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일한월드컵' 표기중인 영국 국립 축구 박물관 [이성모의 어시스트+]

이성모 2019. 2. 5. 13: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중, 2002년 월드컵을 '한일월드컵'이 아닌 '일한월드컵'이라고 소개중인 영국 국립 축구 박물관. 사진=최종영 씨 제보)

[골닷컴, 런던] 이성모 칼럼니스트 = 세계 최고, 최대 규모의 축구 박물관이라고 자부하는 영국의 국립 축구 박물관(정식명칭 The National Football Museum). 연간 40만 명의 관람객들이 방문하는 이곳에 '2002 일한월드컵'(2002 Japan/Korea)라는 잘못된 명칭이 버젓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나는 지금까지 두 차례 칼럼 '이성모의 어시스트+'를 통해 대한민국 전체의 자랑이자 기쁨이었던 2002년 한일월드컵의 공식명칭을 '2002 한일월드컵'(2002 Korea/Japan World Cup)이 아닌 '2002 일본월드컵'(영국에서 발매된 축구 서적에서) 혹은 '2002 일한월드컵'(Japan/Korea World Cup)이라고 표기하고 있는 곳(일본 축구협회가 운영하는 축구 박물관)이 있다는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그 후로 나는 이와 유사한 사례에 대한 제보를 적지 않게 받았다. 그 중에는 한 때 잘못된 표기가 있었으나 이제는 더이상 찾아볼 수 없거나, 팩트를 정확히 체크하기 어려운 사례도 꽤 있었다. 그러나, 그 사이에 나는 지금까지 정확히 한 공간에서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서로 다른 두 제보자의 제보를 접하게 됐다. 그 장소는 맨체스터에 위치한 영국 국립 축구 박물관이었다.

이곳에 '일한월드컵'으로 잘못 표기된 전시물이 있다는 최초의 제보를 받았던 것은 지난해 여름의 일이었다. 당시, 그 사실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시도했으나 한동안 이 박물관의 월드컵 관련 전시물들이 모두 리모델링 과정을 거치고 있었기에 곧바로 확인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 후 이전까지 무료로 입장이 가능했던 이 박물관의 유료로 전환되고 월드컵 관련 전시관이 다시 공개되면서 다시 한 번 유사한 제보가 전해졌다.


(최종영 씨 제보 내용과 관련된 사진. 사진 아래쪽 지구본을 보면 한일월드컵 개최지 설명에도 한/일이 아닌 일/한으로 소개되고 있다.)

이번에 영국 국립 축구 발물관에서 이 내용을 직접 확인한 후 사진과 함께 제보해준 최종영 씨(서울시 모초교 초등교사)의 제보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처음 (영국 국립 축구 박물관)에 입장했을 땐 생각보다 큰 규모에 놀랐습니다. 박물관을 둘러볼수록 맨체스터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영국 축구, 축구 그 자체에 대해 다루고 있는 박물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축구에 관한 완벽한 박물관일 것이라는 저의 기대는 역대 월드컵을 소개하는 곳에서 처참히 무너졌습니다. 축구의 고향인 이곳에서 2002 한일월드컵 같은 전 세계인이 아는 메인 이벤트 명칭을 잘못 표기하다니요. 처음엔 당혹스럽고 억울하기도 하고 안타까웠지만, 이내 이것은 반드시 바로 잡아야한다는 생각이 들어 제보하게 됐습니다."

"지난 여름에 기자님께서 쓰신 일본 축구박물관 내 2002 한일 월드컵 표기 오류에 대한 지적을 볼 때도 참 안타까웠는데, 축구의 발상지이자 축구가 곧 삶이라는 영국인데도...무려 리모델링을 거쳐 재오픈한 축구박물관에서조차 이런 오류를 범한다는 게 너무 안타까워 제보드립니다."

"제가 발견한 것은 아래의 두가지입니다. 공식 설명란도 잘못되어 있고, 지구본엔 월드컵 개최지를 선택하면 화면에 설명이 나오는데 그곳도 잘못 나와있네요. 한국과 일본의 지구본 상 위치를 고려해도 반대로 해야 할텐데... 공식 명칭을 잘못 표기하고 있다고 밖에 생각이 안됩니다."



(화려한 외관의 영국 국립 축구 박물관. 사진=이성모)

최종영 씨의 다음 말은 특히 울림이 크다.

"저는 초등교사라 아이들을 데리고 박물관을 1년에도 몇 번씩 갑니다. 아이들은 박물관에서 접하는 정보는 오피셜이라고 여기면서 자연스럽게 학습하게 되죠. 그런데 (어쩌면 박물관 관계자들은 사소한 실수라고 여길지도 모를) 틀린 정보를 사실로 알고 넘어갈 전 세계인들이 너무 많을테니까 무섭기도 합니다."

'축구종가'를 자부하는 영국 국립 축구 박물관에서 이런 오표기가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앞서 이 주제에 관해 내가 취재한 후 공개한 두가지 사례(영국의 축구 서적, 일본의 축구 박물관)와 비교할 때 그 심각성이 더욱 크다. 이곳은 일본 축구 박물관과는 달리 일본도, 한국도 아닌 '제3자'의 영역에 있는 박물관이며, 스스로도 '최고'라고 자부하듯 많은 입장객들의 마음에도 '가장 확실한 정보'처럼 각인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최근 영국 국립 박물관 관련 자료를 찾아보면, 이곳을 찾는 사람은 1년에 약 4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대로 둔다면, 40만 명에 달하는 사람이 '최고의 축구 박물관'을 자부하는 곳에서 매년 2002 한일월드컵을 2002 일한월드컵으로 기억하게 된다는 의미다.



(2002 한일월드컵을 오표기하고 있는 사례들로 지금까지 공개한 두 사례. '일본월드컵'이라고 소개하고 있는 책과 일본 축구 박물관 내 '일한월드컵' 표기. 사진=이성모)

민족 최고의 명절인 설날, 그 당일에 이 사실을 공개하는 이유는 이것이 설령 지금 당장은 한국인들에게 불쾌한 소식일지 몰라도 단지 순간의 감정으로 치부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스포츠 역사에 길이남을 최고의 이벤트였던 2002 한일월드컵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잘못된 명칭으로 불리고 기억되지 않도록, 이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모든 축구팬들의 제보와 문제제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 안녕하세요 축구팬 여러분, 이성모입니다. 이 칼럼에서 다룬 주제와 관련하여 여러분께서 직접 목격하신 오표기가 있을 경우 언제든지 제 이메일 혹은 SNS를 통해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사진과 함께 보내주시면 추가 조사 후 제보해주신 분의 실명과 함께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성모 올림

Copyright © 골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