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여성부 최강' 사이보그 상대하는 누네스의 도전

양형석 입력 2018. 12. 29.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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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30일 UFC 232 코메인이벤트에서 크리스 사이보그와 페더급 타이틀전 예정

[오마이뉴스 양형석 기자]

조금 큰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강물을 흐려 버렸다. 오는 30일 알렉산더 구스타프손과 UFC라이트 헤비급 타이틀전을 치를 예정인 존 존스 이야기다. 이미 과거에도 음주운전, 뺑소니, 코카인, 마리화나, 금지약물 등 화려한 전력으로 두 번이나 챔피언 타이틀을 박탈 당했던 '문제아' 존스가 지난 23일 금지약물의 일종인 튜리나볼이 소량 검출됐다.

이번에 검출된 튜리나볼은 징계를 내려야 할 정도로 많은 양이 아니고 UFC에서도 작년에 적발된 약물이 아직 체내에 남아 있던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UFC 232가 열리는 네바다주 체육위원회는 청문회 소명 절차가 필요한 존스의 출전 허가를 취소했다. 이에 UFC의 데이나 화이트 대표는 경기 장소를 존스의 경기 출전 라이센스를 발급한 캘리포니아주의 LA로 옮겼다.

미국의 큰 땅을 생각하면 라스베이거스와 LA는 썩 먼 거리가 아니지만 갑작스런 장소변경은 선수는 물론 경기 관람을 계획했던 격투팬들에게도 혼란을 줄 수밖에 없다. 특히 일생일대의 도전을 앞두고 있던 이 선수에게는 존스가 저지른 사고로 인해 자신에게 향해야 할 스포트라이트가 상당히 줄어 들고 말았다. UFC232 코메인이벤트에서 크리스 사이보그와 여성 페더급 타이틀을 놓고 격돌하는 아만다 누네스가 그 주인공이다.
 
 여성 밴텀급 챔피언 아만다 누네스. 론다 로우지와 경기하던 당시 모습.
ⓒ 아만다 누네스 SNS 갈무리
 
흔치 않은 여성 타격가, 테이트 꺾고 여성 밴텀급 챔피언 등극

지금은 페더급과 밴텀급, 플라이급, 스트로급까지 체급이 4개로 늘어났지만 UFC의 여성 디비전은 '암바여제'로 불리는 론다 로우지라는 걸출한 파이터의 등장과 함께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여자 유도 -70kg급 동메달리스트 로우지는 스트라이크포스 밴텀급 챔피언 자격으로 UFC에 입성해 밴텀급 타이틀을 무려 6번이나 방어했다. 

로우지가 챔피언 자격으로 UFC여성밴텀급의 위상을 끌어 올릴 때 누네스는 체급 내에서도 크게 주목 받는 선수가 아니었다. 어린 시절부터 가라데와 복싱, 주짓수, 유도 등 다양한 운동을 배우던 누네스는 2008년 브라질의 중소 단체를 통해 프로 격투기 선수로 데뷔했다. 누네스는 데뷔전에서 서브미션으로 패했지만 이후 5연속 KO승리를 거두며 여성부가 있는 스트라이크포스로 이적했다.

스트라이크포스 첫 경기에서 KO로 패한 누네스는 여성 격투기 단체 인빅타FC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1승1패를 기록하며 썩 인상적인 전적을 남기지 못했다. 하지만 누네스는 2013년 8월 UFC입성 후 쉴라 개프와 저메인 데 란다메를 나란히 1라운드 KO로 꺾으며 여성부에서 흔치 않은 타격가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누네스는 2014년 9월 무패를 달리던 캣 진가노와 도전자 결정전을 가졌지만 치열한 타격 공방전 끝에 3라운드 KO로 패했다.

하지만 누네스는 패배 속에서 많은 걸 배우며 더욱 강해지는 파이터였다. 누네스는 진가노전 패배 후 셰이나 베이즐러를 레그 킥에 의한 KO로 제압했고 사라 맥맨에게는 UFC 입성 후 첫 서브미션 승리를 거뒀다. 그 즈음 여성 밴텀급은 로우지가 홀리 홈에게, 홈이 미샤 테이트에게 덜미를 잡히며 서로 물고 물리는 춘추전국시대로 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 복잡한 정국을 통일(?)시킨 주인공은 다름 아닌 누네스였다.

누네스는 2016년 9월 홈에게 극적인 서브미션 승리를 거두고 챔피언 벨트를 차지한 테이트의 1차 방어전 상대로 낙점됐다. 격투팬들은 기세가 오른 챔피언의 무난한 승리를 점 쳤지만 누네스는 경기 초반부터 강력한 펀치를 앞세워 테이트를 몰아 붙였고 1라운드 3분16초 만에 리어네이키드 초크로 승리를 거뒀다. 마무리는 서브미션이었지만 경기 종료 후 테이트의 코뼈가 부러졌을 정도로 누네스의 강력한 타격이 돋보인 경기였다. 

밴텀급 평정하고 '여성부 끝판왕' 사이보그에게 도전

누네스는 2016년 12월 돌아온 로우지를 상대로 1차 방어전을 치렀다. 하지만 이미 홈에게 KO패를 당한 후 타격에 대한 공포증이 남아 있던 로우지는 누네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누네스는 경기 시작과 동시에 로우지를 일방적으로 '구타'했고 48초 만에 간단히 KO승리를 거뒀다(로우지는 누네스전을 끝으로 종합격투기를 떠나 프로레슬링 단체 WWE로 이적했다).

지난해 9월 현 여성플라이급 챔피언 발렌티나 셰브첸코와의 2차 방어전에서 2-1 판정승을 거둔 누네스는 지난 5월 3차 방어전에서도 라켈 페닝턴을 5라운드 KO로 제압했다. 타이틀전을 포함해 최근 4경기에서 3번의 피니쉬 승리를 거둔 누네스는 사실상 여성 밴텀급을 평정했다. 결국 누네스 역시 최근 유행(?)하는 체급을 넘나드는 슈퍼 파이트를 선택했고 페더급 챔피언 크리스 사이보그와의 대결이 성사됐다.
 
 UFC 여성 페더급 챔피언 크리스 사이보그
ⓒ 크리스 사이보그 SNS 갈무리
 
사이보그는 22전20승1패 17KO라는 무시무시한 전적이 말해주듯 현존하는 최강의 여성파이터로 꼽힌다(유일한 패배도 격투기 데뷔전에서 당한 것이다). UFC 입성 전에는 스트라이크포스, 인빅타FC 등의 페더급 타이틀을 차지했고 옥타곤 데뷔 후에도 5경기 중 4경기에서 KO승리를 거두며 여성 페더급 챔피언에 등극했다. 로우지가 밴텀급 챔피언 시절 사이보그와의 계약체중 경기를 애써 피해 다닌 사실은 꽤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누네스는 173cm의 좋은 신장에 16승 중 14번의 피니쉬 승리를 자랑하지만 평소 체중이 79kg으로 알려진 사이보그와 페더급에서 싸우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모험이다. 실제로 사이보그를 상대하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제대로 맞서기도 전에 지레 겁을 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누네스 역시 승리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이보그를 상대로 위축되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을 유지하며 경기를 풀어야만 한다.

사실 체급을 뛰어넘는 슈퍼파이트 경기를 펼치면 아무래도 아래 체급에서 올라온 선수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난 7월 라이트 헤비급 챔피언 다니엘 코미어는 체급의 열세를 극복하고 헤비급 챔피언 스티페 미오치치를 1라운드 KO로 제압하는 이변을 연출한 바 있다. 묵직한 펀치의 힘 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밴텀급 최강자 누네스가 '여성부 최강'으로 불리는 사이보그를 상대로 대이변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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