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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기 없는 한국축구, 희망도 없다 [김세훈의 스포츠IN]

스포츠산업팀 차장 shkim@kyunghyang.com 입력 2019.02.08. 16:29 수정 2019.02.12. 08:49

“내가 한국을 상대로 카타르가 이긴다고 예상했을 때 나는 한국 기술 측면에서(in terms of skills) 어떤 걸 갖고 있는지 물론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카타르를 택했다.”

사비 에르난데스가 아시안컵 한국-카타르전에서 카타르 승리를 점치면서 한 말입니다. 사비가 ‘한국이 갖고 있는 기술’이라는데 대해서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축구에서 기술이라고 하면 개인기술과 팀 전술이 있습니다. 사비가 한국-카타르전 뿐만 아니라 다른 경기 승부도 다수 적중시킨 것은 둘 모두를 분석한 결과일 겁니다.

축구를 잘 하려면 개인기술과 팀 전술이 모두 뛰어나야합니다. 세계적인 축구강국, 축구 강팀은 두가지를 모두 갖췄습니다. 둘 중 하나만으로는 정상에 오를 수 없습니다.

한국 선수들이 지난달 25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아시안컵 8강전 카타르와의 경기에서 패한 뒤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개인기술은 어릴 때 배워야합니다. 일반적으로 축구에서는 17세를 넘기면 개인기를 배우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드리블도, 슈팅도, 패스도, 태클도 모두 몸이 유연할 때 더 잘 배울 수 있습니다. 몸이 굳어지면 기술을 배우는 게 어렵다는 걸 우리는 압니다. 그래서 축구 선진국, 축구 명문 구단 모두 유소년 학생들에게 개인기를 집중적으로 지도합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습니다. 학교축구부, 클럽축구부 모두 승리하는 게 지상 목표입니다. 전국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 상급학교에 갈 때 좋은 학교에 진학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위 축구명문대학이 신입생을 뽑을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 또한 대회 성적입니다. 성적을 내기 위한 축구, 지지 않은 축구. 그걸 해야만 학생 선수들은 좋은 대학교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또 그걸 해야만 지도자들도 연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어린 선수들은 3선 라인을 지키는 것, 공을 자기끼리 돌리는 것, 백패스와 횡패스를 주로 하는 것, 손을 이용해 반칙하는 것 등을 배웁니다. 축구 강국, 축구 명문팀 유망주들이 개인기를 배울 때 우리 선수들은 조직력과 팀 전술을 배우는 거죠. 한국이 청소년 시기 국제대회에 나가서 대충 명함이라도 내밀 수 있는 건 조직력이 갖춰지지 않은 개인기 위주 해외 유소년팀에 성인 수준 조직력으로 맞선 결과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이후에 있습니다. 나이가 먹을수록 우리 유소년들의 기량은 크게 좋아지지 않습니다. 반면 축구 강국, 축구 명문구단 유소년들의 실력을 쑥쑥 자랍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개인기를 배워야할 나이에 배우지 못한 한국 유소년들이 성인이 되면서 아무리 조직력을 다져도 개인기가 부족한 조직력은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탄탄한 개인기를 이미 갖춘 축구 강국, 축구 명문구단 유소년들은 조직력까지 본격적으로 익히면서 개인기와 조직력이 어우러진 플레이를 하게 됩니다. 개인기가 부족한 채 조직력만 다져온 한국축구가 개인기과 조직력을 겸비한 축구 강국, 축구 명문 구단에게 점점 더 밀리는 건 당연한 결과입니다. 상대 선수 한명도 제대로 제치지 못하는 한국 대표 선수들의 부족한 개인기는 결국 입시위주, 성과위주로 돌아가는 국내 유소년 육성 시스템이 실패했다는 뜻입니다. 개인기가 좋은 유망주를 키우지 못한다면 결국 한국축구의 미래는 없습니다.

우리는 한국대표팀이 국제대회에서 부진할 때마다 사람탓을 합니다. 물론 감독 능력이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선수들이 못할 수도 있고요. 컨디션을 조절하지 못한 스태프 책임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세상 모든 일은 ‘사람’과 ‘시스템’이 함께 조화될 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습니다. 축구도 팀 전술과 개인 전술이 잘 어우러질 때, 좋은 지도자와 좋은 선수가 함께 할 때, 좋은 인력과 좋은 시스템이 상생할 때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한국축구가 국제대회에서 부진한 이유, 한국축구가 상대에 따라 들쭉날쭉한 기량을 보이는 이유, 한국축구가 종종 약체에게 맥을 추지 못하는 이유. 그건 궁극적으로 한 가지 이유입니다. 바로 개인기 부족입니다. 좋은 선수가 별로 없기 때문에 조직적으로 아무리 노력해도 밋밋하고 부정확한 크로스, 허공만 가르는 슈팅, 상대에게 읽히는 패스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답은 유소년 시스템 개혁입니다. 어릴 때 개인기, 성인이 돼가면서 조직력을 더하는 게 답입니다.

A매치는 11명 대 11명 싸움이 아닙니다. A매치는 그 나라 육성 시스템 대 상대국 육성 시스템의 대결입니다. 우리가 스페인에게 독일에게 브라질에게 밀리는 건 우리 육성 시스템이 그 나라 육성 시스템보다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아시안컵에서 우승하려면, 월드컵에서 16강 이상 성적을 노리려면, 좋은 감독을 초빙하는 것보다 좋은 육성 시스템을 만드는 게 우선이 돼야합니다. 그래야만 감독이 누가 되든, 상대가 누구든, 한국은 개인기과 조직력이 잘 조화된 꾸준하고 기복 없는 전력을 보일 수 있습니다. 한국축구가 부진할 때마다 너무 감독, 선수, 스태프만 탓하지 말고 시스템을 점검해야하는 이유입니다.

스포츠산업팀 차장 sh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