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상계에 퍼진 전명규의 손길, 이제는 뿌리 뽑아야 할 때 [ST스페셜]

황덕연 기자 2019. 1. 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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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석희(왼쪽) 조재범(오른쪽) / 사진=스포츠투데이DB

[스포츠투데이 황덕연 기자] 최근 대한민국 빙상계는 바람 잘 날이 없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가 조재범 전 코치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세상에 알려졌고, 앞서는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팀 추월 경기에서 '노선영 왕따 논란'이 불거졌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빙상계 전반에 걸친 이 같은 문제의 중심에 전명규 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이 관여돼 있다는 것이다.

전명규 전 부회장의 개입 의혹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기 전인 지난해 1월 노선영의 발언으로 인해 본격적으로 대두됐다.

노선영은 "전명규 전 부회장의 주도로 이승훈, 정재원, 김보름 3명이 태릉이 아닌 한체대에서 따로 훈련을 하고 있다"면서 "인원수가 안 맞다 보니 남녀 선수가 따로 뛰거나 혼성으로 훈련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훈련할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팀 추월 대표팀의 경기는 이 같은 논란에 불을 지폈다. 김보름, 박지우, 노선영으로 구성된 여자 팀 추월 대표팀은 마치 개인전을 치르듯 따로 달렸고, 김보름과 박지우가 먼저 그리고 노선영이 뒤이어 들어왔다. 이들은 7위라는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았고, 노선영이 팀 내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화살은 김보름, 박지우 그리고 전명규 전 부회장에게 돌아갔다. 전명규 전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실시된 문체부의 대한체육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전명규 전 부회장의 전횡은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으로 인해 더욱 상세히 알려졌다.

녹취록에서 전명규 전 부회장은 "쟤 머리 더 아파야 해. 얘는 지금 정신병원에 갈 정도로 힘들어져야 '나 이거 못하겠어 석희야'라고 할 수 있을 때까지 그 압박은 가야 된다는 거야"라며 조재범 전 코치로부터 폭행당한 피해선수들이 정신병원에 갈 정도로 힘들게 압박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조재범 전 코치는 심석희 등 선수들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상태였다.

또 전명규 전 부회장은 "그전에 (심석희가)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었어. 맞자마자. 그다음 날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었어"라며 "내가 그거 막은 거야. 새벽 1시까지 얘기를 하면서"라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행 피해자인 심석희가 기자회견을 하려 하자 이를 자신이 가로막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각종 독단에도 전명규 전 부회장은 아직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았다. 한체대 교수직을 역임하던 당시 교육부 조사에서 드러난 비위를 이유로 한체대로부터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은 것이 전부다. 그러다 보니 전명규 전 부회장을 비롯한 측근들은 현재까지도 한국 빙상계 곳곳에 손길을 뻗치고 있다.

여준형 젊은빙상인연대 대표는 11일 스포츠투데이에 전명규 전 부회장 측이 젊은빙상인연대에 가한 각종 압력에 대해 폭로했다.

여준형 대표는 "전명규 전 부회장 측이 젊은빙상인연대가 결성될 당시부터 압박을 가했다"면서 "현재 젊은빙상인연대의 자문을 맡은 박지훈 변호사에게도 주변인들이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여준형 대표는 박지훈 변호사뿐만 아니라 젊은빙상인연대에 소속돼 있는 코치, 선수들에게도 비슷한 압력이 가해졌다고 토로했다.

여준형 대표는 "전명규 부회장 측은 코치부터 시작해 선수들 그리고 스케이트장에까지 젊은빙상인연대에서 활동하지 말라는 요구를 했다"고 전하며 "한 지도자는 젊은빙상인연대에 소속돼 있다는 이유로 스케이트장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것을 거부당했다. 전명규 전 부회장 측은 이 같은 방식으로 꾸준히 젊은빙상인연대 소속자를 압박했다"고 밝혔다.

빙상계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기 위해서는 전명규 전 부회장의 손길을 뿌리 뽑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명규 전 부회장에게 강한 수위의 징계가 내려져야 한다.

[스포츠투데이 황덕연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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