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이는 신인상은 물론 그 이상도 기대 돼"..전 캐디 전병권 전망

정대균 2019. 1. 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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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LPGA투어 퀄리파잉시리즈에서 수석합격한 뒤 자필 싸인한 18번홀 깃발을 들고 캐디 전병권씨와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정은(오른쪽).
'핫식스' 이정은(23·대방건설)이 올 시즌부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서 활동한다.

2017년 KLPGA투어 전관왕, 2018년 상금왕과 평균타수상 등으로 국내 무대를 평정한 뒤 지난해 11월 LPGA투어 퀄리파잉시리즈에서 당당히 수석 합격하면서 미국 진출 기회를 잡았다. 이정은이 지난 2년간 국내외에서 보여준 경기력만 놓고 본다면 그를 세계 정상급 선수로 평가하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이정은은 지난 3일 본격적 미국 진출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신인상을 목표로 도전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 가능성 여부를 2016년 데뷔 이후 지난해까지 3년간 이정은의 백을 맸던 캐디 전병권(29)으로부터 들어 보았다. 그의 설명을 보다 생생하게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1인칭 화자 시점으로 그의 얘기를 풀어 보았다( 편집자주).

(이)정은이와 헤어지고 나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소회가 어떻느냐'다. 그에 대한 나의 답은 언제나 똑 같다. "나에게 과분한 너무나도 훌륭한 선수를 만나 지난 3년간 매우 행복했다"이다. 이는 결코 빈말이 아니다. 우리는 같은 투어에서 활동하면서 경기력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정은이가 워낙 잘돼 부득이 이별을 하게 된 경우다. 여러 정황상 내가 정은이를 따라 미국으로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내가 이벤트 대회 등은 도와줄 수는 있지만 그 보다는 현지 캐디랑 빨리 호흡을 맞추는게 좋다고 생각했다(이정은은 3일 기자회견에서 호주 출신의 '배테랑' 애덤 우드워드를 새 캐디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이제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정은이가 미국가서도 국내에서 보다 더 잘하길 기도하는 것 뿐이다. 돌이켜 보면 나는 엄청난 행운아가 틀림없다. 어려서부터 골프를 해 2부투어에서 활동했던 경력이 캐디를 하면서 큰 힘이 됐다(전병권은 현재 KPGA 준회원 신분이다). 선수 입장에서 선수를 보좌하려고 했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기술적인 부분을 일일이 조언하기 보다는 골프 외적 얘기를 많이 했다.

내 경험상 그럴 때 골프 얘기를 하면 스트레스를 더 받았던 것 같다. 다시말해 골프에 집중하는 시선을 가급적 분산시켜 거기에 스스로를 매몰시키지 않도록 했다. 정은이처럼 톱클라스에 올라온 선수는 승부욕이 엄청나다. 나까지 그러면 안될 것 같았다. 내 생각에는 그게 좋았던 것 같다. 3시즌 동안 트러블 없이 함께한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호흡을 맞췄던 이정은과 캐디 전병권(왼쪽). 둘은 이정은이 올 시즌 LPGA투어로 진출하면서 부득이 헤어지게 됐다.
정은이는 기술적인 부분은 워낙 톱 클래스라 걱정하지 않는다. 단지 체력적 소모가 많아 걱정이다. 거기에 동부와 서부 오가며 가져야할 시차 적응, 그리고 언어 등 환경적 문제를 문제를 여하히 빨리 적응하느냐가 성패 관건이 될 것으로 본다. 그것만 잘 극복하면 신인상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이상을 기대해도 될 것 같다. 어머니가 초기 3개월 가량 함께하면서 힘을 보탠다고 하니 다행이다.

정은이는 멘탈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한 단계 높다. 라운드 전 준비하는 과정과 매 라운드 끝나고 나서 점검하는 것들이 다른 선수들과 다른 것 같다. 대부분 선수들이 샷이나 피지컬 쪽 루틴에 치중한다면 정은이는 '멘탈 루틴'에 많은 신경을 쓴다. 자기만의 확실한 멘탈적 무기가 있는 것 같다. 다른 선수 신경쓰지 않고 자기 것만 하는 것 같다. 물론 연습량도 많다. 완급 조절도 잘한다. 휴식을 취해야 할때는 확실하게 쉰다. 그 모든 것을 본인 스스로 본능적으로 느끼고 하는 것 같다.

지난해 12월 중순 경 정은이, 정은이 부모님과 함께 식사를 했다. 마치 내년 시즌 준비 직전이라 내년 농사 잘하려면 동계 훈련이 중요하니까 잘 준비하라고 조언했다. 내가 복을 받아서인지 정은이 부모님께서 그동안 너무 잘해주셨다. 마치 친아들처럼 대해주셨다. 시합이 집주변 골프장에서 있을 때면 집으로 불러서 집밥을 꼭 해주셨다. 정은이랑 코스에서 있었던 일보다는 그런 부분이 오히려 더 많이 생각날 것 같다.

나는 올해 작년 신인상 포인트 2위인 한진선(22·볼빅)의 캐디로 활동하게 된다. 정은이한테 얘기했더니 "잘 도와 줘 좋은 결과를 거두길 바란다"고 덕담을 해줬다. 골프를 늦게 시작해 상비군이나 대표 경력은 없지만 피지컬과 샷이 좋아 기대가 된다. '제2의 이정은'의 탄생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리고 지난 3년간 나의 행복을 책임져 주었던 이정은의 성공도 꾸준히 빌어줄 것이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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