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한파에 선수들 '부글'..'파업카드' 꺼낼까
[경향신문] ㆍML 스토브리그 2년째 지지부진…최대어 하퍼·마차도 등 아직 미계약
ㆍ선수들 “협상 불발은 구단 담합 때문”…25년 만에 파업 가능성 높아져
ㆍ일본, 2004년 파업으로 시스템 수정…KBO, 선수협 회장 부재로 ‘수세’
미국 메이저리그가 25년 만에 ‘파업’에 들어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2년 연속 지지부진한 스토브리그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대한 선수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FA 시장의 냉랭한 분위기를 사실상 구단들의 담합 때문으로 여기고 있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세인트루이스의 에이스였던 애덤 웨인라이트(사진)는 최근 인터뷰에서 “뭔가가 바뀌지 않으면 100% 파업이 일어날 것”이라면서 “30개 구단들은 왜 최고의 선수들이 아직도 계약을 못하고 있는지 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웨인라이트는 “구단들은 숫자에 갇혀서 숫자로만 야구를 생각하고 있다. 드러나지 않는 가치들에 대한 고민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 매우 슬픈 일”이라고 덧붙였다.
블리처리포트가 17일 전한 바에 따르면 파업 가능성을 드러낸 것은 웨인라이트뿐만이 아니다. 시카고 컵스의 구원투수 브래드 브락도 최근 지역 NBC와의 인터뷰에서 비슷한 뜻을 밝혔다. 브락은 “FA 시장이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몇몇 팀과의 협상 때 구단들은 ‘우리 알고리즘에 따르면 당신은 기준에 못 미친다’고 말하더라. 모두들 알고리즘만 얘기한다”고 말했다. 브락은 지난 12일 컵스와 1년 435만달러에 계약했다.
FA 시장의 파행은 2년 연속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에도 다르빗슈 유, J D 마르티네스, 에릭 호스머 등이 2월이 돼서야 계약에 성공했다. 2019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가 이미 열린 가운데 최대어인 브라이스 하퍼(외야수), 매니 마차도(내야수), 댈러스 카이클(선발투수), 크레이그 킴브렐(마무리투수) 등이 여전히 미계약 상태다.
휴스턴의 에이스 저스틴 벌랜더는 트위터를 통해 “시스템이 붕괴됐다. 구단들은 리빌딩 어쩌고 하지만 다 헛소리다. 하퍼, 마차도와 10년짜리 계약을 하는 게 진짜 리빌딩의 시작”이라고 했다.
구단들은 확실히 지갑을 닫고 있다. ESPN의 제프 파산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18개 구단의 총 연봉은 사치세 기준인 2억600만달러보다 5000만달러 이상 적다. 돈을 쓸 여력이 있지만 쓰지 않는다는 뜻이다.
메이저리그의 마지막 파업은 1994년으로 그해 포스트시즌을 치르지 못했다. 이듬해 초까지 이어진 파업 때문에 구단과 선수노조 모두 팬들의 비난을 받았지만 파업을 겪으며 일종의 ‘구조조정’이 이뤄졌고 메이저리그는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일본프로야구 역시 구단 합병 및 리그 축소 등이 논의되던 2004년 9월18~19일 이틀 동안 유일무이한 파업이 있었다. 파업 이후 12구단 체제가 유지됐고, 요미우리 중심의 기형적 시스템들의 수정이 있었다.
야구산업이 흔들릴 때마다 선수들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파업을 통해 야구는 시스템을 재정비했고, 새로운 길을 찾아나서며 발전했다. KBO리그 역시 FA 제도 등의 여러 문제가 드러나고 있지만 파업 가능성은 매우 낮다. 프로야구 선수협회는 이호준 은퇴 뒤 새 회장을 선출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단체교섭권, 파업권을 확보하지 못해 협상력이 떨어진 가운데 회장 부재에 리더십도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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