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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비리포트] 쿠바산 '타격머신' 페르난데스, 두산 우승 퍼즐 완성?

조회수 2019. 2. 15. 13:5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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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KBO리그 외국인선수 리포트] ⑥ 두산 베어스 호세 미겔 페르난데스

비록 한국시리즈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지난해 정규시즌에서 두산 베어스는 압도적 강팀이었다. 다만 빈 틈이 없었던 것은 아닌데 바로 외국인타자가 약점이었다. 역대급 공격력(팀 타율 0.309 OPS 0.862)을 외국인 타자 없이 일궈낸 성과는 놀라웟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최상의 전력을 꾸리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영입 당시 부터 걱정이 컸던 파레디스(WAR -1.1)와 반슬라이크(WAR -0.6/케이비리포트 기준)는 외국인타자임에도 국내 타자들에 비해 이렇다할 경쟁력을 보이지 못했고 OPS 0.4대라는 참담한 결과만 남기고 떠났다.

그리고 한국시리즈에서 드러난 것처럼 예상치 못한  타선의 침묵으로 외국인 타자 부재가 도드라졌던 점을 감안하면, 야수층이 두텁더라도 외국인타자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할 숙제다.

지난해 아쉬움을 뒤로 하고 올 시즌 외국인타자의 확실한 화력 지원을 바라는 두산은 트리플A 레벨에서 눈에 띄는 실적을 쌓은 타자를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총액 70만불)에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바로 쿠바 출신의 호세 미겔 페르난데스가 그 주인공이다.

적지 않은 나이가 걸림돌이 되어 메이저리그 정착에 실패했지만 AAA 레벨에서 타격 능력을 증명한 호세 페르난데스는 파레디스-반슬라이크로 이어진 두산 외국인 타자 흑역사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 

* 최악의 실패작으로 판명된 파레디스


# HISTORY

88년생으로 올해 32세 시즌을 맞게 된 호세 미겔 페르난데스는 쿠바 출신 야수로, 19살이던 2007-08시즌에 마탄자스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마탄자스는 16개 구단 가운데 중상위권 전력을 가진 팀이었다. 페르난데스는 입단 첫 시즌부터 팀내 타석 3위에 오르는 등 주전 선수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커리어 초반만 해도 장타가 거의 없는 이른바 똑딱이 유형의 타자였다. 거기에 첫해를 제외하고는 항상 볼넷이 삼진보다 많았다. 타석에서 볼을 많이 보는 유형은 아니지만, 한 시즌 90경기 가량을 소화하는 쿠바리그에서 20개 미만의 삼진만 기록할 정도로 뛰어난 컨택 능력을 보였다. (쿠바리그 시절 총 608경기 2580타석 113삼진)

페르난데스가 한 수준 더 높은 타자로 올라선 것은 2011-12시즌부터였다. 이전까지 4시즌 동안 그는 4할 장타율도 달성하지 못한 극단적인 단타형 타자였지만, 이 시기를 기점으로 갭파워에도 눈을 떴다.

이후 그는 망명하기 전까지의 세 시즌에서 모두 0.450 이상의 장타율을 기록했다. 물론 고타율을 기반으로 한 장타율 상승이었지만, 커리어 초기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었다.

쿠바시절 호리호리한 체형의 페르난데스 (사진: OSEN)

13-14시즌까지 OPS를 0.9대까지 끌어올린 페르난데스는 14-15시즌 중 망명을 통해 쿠바를 탈출했다. 아이티를 거쳐 휴식기를 가진뒤 2016년 말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뛰며 메이저리그 입성을 시도했다.

2017시즌 다저스와 마이너계약을 맺고 염원하던 미국야구 무대에 선 페르난데스는 더블A 무대에서 본인 커리어하이 홈런과 장타율을 기록했고 잠시 트리플A로도 승격했다. 하지만 당시 만으로 29세의 나이로 그에 대해 큰 기대는 없었던 다저스 구단은 시즌 후 그를 내보냈다.

18시즌은 에인절스와 계약을 맺고 첫 5할대 장타율(91경기 출장 19홈런)까지 기록하는 등 트리플A에서도 기량(OPS .931)을 뽐내며 메이저리그 데뷔에도 성공했지만  눈에 띄는 활약은 보이지 못했다.

메이저리그 레벨에서 이렇다할 장점(OPS .697)을 발휘하지 못했고 1루수/지명타자인 페르난데스에게 에인절스 역시 더이상 기회를 주지 않았다. 나이와 포지션 탓에 메이저리그 정착에 실패한 페르난데스는 결국 KBO리그로 발길을 돌리게 됐다.

* 호세 페르난데스 MLB 활약상


# 플레이스타일

쿠바 시절과 비교해 미국 무대에선 홈런과 삼진이 다소 늘어난 감이 있지만, 기본 스타일은 정확성에 장점을 가진 타자다.

방망이에 맞추는 재주가 탁월한 타자로, 메이저리그에서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들 기준으로도 20위권에 해당되는 84.5%의 컨택율을 기록했다. 특히 스트라이크존 안에 들어오는 공으로만 따지면 93.5%의 컨택성공을 기록했는데 이는 9위 브렛 가드너와 10위 닉 마카키스 사이에 들어가는 수준이다.

전형적인 클래식 1번타자들처럼 볼카운트 싸움을 길게 하지 않는 유형이다. 한때 시즌 750타석에 들어섰음에도 삼진-볼넷 합산이 100개를 넘지 않았던 후안 피에르, 국내선수로는 박건우와 접근법이 유사하다.

이런 타자들은 존을 가리지 않고 컨택을 해서 최대한 많은 인플레이 타구를 양산해내는 데 초점을 맞춘다. 다만 둘에 비해 주력이 빠르지 않은 페르난데스는 인플레이 타구로 상대 수비진을 흔들기엔 부족한 편이라 볼 수 있다.

▲ 호세 페르난데스의 메이저리그 시절 타구각도

호세 페르난데스의 타구 각도( 출처: Baseballsavant)

본래 2루수 출신이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주로 1루수로 나섰다. 같이 콜업된 트리플A 시절 키스톤 파트너 데이빗 플레처가 유틸리티로 자리 잡았고, 페르난데스는 굳건히 버티고 있던 킨슬러의 존재로 인해 1루로 뛸 수 밖에 없었다.

킨슬러가 보스턴으로 떠난 시점에서는 페르난데스가 마이너에 있었고, 결국 2루는 플레처의 몫이었다. 9월에 재콜업된 후에는 2루 경쟁이 종료되었고 대신 1루에서 기회(36경기 출장)를 상당히 받았지만 크게 눈에 띄는 활약은 없었다.

마이너 시절 수비 기록을 살펴보면 실책이 많은 선수는 아니었다. 1루에서도 207이닝을 소화했고 176번의 수비기회를 모두 실책 없이 소화해냈다. 다만 체격(178cm)이 크지 않은 편이고 샘플사이즈가 적은만큼 풀타임으로 뛸 KBO리그에서 그 모습이 그대로 이어지리라 확신하긴 이르며 좌우 수비 폭이 좁아 수비력은 기대할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중평이다.  

국내 타자들의 장타력이 뛰어난 두산은 페르난데스에게 기대하는 것은 선굵은 야구보다는, 고타율과 잦은 출루다. 삼진을 적게 당하며 일정수준 이상 볼넷을 얻어내는 능력을 기반으로 루상에 최대한 진출하거나 득점 기회를 확대하는 등 대다수 타자들이 장타력을 갖춘 타선을 좀더 끈끈하게 만드는 역할이 기대된다.

# KBO 타자들과의 비교

16~17시즌 함께했던 에반스와 비교해 보면 페르난데스가 컨택과 삼진억제능력이 우위다. 다만 인내심 있게 공을 고르며 볼넷을 노리기 보다는 빠르게 타격하려는 성향이 두드러지는 페르난데스인데, KBO리그 투수들의 유인구를 얼마나 잘 골라낼 지 주목된다.

파워 면에서는 에반스가 우세하지만 타선에서 두 선수의 활용 방식이나 기대 효과가 다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페르난데스로서는 특장점인 컨택 능력을 통해 유효한 결과를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두산 합류 이후 페르난데스는 과거 기록에 비해 장타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에서와는 달리 KBO리그에서 장타자로 도약한 야마이코 나바로의 사례를 따라간다면 페르난데스 역시 2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마이너리그에서 정교한 타격을 과시했던 삼성 러프의 경우와도 유사한 측면이 있다. 물론 페르난데스의 삼진과 볼넷 비율이 워낙 이질적이긴 하지만, 타격 후의 결과물만 놓고 보면 커리어 3할에 육박하는 고타율과 적지 않은 홈런 수치 등이 흡사하다.

쿠바에서 망명한 이후 공백기 이후 페르난데서는 장타를 노리는 스타일로 성공적으로 전환했고 고타율과 홈런의 두 마리 토끼를 사로잡는 타자로 성장을 했다. 쿠바에서 미국으로 넘어오며 변화를 시도해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인 그가 타고투저가 지속되고 있는 한국무대에서 장타자의 면모를 보일 수 있을지 지켜 봐야 한다.

# 관전포인트

뎁스가 강점이고 기복이 심하긴 하지만 1루에 장타자 오재일이 있는 두산의 상황 상 시즌 초반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야 할 페르난데스다. 과거 에반스의 사례처럼 1개월 이상 기다려줄 가능성도 있지만, 에반스 역시 두 번째 콜업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던 터라 시즌 초반 주어질 100타석 정도에서 자신의 장점을 확실히 어필해야 한다.

국내 타자들의 홈런 생산으로만 한정했을 경우 팀 홈런 1위 SK(190개)와 1개 차이가 날 뿐인 두산 타선의 힘을 감안했을 때 페르난데스에게 많은 홈런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쿠바 시절보다 미국에 오면서 장타 갯수가 확연히 늘어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정확성과 높은 타율, 출루율을 기대하며 2번타자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홈 구장인 잠실이 리그에서 가장 큰 대형구장인만큼 무리하게 홈런을 노리기 보다는 자신의 강점을 살려 갭파워 히터로의 자리매김을 1차 목표로 할 것으로 보인다.

▲ 호세 페르난데스의 타구 히트맵

( 출처: Baseballsavant)

쿠바 시절 부터 유지한 타석에서의 볼넷창출-삼진억제 능력은 빠른 리그 적응을 기대하게 하는 긍정적 요소다. 타석당 투구수가 3.5개 정도일 정도로 공격적이지만 좀체 삼진은 당하지 않으면서도 볼넷 기회가 오면 확실히 얻어내기 때문에 지난해 처참하게 실패한 파레디스와는 상반된 스타일이다.

미국 진출 후 삼진이 다소 증가했지만 그럼에도 마이너리그 삼진율은 8%대를 보였고 볼넷 역시 그와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KBO리그 투수들이 페르난데스의 이런 성향을 감안해 맞춰잡기 위해 빠른 카운트에서 승부를 걸어올 가능성이 높은데, 컨택 시 강력한 타구를 만들 수 있느냐가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메이저리그 수준에서도 나름대로 1루 수비를 소화해낸 점은 고무적이지만, 경험과 샘플사이즈가 적다는 점이 불안요소이다. 원래 2루를 보던 선수인만큼 신체사이즈도 큰 편이 아니다. 그렇지만 다른 포지션으로 돌리기에도 경쟁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1루수로 정착이 최선이다. 작년 메이저리그에서 보여준 207이닝의 수비에서의 결과가 요행이 아닌 진짜임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준우승이라는 아픔을 딛고 다시 한번 통합우승에 도전하는 두산은 확실한 타격 재능을 원했고, 페르난데스를 택했다. 페르난데스 역시  제한된 기회만 허락된 미국에서의 커리어를 뒤로 하고 온 KBO리그에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려 한다. 가장 높은 곳을 보고 있는 구단과 이국 무대에서의 도전을 성공으로 이끄려는 타자의 만남이 우승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 페르난데스 스프링캠프 타격 영상

[기록 출처 및 참고 : 베이스볼 레퍼런스, 베이스볼 아메리카, 브룩스 베이스볼, 위키피디아, 팬그래프,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 Baseballsavant, KBReport.com, 스탯티즈, KBO기록실]


[원문: 정강민 / 감수 및 편집: 민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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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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