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일본인' 사토미 씨가 'K리그'에 푹 빠진 사연은

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2019. 1. 30.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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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여성 K리그팬’ 사토미 씨의 일상에는 K리그가 깊숙하게 자리잡았다. 사토미 씨 제공

[스포츠한국 인천=김명석 기자] “충격이었어요. ‘도대체 왜?’라는 궁금증이 생겼죠.”

2012년이었다. 한국 여행 겸 인천축구전용경기장(숭의아레나)을 찾은 일본인 사토미 씨는 유럽에서나 볼 법한 경기장 풍경에 큰 감동을 받았다. 그는 “눈을 의심할 정도로 멋진 축구장이 우뚝 서 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경기장 안에 들어선 그는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1만3295명이 아닌 3295명에 그친 관중수 때문이다. 사토미 씨는 “이렇게 멋진 경기장에, 또 인구도 많은 도시에 왜 관중수가 이정도밖에 없는지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도대체 왜?’라는 궁금증은 인천유나이티드와 K리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 관심은 한국축구를 더 잘 알기 위한 한국어 독학, 나아가 한국에서의 오랜 거주를 택하게 된 결정적인 배경이 됐다.

한국에서 생활한 지도 어느덧 1년 6개월째. 궁금증과 함께 K리그를 향해 내디뎠던 첫 걸음은 어느덧 전국 곳곳 K리그 경기장으로 향하게 됐다. ‘일본인 여성 K리그팬’ 사토미 씨의 일상에 K리그가 깊숙이 자리잡은 셈이다.

사토미 씨의 인생을 바꿔놓았다는 인천축구전용경기장(숭의아레나)

숭의아레나를 찾은 날, 인생이 바뀌기 시작했다

사토미 씨가 축구와 첫 인연을 맺은 것은 중학생 때였다. 지역 연고팀인 베갈타 센다이를 응원하는 가족들을 따라 처음 원정 응원에 나선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일본 J-리그에 한국 선수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자연스레 한국축구에 대한 관심도 생겼다.

그때까지만 해도 막연하기만 했던 한국축구에 대한 관심은 한국 여행 중 K리그 관전을 통해 보다 뚜렷해졌다. 사토미 씨는 이 관전을 두고 ’인생을 바꾼 선택‘이라고 표현했다.

“2012년 가을이었어요. 한국에 여행 온 김에 전철을 타고 갈 수 있고, 전철역에서 가깝고, 수용인원 2만 명 정도의 축구전용경기장을 찾다가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을 찾게 됐죠. 그때의 선택이 저의 인생을 이렇게 바꿀 줄 몰랐어요.”

1호선 도원역에서 내린 그를 사로잡은 것은 ‘상상을 크게 넘어선’ 풍경이었다. 사토미 씨는 “이게 진짜 한국 축구장인가 싶었다. 마치 유럽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며 “이렇게 멋진 축구장이 팬들로 가득 차 있을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 기대감은 경기장 안에서 깨졌다. 텅 빈 관중석 때문이었다. 3500명도 채 안 되는 관중수에 사토미 씨는 “충격을 받았다. ‘도대체 왜 관중수가 이 정도밖에 없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당시의 충격, 그리고 ‘도대체 왜?’라는 궁금증은 사토미 씨를 한국으로 이끈 계기가 됐다.

사토미 씨 제공

독학으로 배운 한국어, 오직 한국축구를 더 잘 알기 위하여

“한국에선 J-리그 기사들이 나오지만, 일본에선 K리그 관련 기사들을 접하기 힘들었어요. 그래서 일일이 구단 홈페이지에서 확인해야 했죠. 그러기 위해선 한국어를 공부해야 했어요. 처음 독학으로 배운 한국어도 경기 일정, 경기 결과 같은 축구 용어였죠.”

‘왜?’라는 궁금증을 안고 일본으로 돌아간 그는 독학으로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처음 배운 단어들이 말해주듯 온전히 K리그를 더 잘 알기 위해 시작한 공부였다. 한국어를 배우면서 틈틈이 그는 한국을 오가며 K리그를 관전했다. 자연스레 인천과 K리그에 대한 관심은 점점 더 커져갔다.

이 과정에서 독학으로 배운 한국어는 어느덧 수준급이 됐다. 스스로 “아직 많이 배워야 한다”며 웃어 보인 그지만, 1시간이 넘는 인터뷰가 한 번의 막힘도 없이 수월하게 진행됐을 정도다. 한국축구가 그에게 두 번째 언어를 선물해준 셈이다.

호기심과 궁금증에서 시작된 관심은 기어코 사토미 씨의 발길을 한국으로 향하게 했다. 한국에 거주한 지 어느덧 1년 6개월째, 그는 등 국내 스포츠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는 중이다.

사토미 씨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중 하나는 '우리에게는 팬들의 응원이 필요하다. 함께 싸우고 함께 기뻐하자'는 마음을 그라운드에서 K리그 선수들이 직접 보여준다는 것. 사토미 씨 제공

J리그엔 없는, K리그만의 매력들은?

한국에 거처를 마련한 뒤에는 K리그 경기장을 찾는 횟수도 부쩍 늘었다. 인천뿐만이 아니었다. 서울이나 수원 부천 등 수도권은 기본, 멀리 울산이나 포항, 광양, 제주 등 원정길에도 올랐다. 직접 가본 K리그 경기장보다 아직 가보지 않은 경기장을 읊는 것이 더 빠를 정도다.

K리그만이 아니다. 시간이 날 때면 화성, 시흥 등 K3리그 현장이나 인천유나이티드 훈련장까지도 기꺼이 발걸음을 향했다. 어떤 축구팬들과 견주어도 전혀 부족함이 없을 만한, ‘일본인 축구팬??남다른 열정이다.

“경기장마다 매력들이 다 달라요. 예를 들어 상주시민운동장은 경기장 근처에 잔디들이 많이 깔려 있어서 아이들이 공을 차면서 놀아요. 그런 모습을 보면 귀엽죠. K리그 경기장 대부분은 월드컵경기장이나 축구전용경기장이어서 시설들이 좋아요. 물론 서울이나 수원 정도를 빼면 어딜 가도 관중이 적어서 아쉽지만요.”

K리그 현장을 자주 다니다보니 J-리그와의 차이점들도 많이 느끼고 있다는 그다. 관중들이 쓰레기를 그대로 놓고 간다거나 원정 팬들이 상대팀 경기장이나 역에 자신들의 스티커를 붙이는 등 가끔 고개를 갸웃할 만한 일들도 있지만, 그는 “문화 차이나 팀을 사랑하는 방식의 차이로 이해한다”고 했다.

“응원 문화는 한국과 일본이 크게 달라요. 팀이 실점을 하면 한국은 분위기가 축 쳐져요. 반면 일본은 오히려 더 응원을 해주죠. 반대로 골을 넣으면 한국은 더 열광적이에요. 일본은 주위 눈치를 봐서 한국보단 열기가 덜하죠. K리그는 J리그와 달리 서포터스석과 일반 관중석에 ‘보이지 않는 벽’도 느껴져요. 욕설은 일본이나 한국이나 똑같아요(웃음).”

그리고 또 하나. 사토미 씨는 J리그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선수와 팬들의 관계성, 즉 심리적 거리를 K리그 만의 매력으로 꼽았다. 팬 사인회나 팬 미팅 등 경기장 밖의 이벤트에 그치는 J리그와는 달리, K리그는 경기장 안에서부터 ‘팬과 선수들이 함께 한다’는 매력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K리그 선수들은 ‘우리에게는 팬들의 응원이 필요하다. 함께 싸우고 함께 기뻐하자’는 마음을 경기장 안에서 보여줘요. 예를 들어 인천 선수들은 골을 넣으면 팬들을 향해 달려오죠. 팬들은 그걸 통해 ‘선수들이 우리를, 우리의 목소리와 응원을 바라고 있다’고 인식하죠. 선수와 팬의 거리가 그만큼 가까운 것. J리그에 없는 K리그 만의 매력이죠.”

사토미 씨는 J리그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선수와 팬들의 관계성, 즉 심리적 거리를 K리그 만의 매력으로 꼽았다. 사진은 경기 후 관중석의 팬들과 사진을 찍는 인천유나이티드 선수 모습. 사토미 씨 제공

“K리그의 성장 가능성, 그 가능성을 믿습니다”

사토미 씨가 K리그 경기장을 돌아다니면서 느끼고 있는 공통된 감정은 훌륭한 시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텅 빈 관중석이다. 자신을 한국으로 이끈 궁금증, 훌륭한 인프라를 갖추고도 ‘도대체 왜’ 인기가 없는지에 대한 답도 아직은 생각이 깊다.

대신 그는 J리그와는 다른 K리그 구단들의 운영 방식에 의문부호를 달고 있다. 관중들이 성적을 떠나 ‘우리 팀’이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구단 고유의 콘셉트를 잡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J리그에서도 이제 막 시작 단계에요. 몇몇 구단들이 명확한 콘셉트나 비전을 가지고 팀을 운영하기 시작했죠. 예를 들어 어떤 구단은 ‘가족(Family)’ 콘셉트로 잡고 동물원을 만들어 가족들이 함께 올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죠. 물론 J리그에서도 이런 구단들은 아직 많지 않아서 갈 길은 멀어요. K리그에도 이러한 콘셉트나 비전을 가진 팀이 있는지 궁금해요.”

나아가 사토미 씨는 구단의 노력만으로는 관중수를 끌어올리는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대신 경기장을 찾는 팬들의 노력이 더해져야 관중수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팬들의 노력이 필요할 같아요. 경기장에 갈 때마다 친구든 직장동료든 한 명씩 데리고 가는 거예요. 일종의 영업사원이 되는거죠. 각 구단의 마케팅 노력만으로는 분명 K리그 인기를 끌어 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사토미 씨는 “지금의 부족한 K리그 인기는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뜻 아니겠느냐”며 웃었다. 지금의 K리그에 대한 관중 수와 인기는 낮은 것이 사실이지만, 모두의 노력이 더해져 결실을 맺는다면 그만큼 성장 폭도 클 것이라는 ‘외국인 K리그 팬’의 긍정론이다.

“K리그는 인프라가 참 잘 갖춰져 있어요. 경기장도 훌륭하고 시설도 좋죠. 아직은 관중 수가 적지만, 그만큼 K리그가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과 폭이 크다는 뜻이기도 할 거에요. 저는 그 가능성을 믿고 있습니다.”

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holic@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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