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세 클라크 형님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박린 입력 2019. 2. 13. 00:04 수정 2019. 2. 13.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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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현대모비스 대체선수로 컴백
43세 7개월 최고령 출전기록 수립
LG 현주엽 감독과 동갑, 노장 투혼
"출전 시간은 줄겠지만 항상 준비"
프로농구의 '단골 대체 선수' 아이라 클라크. 마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기복 없는 경기력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경기도 용인 현대모비스 체육관에서 농구공을 들고 시계 밑에서 포즈를 취한 클라크. [김상선 기자]
“시계 형님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남자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 아이라 클라크(44·미국)는 껄껄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11일 경기도 용인 현대모비스 훈련장에서 만난 클라크는 “한국 팬들이 그동안 소셜미디어를 통해 ‘시계 형님, 기다리고 있다’란 글을 자주 남겼는데, 진짜로 다시 돌아오니 기분이 남다르다”고 말했다.

클라크는 농구팬들 사이에서 ‘시계 형님’이라 불린다. 클라크의 이름(Clark)이 ‘시계(clock)’와 발음이 비슷한 데다 40대 중반의 나이에도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듯한 활약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시계형님이라 불리는 프로농구 현대모비스의 아이라 클라크가 11일 경기도 용인시 현대모비스 체육관 시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클라크는 지난달 18일 디제이 존슨의 대체 선수로 다시 한국 무대를 밟았다. 앞서 클라크는 2005~06시즌 오리온스를 시작으로 삼성, LG, 현대모비스, KCC 등에서 7시즌을 뛰었다. 2005년과 2012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대체 선수로 가세했다. 국내 팀들은 외국인 선수가 부상을 당하거나 부진하면 클라크를 단골 대타로 불렀다.

그래서 농구팬들은 시즌 중에 부상 선수가 나오면 ‘째깍째깍, 클라크 형님이 돌아올 때가 됐다’ ‘시계 형님이 어디선가 열심히 사이클 페달을 밟고 있을 것 같다’는 댓글을 달곤 했다. 대타 클라크는 “시계 형님이라는 별명이 마음에 든다”면서 “필리핀 리그에서는 영화 수퍼맨의 주인공 이름(클라크)과 똑같다며 ‘수퍼맨’이라 불렸다. 내가 수퍼맨처럼 날아다녔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 아이라 클라크는 헌신적인 플레이를 펼친다. 우승에 도전 중인 현대모비스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김상선 기자
2016~17시즌 KCC를 마지막으로 미국으로 돌아간 클라크는 만학도가 됐다. 클라크는 “1998년 텍사스대에 입학했지만 20년간 선수로 뛰면서 졸업을 하지 못했다. 원래 그림에 소질이 있어 예술을 전공했는데, 스포츠매니지먼트로 전공을 바꿔 수업을 받았다. 한 학기를 남긴 상태여서 수강신청까지 하고 올해 5월 졸업 예정이었다. 그런데 현대모비스에서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학교에 다니면서도 농구공을 놓지 않고 개인 훈련을 하며 몸은 만들어 놔서 걱정은 없다. 나이가 많지만, 사랑하는 농구를 계속할 수 있어서 흔쾌히 수락했다”고 덧붙였다.

클라크는 지난달 24일 KT 전에서 복귀전을 치렀다. 1975년 6월15일생 클라크는 현주엽 창원 LG 감독과 동갑이다. 만 43세 7개월 나이로 한국프로농구(KBL) 역대 최고령 출전기록을 세웠다. 팀 동료이자 절친한 친구인 문태종(1975년 12월 1일생)의 기록을 깼다.

문태종은 최근 클라크에게 “난 올 시즌 역대 최고령 덩크슛을 성공했다. 넌 아직 덩크를 성공하지 못했으니 기록 경신을 인정할 수 없다”고 농담을 던졌다. 그러자 클라크는 “제대로 덩크를 성공시키고 역대 최고령 출전기록을 인정받겠다. 호시탐탐 덩크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대답했다.

40대 중반 나이에도 탄탄한 근육질 몸매의 클라크. 그의 취미는 웨이트트레이닝이다. 김상선 기자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도 만족한 표정이다. 유 감독은 “시계 형은 여전히 몸이 돌덩이다. 손으로 눌러도 잘 들어가지 않는다. 자기관리가 철저하다. 특히 라건아(30·라틀리프)가 친형처럼 잘 따른다”고 말했다.

클라크가 현대모비스에 합류하자마자 벤치 프레스 300파운드(136㎏)를 들어 올리자 후배인 라건아가 320파운드(146㎏)를 들어 올렸다. 클라크는 “라건아가 날 힐끗 쳐다보더라. 귀여운 녀석, 많이 컸다”면서 “2014~15시즌 라건아와 함께 뛰었는데, 당시 그는 프로 3년 차였다. 의지와 열정이 넘쳐 내가 많이 알려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라건아가 열심히 하는 걸 보면서 나도 자극을 받았다. 우리는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건강한 경쟁상대”라고 강조했다.

현대모비스에서 뛰던 2016년 1월엔 클라크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그런데도 클라크는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고 경기를 계속했다.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 팀 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클라크는 “어머니가 10년 넘게 간암으로 투병하셨다. 돌아가시기 일주일 전, 올스타전 휴식기에 미국에 가서 얼굴을 뵙고 왔다. 가족들이 ‘장례는 우리가 잘 마무리할 테니 돌아가신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농구에 집중해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클라크는 이어 “내 생에 가장 힘든 시기였는데, 한국팬들의 위로가 큰 힘이 됐다. 팬들이 경기장에 어머니를 위한 플래카드를 걸어줬고, 아직도 그 플래카드를 잘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클라크와 그의 아내, 아들, 딸. [클라크 인스타그램]

클라크는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중이다. 모델 출신 아내와 13세 아들과 10세 딸을 뒀다. 클라크는 “미국에 머물 때도 아내는 내가 좋아하는 비빔밥을 매주 만들어준다. 오늘도 아들, 딸과 영상통화를 하면서 하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2014~15시즌 우승을 함께 했던 유재학 감독과도 궁합이 잘 맞는 편이다. 클라크는 “감독님이 스트레스 탓인지 흰머리가 많아졌다. 감독님의 작전이 기가 막히게 들어맞으면 신기할 정도다. 훈련 강도가 세지만 문제 될 건 없다”고 했다.

KBL 통산 득점 4985점을 기록 중인 클라크는 전성기 시절과는 달리 귀화 선수 라건아가 쉴 때 그의 빈자리를 메우는 역할을 주로 맡는다. 클라크는 “출전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걸 알고 왔다. 누구나 뛰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나는 벤치 옆에서 항상 준비하겠다. 감독님이 불러주시면 언제나 흔쾌히 달려나갈 것”이라며 “2014~15시즌처럼 우승할 수 있는 확신이 든다. ‘대시(dash)’라 불리는 이대성(29) 같은 젊은 선수들이 있고, 베테랑 양동근(38)이 중심을 잘 잡아준다. 더는 부상 선수만 나오지 않는다면 분명히 우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언제까지 뛸 수 있을 것 같냐고 물었다. 클라크는 “평생 코트를 지키고 싶다. 언제든 불러만 준다면 시계 형님은 항상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 아이라 클라크는…

「 출생: 1975년생(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44세(현주엽 LG 감독과 동갑)
체격: 키 2m, 몸무게 107㎏
출신교: 텍사스대 재학중
(1998년 입학, 스포츠매니지먼트 전공)
KBL 소속팀: 오리온스(2005~06), 삼성(2011~12),
LG(2012~13), KT(2013~14),
KCC(2016~17),
현대모비스(2014~16, 2018~19)
*2005, 2012년 제외하고 모두 대체선수
통산 기록: 평균 15.5점, 리바운드 7.1개
(통산득점 4985점)
우승경력: 모비스(2014~15시즌)
별명: 시계형님, 수퍼맨

용인=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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