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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인터뷰] "한국이 베트남 축구에 열광하는 이유? '공격 축구' 재밌잖아요"

이근승 기자 입력 2019.01.24.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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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은 밤낮으로 축구에 열광하는 나라”
- “압박, 속도, 기술 등 베트남은 나날이 발전 중”
- “베트남 돌풍, 우연으로 보기 어려워” 
- “창대 창으로 맞붙는 게 동남아 축구 최대 매력”  
 
축구 선수 심운섭(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한국이 베트남 축구에 큰 관심을 보이는 이유요? 박항서, 2002년 한·일 월드컵 말고도 다른 이유가 있을 겁니다.
 
베트남 리그(V-리그 1)에서 1년 6개월을 뛴 심운섭의 말이다. 심운섭은 2012년 2월 한라대 졸업 후 미얀마(MNL)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베트남, 캄보디아(C-리그), 말레이시아(슈퍼리그) 등 다양한 리그를 거치며 지난해까지 동남아시아 리그를 누볐다.
 
심운섭은 동남아시아 가운데 축구가 가장 발전할 나라로 베트남을 꼽았다. 경기 속도, 압박, 기술 등이 나날이 발전하는 까닭이다. 낮엔 자국 리그, 저녁엔 국외 리그를 챙겨보는 등 베트남인들의 축구 열기도 보통이 아니라는 게 심운섭의 얘기다.
 
심운섭은 베트남은 축구를 너무나 사랑하는 열정적인 나라 라며 나날이 발전하는 축구 기량과 베트남인들의 뜨거운 축구 사랑을 볼 때 아시안컵에서의 연이은 돌풍이 놀랍지 않다 고 강조했다. 엠스플뉴스는 2014년과 2017년 후반기(6~11월) V-리그 1에서 뛰었던 심운섭에게 더 깊은 베트남 축구 얘길 들었다.    
 
밤낮으로 축구에 빠져있는 베트남, 심운섭 “황금세대+박항서로 황금기 돌입”
 
2014년 베트남 리그에서 뛸 때의 심운섭(사진=엠스플뉴스)
 
K리그를 뛰지 않고 국외에서만 선수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 팬들께 인사드리는 건 처음이라, 어색하고 떨리네요(웃음). 한국에선 대학 졸업할 때까지 축구 선수로 뛰었어요. 저 역시 K리그1에 도전해 대표팀 유니폼을 입는 게 꿈이었죠.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더군요. 축구를 관두려던 찰나에 미얀마에서 뛰게 됐어요. 대학 졸업하고 석달 뒤(2012년 5월)였을 겁니다.
 
한국에서 동남아 리그는 낯섭니다. 미얀마에서 꿈을 이어가게 된 계기가 있나요?
 
대학 졸업반 때 개인 성적이 좋았어요. 22경기 10골 8도움을 기록하면서 ‘K리그에서 뛸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죠. 하지만, 졸업을 코앞에 두고 종아리 근육이 파열되면서 축구를 관둬야 할 상황까지 갔어요. 정말 암울했습니다. 그런데 축구를 포기 못 하겠더라고요. 어떻게든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싶었고, 축구계 선배들이 추천해준 곳 가운데 미얀마와 인연이 닿게 돼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미얀마를 포함해 다양한 리그를 경험했습니다.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에서 뛰었습니다. 가장 최근(2016년 6월~2018년 11월)엔 말레이시아 슈퍼리그에서 뛰었고요. 현재는 개인 운동을 하면서 새로운 리그로의 도전을 준비 중입니다. 
 
다양한 나라에서 선수 생활을 했는데요. 가장 인상 깊었던 리그는 어디였습니까. 
 
베트남이죠(웃음). 제가 뛰어 본 리그 가운데 수준이 가장 높았어요. ‘한 단계 올라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굉장히 많이 뛰고, 압박이 강해요. 격투기를 연상케 할 정도로 거칠고. 최근엔 유럽 유학을 다녀온 친구들이 많아서 볼 다루는 기술도 좋아졌습니다. 
 
베트남 축구 열기가 한국이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뜨거운 이유가 있었군요.
 
아주 뜨겁죠. 베트남 술집은 무조건 국외 축구를 틀어요. EPL이나 LEP를 보면서 술을 먹는 거죠. 하지만, 자국 리그에 관심이 덜하지 않습니다. 축구에 푹 빠져있는 사람이 많거든요.
 
축구가 삶의 일부가 된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한국엔 축구 말고도 즐길 게 아주 많잖아요. 베트남은 선택지가 적어요. 사람들을 하나로 뭉치게 만들 수 있고, 열광시킬 수 있는 게 축구 말고는 없거든요. 그러다 보니 낮엔 자국 리그를 챙겨보고, 밤엔 술과 함께 국외 경기를 보는 게 사람들의 일상이 된 거죠. 
 
최근 베트남의 국제대회 돌풍이 우연이 아니었군요. 
 
베트남이 2000년대 초반부터 유소년 축구에 투자했어요. 베트남 거대 기업인 호앙안지아라이(HAGL)와 빈그룹이 100% 후원하는 베트남유소년축구기금(PVF)이 대표적이죠. EPL 아스널과 자매결연 맺고, 끊임없이 교류했어요. 베트남으로 아스널 유소년 코지진을 불러서 훈련하고, 영국으로 전지훈련도 갔고요. 이렇게 자라난 선수 가운데 하나가 베트남 K리거 1호인 르엉 쑤언 쯔엉이에요.  
 
말 그대로 ‘황금세대’네요. 
 
베트남 선수들 발기술이 굉장히 좋아요. 짧은 패스로 공격을 전개하는 걸 보면 ‘아스널 코치진에게 배웠다’는 걸 알 수 있죠. 하지만, 한국인이어서가 아니라 박항서 감독 지도력도 빼놓을 수 없어요. 선수들의 강점을 최대한 끌어내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으면서 놀라운 팀을 만들고 있어요.
 
“박항서, 2002년 한-일 월드컵의 향수,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
 
2019년 UAE 아시안컵 베트남(붉은색 유니폼)과 이란의 조별리그 경기 한 장면(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에서도 베트남 축구에 관심이 많은 걸 알고 있습니까.
 
모를 리가요. 스즈키컵 관심이 ‘엄청났다’고 들었어요. 한국에서 동남아 축구 관심이 이토록 높았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죠. 
 
박항서 감독 때문일까요?
 
유럽 챔피언을 가리는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나 남미 최강자를 가리는 코파 아메리카는 세계적인 스타 선수들이 출전하는 까닭에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잖아요. 하지만, 동남아 월드컵으로 불리는 스즈키컵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던 적이 있었나요.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지휘봉을 잡았기 때문에 관심이 쏠린다고 생각해요.  
 
다른 이유도 있습니까.
 
2002년 한-일 월드컵의 향수요. 세계 축구 변방으로 불리던 한국이 써 내려간 역사를 베트남이 따르고 있잖아요. 물론 월드컵과 아시아 대회는 규모 차이가 크지만, 베트남엔 2002년 한-일 월드컵 못잖은 역사거든요. ‘약자가 강자를 이길 수 있다’는 매력을 끄집어내면서 한국 팬들을 사로잡은 게 아닐까요. 그리고 이건 베트남 리그를 뛰면서 느낀 건데요.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습니다. 
 
어떤 거죠?
 
가끔 제 한국 지인들이 팀에 놀러와요. 그러면 저는 묻습니다. K리그와 동남아 리그 중에 어떤 게 더 재미가 있냐고. 이구동성으로 동남아 리그가 ‘더 재밌다’고 말해요. 이유가 있습니다. 사실 수준은 K리그가 훨씬 높죠. 하지만, K리그는 수준이 높은 만큼 골이 적게 나요. 전술 이해도와 수비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죠. 동남아 리그는 달라요. 
 
전술 이해도와 수비 능력이 떨어져서 더 재밌다는 말인가요?
 
베트남은 전술 이해도나 조직력이 한국과 비교하면 좀 떨어집니다. 수비력도 뛰어나지 않고요. 그게 팬들에겐 매력이 될 수 있습니다. 두 팀이 공격 대 공격으로 맞붙는 까닭에 재밌는 거처럼 보이는 거예요. 팬들은 축구의 꽃인 골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잖아요. 스즈키컵도 빼어난 수비 전술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창대 창으로 맞붙는 경기가 많았어요. 그런 게 베트남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거 아닌가 싶어요. 
 
매력적인 베트남이 2019년 UAE 아시안컵에서 일본을 만납니다. 베트남을 잘 아는 선수로서 8강전을 예상해 본다면 어떨까요? 
 
지면 끝인 토너먼트입니다. 베트남은 실점을 막는 데 주력할 거고, 일본은 이른 시간 선제골을 넣기 위해 몰아붙일 거고요. 쫓기는 쪽은 일본이에요. 베트남은 져도 부담이 없어요. 선수들이 현 성적에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면 승부는 50:50이라고 생각합니다. ‘쌀딩크’ 신화가 계속되야 하지 않겠어요(웃음).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