반 39분 쿨리발리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한 뒤 그 여파로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에게 실점해 0-1 패배를 당했다. 쿨리발리는 퇴장을 당했지만 경기 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쿨리발리에 대한 인종주의적 야유가 심각했다. 경기 후 카를로 안첼로티 나폴리 감독은 "분위기가 이상했다. 우리가 플레이를 잠시 멈추고 조치를 취해 달라는 요청을 세 번이나 할 정도였고, 그저 장내 안내방송만 세 번 나왔다. 쿨리발리는 분명 화가 날만했다. 보통은 아주 침착하고 프로페셔널한 선수지만 이번엔 경기 내내 원숭이 울음소리의 표적이 됐다"고 말했다. 쿨리발리는 경기 후 "세네갈인, 프랑스인, 나폴리인,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내 피부색이 자랑스럽다"고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야유를 한 관중들뿐 아니라 미온적인 대처를 한 리그에 대한 비판이기도 했다. 안첼로티 감독은 "이런 모습은 이탈리아 축구에 좋을 게 없다"고 말했다. 또한 "다음번에는 우리 손으로 상황을 통제하고, 스스로 경기를 멈춰야 한다. 몰수패를 당할 수도 있지만 그럴 준비가 되어 있다"며 또 인종차별이 이어진다면 처벌을 감수하고 정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인종주의적 야유는 이탈리아 축구의 고질적 문제다. 특히 남부 명문과 북부 명문의 대결이나 더비 등 지역감정이 수반된 경기에서 극심했다. 인테르와 나폴리의 대결에서 나폴리 팬 4명이 뾰족한 것에 찔렸고, 인테르 팬 한 명은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하는 등 이날도 팬들의 충돌이 벌어졌다. 폭력 양상과 인종주의가 동시에 나타난 경기였다.

시건의 여파는 축구계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경기장 안팎의 치안 책임자인 쥐세페 살라 밀란 시장은 페이스북에 "나도 경기장에 갔다. 다른 팬들처럼 나도 아버지의 인테르 사랑을 물려받았다. 나는 인테르의 승리를 기뻐하곤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낙담한 채로 집에 돌아왔다"고 썼다. 이어 "밀라노와 나 자신의 이름으로 쿨리발리에게 사과한다"며 사죄 메시지를 보냈다. 또한 인테르의 다음 경기인 29일 엠폴리전에서 가나 대표 콰드워 아사모아에게 주장 완장을 주며 인종주의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전하자는 제안도 했다.

또한 밀라노 지역의 정치 거물인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는 축구장의 폭력을 몰아내자며, 로마에 있는 총리 관저에서 세리에A, 세리에B 각 구단 및 서포터 대표가 모두 모여 회의를 열자고 제안했다.

축구계에서도 강한 조치를 요구하는 주장이 힘을 받았다. 이탈리아축구협회(FIGC)의 쥐세페 페코라로 검사는 인종주의적 야유가 나온 시점에 경기를 중단했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세리에A 최고 스타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나는 인생과 축구에 언제나 교육과 존중이 있길 원한다. 인종주의에 반대하며 모든 차별과 모욕에 반대한다"고 적은 뒤 느낌표 세 개를 찍었다.

밀라노 경찰 당국은 인테르 서포터들의 원정을 금지하고, 홈 구장 쥐세페 메아차에서도 서포터 구역인 쿠르바 노르드(북쪽 스탠드)를 내년 3월까지 폐쇄하는 안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가브리엘 그라비나 FIGC 회장은 세리에A 자체를 연기하는 안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종주의뿐 아니라 각종 모욕과 폭력적인 경기장 분위기를 되돌아보고 정화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조치가 따랐다. FIGC는 경찰 측의 조치에 앞서 인테르에 2회 무관중 경기 징계를 내렸다. 또한 쿠르바 노르드는 내년 1월까지 약 1개월 10일 동안 폐쇄하기로 했다.

또한 인테르 서포터는 엠폴리 원정에서 경기장 출입이 금지됐다. `스카이스포츠 이탈리아`에 따르면 엠폴리의 연고지인 플로렌스 지역 당국의 결정이었다.

인테르도 인종주의적 서포터들과 선을 그었다. 인테르는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 구단의 역사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들은 우리의 편이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인테르는 1908년 AC밀란이 이탈리아 선수 위주로 폐쇄적인 선수단을 운영하자 이에 반발해 생긴 팀이었다. 그래서 팀 이름이 인테르나치오날레(국제적인)다. 인종주의는 인테르의 창립 이념에 반하는 행위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트위터 계정에 이 글을 올리면서 쿨리발리의 사진을 실어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인테르의 팬을 자처했던 살라 밀라노 시장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무관중 징계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또한 인테르와 밀란 측을 모두 불러 재발 방지를 위한 회의를 갖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살라 시장의 말은 인종주의적 야유가 시대에 뒤떨어진 행위라는 시각을 잘 보여준다. "그런 행위는 밀라노라는 개방적인 도시의 정신에 반하는 짓이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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