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남북 통합리그가 꿈..서울·평양 오가며 왕중왕전"

2019. 2. 13.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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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가 만난 사람] 한국여자농구연맹 이병완 총재
참여정부 비서실장 출신..6구단 인수자 물색 등 동분서주
"여자농구 침체는 흥행으로, 체육계 미투는 소통으로 풀 것"
"남북관계 더 진전된다면 북한 선수 영입·트레이드 가능"
이병완 한국여자농구연맹 총재가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강서구 등촌동 연맹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만나 농구공을 들고 카메라 앞에 섰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그는 유머 감각이 넘친다. 오랜만에 만난 제자에게 “어디서 많이 본 듯한데 우리 초등학교 동창이던가, 군대 동기이던가?”라고 말해 주위를 웃음바다로 만든다. 언론인 출신인 그는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다. 문재인 대통령 전임자인 셈. 이를 두고 “내가 대통령보다 선배”라는 농을 던진다.

자신의 신념은 과감히 실천하는 면도 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듬해인 2010년 6·2 지방선거 때 “지시와 명령으로 이뤄지는 하향식 민주주의가 아니라 국민이 참여하는 상향식 민주주의를 만들어가고자 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유지를 실현하겠다”는 소신으로 광주에 내려가 구의원에 출마했고, 유세 차량·마이크·어깨띠가 없는 ‘3무 운동’을 펼치며 당선됐다. 장관급 인사가 기초의원이 된 것은 한국 정치사에서 전무후무한 일이다.

지난해 7월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수장에 오른 이병완(65) 총재 얘기다. 그는 취임식도 못 치른 채 평양 통일농구대회에 다녀왔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단일팀 구성이 숨가쁘게 이어졌다. 그 와중에 지난 시즌을 끝으로 해체된 케이디비(KDB)생명의 인수 기업을 백방으로 수소문했다. 다행히 개막 직전 오케이(OK)저축은행이 네이밍스폰서로 한 시즌 참가하기로 해 위기를 넘겼다. 그리고 이제 더 좋은 소식을 기대하고 있다. 이 총재는 “영남지역의 한 공기업이 6구단 인수 의향을 밝혔다. 선수 수급만 원활하다면 7구단까지도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총재의 화두는 ‘흥행’과 ‘소통’이다. 침체된 여자프로농구는 ‘흥행’으로, 체육계 미투 문제는 ‘소통’으로 풀겠다고 했다. 한때 한국 여자농구 인기는 높았다. 1963년 우리나라 최초의 실내경기장인 장충체육관 개장 기념 경기로 동남아 여자농구대회가 치러질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의 인기는 많이 떨어졌다. 이 총재는 지난 1일자로 김용두 전 <한국방송>(KBS) 피디를 사무총장으로 영입해 흥행의 지휘봉을 맡겼다. <인간극장>이 대표작인 다큐멘터리 피디다. 이 총재는 “모험일 수도 있지만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 도화지 위에 그림을 그리듯 피디적 감각을 기대해 보겠다”고 했다.

한국여자농구연맹 박찬숙 경기운영본부장과 박정은 경기운영부장의 명함 뒷면.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여자프로농구는 지난달 6일 장충체육관에서 올스타전을 치렀다. 1998년 7월28일 여자프로농구의 역사적인 첫 경기가 열린 ‘성지’에서 무려 13년 만에 여자농구가 펼쳐졌고, 빈자리가 거의 없을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이 총재는 “현역 선수 중엔 장충체육관에서 처음 뛰어보는 선수도 많다”며 “장충체육관이 노장 선수들에겐 ‘추억’으로, 13년차 미만 선수들에겐 ‘자부심’으로 다가와 여자농구의 영광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지난해 10월 여자농구의 ‘전설’ 박찬숙(60)·박정은(42)씨를 각각 경기운영본부장과 경기운영부장으로 영입했다. 여자농구선수 출신이 연맹의 주요 보직을 맡은 것은 처음이다. 두 사람은 분홍색 명함을 가지고 다닌다. 앞면엔 직함 없이 휴대전화 번호만 있다. 뒷면엔 ‘소통’을 상징하는 그림과 함께 ‘혼자 고민하지 마세요!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마음의 휴식이 필요할 때 토닥토닥 언니에게 전화해’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체육계 미투 문제가 불거지기 전부터 기획한 일로, 두 사람이 친정엄마처럼, 친언니처럼 다가가겠다는 뜻이다. 이 총재는 “핫라인이니 상담실이니 하는 제도적 장치보다 선수가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 수 있도록 하는 소통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병완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총재가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강서구 등촌동 연맹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이 총재는 ‘과거’에서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여자농구 은퇴 선수들을 위해 최근 <한국방송> 스포츠예술과학원과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은퇴선수 및 지도자 진로적성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은퇴 선수들을 위한 심판 교육이나 지도자 교육 등 연수프로그램을 만들어 자격증을 주는 내용이다. 지난달에는 은퇴 선수들이 경기지역 58개 초등학교 여자농구클럽에서 재능 기부하는 내용으로 경기도교육청과 협약도 맺었다. 이 총재는 “여자프로농구 출범 이후 은퇴 선수가 300~400명에 이른다”며 “그러나 여성 감독은 21년 동안 딱 1명에 불과했다. 스포츠계의 전통적인 남성 중심주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여고 농구팀은 서울 3개 등 전국 19개에 불과하다. 그것도 팀마다 선수가 모자라 5반칙 퇴장이 잇따르면 3명, 4명이 뛰는 진풍경도 벌어진다. 선수난으로 프로에 가면 “드리블만 쳐도 연봉 1억”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 총재는 해법을 ‘북한’에서 찾고 있다. 게다가 농구는 북한의 인기 스포츠다.

이 총재는 “남북관계가 더 진전된다면 북한 선수를 영입하거나 트레이드도 가능할 것”이라며 “남쪽 6개 팀과 북쪽 8개 팀이 참여하는 통합리그도 꿈꾼다. 남북한 챔피언팀이 서울과 평양을 오가는 왕중왕전부터 빨리 성사되길 바란다”고 했다.

김동훈 스포츠부장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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