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 간 쌀국수만 '신성한 의식'..추신수가 들려준 52경기 연속출루 뒷 이야기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2019. 1. 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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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37·텍사스)에게 2018시즌은 특별했다. 52경기 연속 출루 기록은 텍사스 구단 사상 단일 시즌 최다 기록이었고, 현역 메이저리거 누구도 따라하지 못한 대기록이었다. 연속 출루 신기록을 바탕으로 데뷔 후 처음으로 올스타전에 출전했다. 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난 추신수는 “기록도, 올스타전도 의미 있었지만 후반기에는 너무 부진한 바람에 정말 좋은 시즌이었다고 말하기는 부끄런 한 해”라고 아쉬움을 먼저 드러냈다.

그럼에도 연속 출루 기록과 올스타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오래오래 남을 훈장이 분명하다. 추신수로부터 52경기 출전 기록과 올스타전에 얽힌 뒷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가 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쌀국수와 함께 한 두 달 추신수의 연속 출루 기록은 5월14일 휴스턴전부터였다. 추신수는 시즌 42번째 경기였던 휴스턴 원정경기에서 4타수 2안타를 때리면서 연속 출루 행진에 시동을 걸었다. 시애틀, 화이트삭스전을 치르는 동안 안타 행진이 이어졌다. 추신수는 “경기 전에 마사지 담당 친구, 트레이닝 도와주는 친구 등 구단 스태프들과 함께 식사를 한다. 3~4경기쯤 안타가 계속 나왔을 때다. 안타가 이어지니까, 어제 먹은 거 또 먹자 이렇게 됐다”면서 “그때 마침 메뉴가 쌀국수였다”고 말했다.

추신수는 매 경기 쌀국수를 배달시켰고, 스태프들과 함께 나눠 먹었다. 추신수는 “원래 쌀국수를 좋아하긴 하는데, 10경기 넘어서고 슬슬 현지 언론들이 주목하기 시작하니까 메뉴를 바꿀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30경기, 40경기를 넘어가면서 쌀국수는 식사 메뉴를 넘어 일종의 ‘신성한 의식’이 됐다.

52경기 기록을 세운 뒤 7월22일 경기에서 연속 출루 행진이 멈췄다. 추신수는 “많은 위로와 축하를 함께 받았다. ‘쌀국수 멤버’들도 아쉬워하고 축하하면서도 ‘이제 쌀국수 안 먹어도 된다’고 좋아하더라”라며 웃었다.

■야구의 신이 만든 기적 추신수는 “10경기까지는 내 의지로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52경기는 정말 말도 안된다. 이건 야구의 신이 준 선물”이라고 말했다. 출루 기록을 이어갈 수 있도록 주변의 도움도 많았다. 마지막 타석에 기회가 한 번 더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준 선수들의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더 중요했던 건 ‘악역’을 맡은 선수들이다. 추신수는 “홈 경기에서 우리가 이기고 있었고, 9회말을 하지 않으면 내 타석이 오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외야수비 나가 있는데 ‘아, 이렇게 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39경기 연속 출루를 노리던 6월27일 샌디에이고전에서 2-0으로 앞선 8회초, 불펜투수 제이크 디크먼이 3점을 내주면서 경기를 뒤집히는 바람에 9회말 2사 뒤 타석에 들어설 수 있었고, 추신수는 짜릿한 안타로 연속 출루에 성공했다.

생애 첫 올스타전에 출전했던 추신수. 게티이미지코리아

■첫 올스타, 얄미웠던 힌치 감독 생애 첫 올스타전 역시 짜릿한 장면을 남겼다. 추신수는 2-2 동점이던 8회초 대타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섰다. 마운드에는 밀워키 특급 좌완 조쉬 헤이더가 있었다. 원래 우타자 넬슨 크루즈 타석이었다. 아메리칸리그 올스타팀을 이끄는 휴스턴의 AJ 힌치 감독은 추신수를 대타로 선택했다. 2-2 동점, 좌완 킬러 상대 좌타자 대타는 아무리 올스타전이라도 상식적이지 않다. 추신수는 “그 순간, 나? 정말? 사실 말이 안되는 상황이지 않나. 텍사스가 라이벌팀이라 일부러 괴롭히나 이런 생각도 들더라. 조금 얄밉더라”며 웃었다. 그래서 더욱 이를 악물었다. 부랴부랴 아이패드로 헤이더의 투구 장면을 쓱 훑어본 뒤 타석에 들어갔다. 추신수는 “일단, 직구 슬라이더 두 구종을 모두 보고 싶었다. 다행히 초구 직구가 볼이 됐고, 이후 직구 2개가 다 스트라이크가 됐다. 4구째 슬라이더가 볼이 되더라. 일단 구종은 다 봤다 싶었는데, 투구 폼도 진짜 까다롭더라. 얄미워서라도 진짜 지고 싶지 않았다. 무조건 친다고 생각하고 직구를 노리고 있었는데, 직구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추신수는 가볍게 밀어때려 좌전안타를 만들었다. 추신수는 “알투베도 올스타 5번째 출전이었던 이번에 처음 안타 쳤다더라. 첫 올스타 출전, 첫 타석에서 안타는 짜릿했다”고 말했다.

사실 헤이더는 그때까지 좌타자 상대 투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무피안타(43타수 무안타)였다. 그 얘기를 들은 추신수는 “와 진짜냐”고 놀라워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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