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타임 CRITIC] 왓퍼드는 김민재를 원했지만, 베이징행은 결정되어 있었다

한준 기자 2019. 1. 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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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퍼드는 아시안컵 활약을 보고 공문을 보냈지만 이미 베이징과 합의가 끝난 상황이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2019년 AFC 아시안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아쉽게 8강에서 탈락한 가운데 수비수 김민재(23)는 이름값을 했다. 강력한 헤더로 2골을 기록했고, 안정된 수비를 펼쳤으며 빌드업 능력도 탁월했다. 괴물이라는 별명을 입증했다.

하지만, 김민재는 대회 기간 왓퍼드의 영입 제안과 베이징 궈안 이적 문제로 더 화제가 됐다. 28일 대회를 마치고 귀국한 현장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는 그가 경험한 아시안컵이 아니라 이적 행선지였다.

김민재는 왓퍼드의 오퍼를 "정확히 모르겠다"고 했다. 백승권 전북 현대 단장과 이적에 대해 나눈 대화에 대해서도 "베이징으로 가는 방향이 결정이 났다고 말씀하셨고 거기에 대한 대답을 했을 뿐"이라며 본인이 왓퍼드와 베이징 사이에 선택을 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개인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도 왓퍼드에 대해 "옵션이 아니었다"고 했다.

엇갈리는 보도와 발언 속의 진실은 무엇일까? 스포티비뉴스는 전북 현대 고위 관계자와 이적 협상 과정에 관여한 인사를 통해 사실을 확인했다.

◆ 전북과 김민재의 엇갈린 발언, 베이징 이적 합의를 말할 수 없었기 때문

우선 왓퍼드가 전북 현대 측에 김민재의 영입 의사를 타전한 것은 사실이다. 18일 왓퍼드 구단 관계자가 백승권 전북 단장과 통화로 완전 이적을 원한다며, 이적료를 제시했다. 워크 퍼밋 문제도 해결할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왓퍼드는 18일 자로 테크니컬 디렉터의 사인이 된 영입 의향서를 공문으로 전북에 직접 보냈다. 이 공문은 한국 시간으로 19일 토요일에 전북에 도착했다. 주말이라 전북 측은 20일 일요일에 확인했다. 본지 기자의 문의로 살펴보니 공문이 와있었다.

당시 백 단장은 "베이징과 협상이 마무리 단계여서 긴밀하게 움직이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베이징 협상이 없었다면 주말이라도 왓퍼드의 제안에 실시간으로 대응했겠지만, 이미 계약이 마무리 단계였다고 했다. 백 단장은 김민재에게도 의사를 물었다고 했다. 김민재는 예정대로 베이징에 간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백 단장과 김민재의 말이 다르게 전해진 이유는, 이미 해당 시점에 전북과 베이징의 합의가 끝났기 때문이다.

전북 관계자에 따르면 김민재는 이미 베이징 이적의 개인 조건에 합의한 상태였다. 전북과 베이징 간의 세부 조건 조율이 남아 있었다. 전북이 베이징 측에 최종 조건을 전했고, 베이징의 대답이 왓퍼드의 제안 직전에 왔다. 왓퍼드의 제안을 받았을 때 이미 베이징이 전북의 마지막 조건까지 수락해 합의가 끝난 상황이었다.

전북과 베이징은 한국의 아시안컵 일정이 끝난 뒤 공식 발표하기로 했다. 합의 사항을 미리 공표할 수 없었다. 전북 관계자는 "베이징과 합의가 끝났다는 사실을 말할 수 없는데, 왓퍼드의 제안이 온 것이 사실이니 그것을 부인할 수도 없었다"고 했다. 백 단장이 김민재와 나눈 마지막 대화는 전북도 베이징과 합의한 상황에서 김민재의 베이징행 의사를 재차 확인한 것이었다.

김민재는 대회에 참가하고 있어 전북과 베이징이 최종 합의한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왓퍼드 제안과 맞물려 이뤄진 합의였기에 백 단장과 김민재의 대화가 이뤄졌다. 김민재도 백 단장에게 자초지종을 물었으나 보도된 것 외의 사안이 없었다. 백 단장은 김민재에게 물은 것은 베이징행 의사가 변함이 없는 가를 확인한 의미였다고 했다.

서로의 발언과 당시 보도가 엇갈린 것은 이미 전북과 베이징, 김민재 간의 합의가 끝난 상황이라는 것을 공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민재가 왓퍼드로 가고 싶어도 협상 테이블을 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메디컬 테스트와 입단 마무리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으나 장기간 협상 끝에 합의가 이뤄져 번복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었다. 만에 하나 정말로 왓퍼드행을 원했다면 지금까지의 모든 협상과 합의를 깨고 왓퍼드와 협의해야 했다. 뒤늦게 온 제안에 그 부담을 감수하며 협상 테이블을 차릴 수는 없었다.

▲ 김민재는 아시안컵에서 실력을 입증했다. 베이징 이적은 29일 발표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 김민재 영입에 적극적이었던 왓퍼드, 제안서를 너무 늦게 보냈다

왓퍼드는 전북과 베이징이 합의를 마친 것을 모르고 제안했다. 왓퍼드의 제안 '직전'에 합의가 됐고, 공표되지 않은 상황이라 왓퍼드 측 대리인도 알지 못했다. 왓퍼드 측은 김민재가 베이징을 택했다는 보도를 접한 뒤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입 제안서에 사인하고 직접 김민재 영입을 추진한 단장급 인사가 대리인을 거치지 않고 김민재와 직접 통화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할 정도로 적극성을 보였다.

왓퍼드는 이적료 600만 달러에 달하는 거액의 계약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봉도 세전 200만 달러 수준으로 높았다. 왓퍼드는 이미 2018년 3월부터 김민재에 관심을 보냈고, 꾸준히 관찰해왔다. 하지만 공식 제안이 늦었다.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이적료와 연봉 조건 모두 베이징이 월등히 좋았다.

왓퍼드는 2019 AFC 아시안컵이라는 메이저 대회에서 활약을 검증한 뒤 전북에 공문을 보냈다. 이미 11월부터 김민재 영입 작업에 나서 12월에 본격 협상의 마무리 단계에 돌입한 베이징이 앞설 수 밖에 없었다. 이적 시장 관계자는 "왓퍼드가 12월에는 이적 의향서를 보냈어야 선택을 바꿀 여지가 있었다"고 했다.

김민재도 유럽 진출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왓퍼드가 전북에 공식적으로 영입 의향서를 보낸 것이 너무 늦었다. 영입 의향서에는 본격 협상을 원하며 구체 조건을 담은 공식 레터를 곧 발송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으나 해당 시점에 이미 베이징 이적은 마무리됐다. 왓퍼드는 이후에도 재차 김민재 영입을 위한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으나 대리인을 통해 이미 베이징 이적이 결정됐다는 회신을 받았다.

김민재는 아시안컵 대회 기간 중 이같은 상황을 직접 밝힐 수 없었다. 전북 구단도 베이징 및 선수와 합의에 따라 한국 대표팀이 아시안컵에서 철수한 뒤 공식 발표하기로 했다. 전북과 베이징인 29일 김민재 이적을 공지할 예정이다. 김민재는 프리미어리그로 직행할 수 있는 실력을 인정 받았으나, 부상으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 참가하지 못하는 불운과 유럽 겨울 이적 시장에 맞춰 아시안컵이 열리는 외부 상황으로 인해 이루지 못했다. 김민재는 중국 슈퍼리그에서 새 도전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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