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DUGOUT Futures] 경찰 야구단 서예일

대단한미디어 입력 2019.02.19. 12:38 수정 2019.02.19.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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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피는 꽃은 있어도 피지 않는 꽃은 없다

2013년 10월, 동국대가 연장 승부 끝에 금메달을 따내며 전국대회 3관왕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주장 서예일이 있었다. 이후에도 그의 앞길은 탄탄대로였다. 3학년으로서 이례적으로 야구인의 밤 우수선수상을 받았고, 국가대표팀에도 두 번이나 승선했다. 하지만 위기는 갑자기 찾아왔다. 4학년 들어 타율이 2할에 못 미칠 정도로 부진에 빠지며 2016년 2차 6라운드 56번이라는 다소 아쉬운 순위로 두산 베어스에 입단했다. 그 뒤가 더 문제였다. 김재호가 주전 유격수고, 그의 친구이자 고졸 선수로 4년 먼저 입단한 류지혁이 백업을 맡는 두산의 두터운 내야진은 그에게 철옹성 같았을지 모른다. 그래서 선택한 입대, 1993년생으로 올해 27세인 대졸 선수에게는 용기가 필요했다. 어찌 보면 남들보다 늦은, 그래서 더 절박한 그의 야구 인생은 이제 막 씨앗을 뿌렸을 뿐이다. 겨우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가 어느 봄날 느닷없이 꽃망울을 피워낼 ‘예일야구’가 기대되는 오늘이다. (1월 7일 인터뷰)

Photographer 황미노 Editor 소경화 Location 벽제야구장

2018시즌 퓨처스 성적

74경기 124타수 34안타 2홈런 15타점 26득점 0.274/0.377/0.419

만나서 반갑다. 요즘 근황이 어떤가.

대만 윈터 리그에 다녀온 후 경기가 없어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벽제에서 맞이하는 두 번째 겨울이다. 이곳 생활에 익숙해졌을 법하다.

명백히 얘기하면 첫 번째다. 작년 겨울에는 훈련소에 다녀왔고 이후 3주 동안 경찰 교육을 받았다. 게다가 바로 제주도로 캠프를 가 이곳에서 겨울을 제대로 보내는 건 처음이다. 덕분에 재미있게 지내고 있다.

1월 1일에는 무얼 했나. 소원은 빌었는지 궁금하다.

휴가 기간이라 집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냈다. 소원은 딱히 빌지 않았다.

2018시즌 친정팀 두산 베어스가 또 한 번 한국시리즈 우승 문턱에서 무너졌다. 경기를 봤나.

봤다. 계속 응원했는데 생각보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아 아쉬웠다. (‘내가 저 자리에 있었으면 잘 됐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진 않았는가.) 절대 아니다. 거기 있어봤자 벤치에 앉아있었을 거다. 아마 응원만 열심히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경찰 야구단 선배 정수빈의 활약이 쏠쏠했다. 보면서 기분이 어땠나.

잘할 거란 건 알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잘해 놀랐다. ‘역시 스타는 스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승혁의 인터뷰에 따르면 정수빈이 제대하고 벽제아이돌의 계보를 이어받았다고 한다. 실제로 팬들이 자주 응원하러 온다고 들었는데, 본인의 인기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팀 덕분인 것 같다. 두산 팬이 워낙 많지 않은가. (단지 그것뿐인가.) 그렇다. 그 이유밖에 없다. (단호)


군 생활 인기의 척도는 역시 편지다. 많이 받고 있나.

훈련소에 있을 때 꽤 받았다. 내가 속한 소대에서 제일 많이 받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보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어떻게 알고 보내주신 건진 모르겠지만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단 말을 전하고 싶다.

입단과 함께 김태형 감독의 눈에 들며 스프링 캠프 명단에 들고, 꽤 많은 1군 출장 기회도 얻었다. 그래서 좀 더 욕심을 부릴 줄 알았는데 입대를 선택했다. 배경이 무엇인가.

지금 자리 잡은 선배님들이 다들 국가대표를 할 정도로 워낙 잘하시지 않는가. 냉정하게 판단했을 때 나는 지금 당장은 힘들고 차라리 군 문제를 빨리 해결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먼저 구단에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승낙해주셨다.

‘5 tool player’가 되고 싶다고 종종 얘기했다. 의지만큼 잘 되고 있는지, 본인이 생각하기에 어느 정도 가까워진 것 같은가.

지금은 무(無) 툴이다. 아직 갈 길이 멀었다고 생각해 매일 특타를 하고 있다.

입대 후 우타자로 전향했다. 쉬운 결정이 아닌데, 바꾼 이유가 무엇인가.

좌타자로는 승산이 없을 것 같아 고민 끝에 우타자로 바꿨다. 처음에는 주변 반대가 심했지만 계속 밀고 나갔다. (결과는 만족스러운가.) 지금을 보고 하는 게 아니라 미래를 보고 하는 거기 때문에 나중에 결과로 판가름 날 것 같다.

경찰 야구단에서 좋은 선수들과 함께 지낸다. 그들에게 배운 점이 있다면?

맞다. 이곳에는 좋은 선수가 정말 많다. 처음 프로에 와서 실력이 좋아진 이유도 두산에 훌륭한 선배님들이 많기 때문이다. 딱히 뭘 가르쳐주지 않아도 보는 것만으로도 큰 경험이 됐다. 여기서도 좋은 선수들이랑 함께 지내다 보니 여러 방면에서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게 스스로 느껴진다.

내야 유틸리티가 가능한 데 반해 2018시즌은 2루수로만 출장했다. 본인이 욕심 있는 포지션은?

어디든 상관없다. 모든 포지션을 볼 수 있으면 좋다고 생각한다. 그동안은 유격수를 주로 봐서 2루 수비가 조금 부족했는데, 여기서 2루수를 보는 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동국대 선배 김호령을 이곳에서 동기로 다시 만났다. 무척 반가웠겠다.

반가웠지만 그동안 당한 게 많아 열심히 갚아주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갚아주고 있나.) 카메라가 돌고 있어 얘기할 수 없다. 대학교 때 많이 당했기 때문에 남은 기간 다 갚아줄 예정이다. (농담)

경찰 야구단 제대 후 기량 성장을 보인 선수들이 많다. 에디터도 두산 팬으로서 본인에게 거는 기대가 큰데,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하루 종일 야구만 하고 있어 실력이 늘 수밖에 없는 곳이다. 열심히 해서 나갈 테니 기대하셔도 좋다.

두산의 내야진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두텁다. 공수 모두 리그 최상급이기에 막막한 순간도 있었을 법하다.

입단 후 2년 동안은 주전을 꿰차야겠다는 생각이 없었다. 많이 배우고 스스로 실력을 키워야겠다는 의지만 다졌다. 근데 나도 어느새 이십 대 후반이 됐다. 제대하고 나가면 진짜 야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당당하게 내세울 수 있는 자신만의 강점이 있다면?

수비가 자신 있었는데…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

널찍한 잠실야구장과 달리 이곳 벽제야구장은 여느 2군 구장처럼 아담하다. 관중석과 거리도 가까워 느낌이 다를 것 같다.

관중분들이 말씀하시는 게 다 들린다. 뭐라 하는 것도 들리고. (웃음) 그래도 아직 욕은 못 들었다.


종종 팬들이 찍은 사진이 인스타그램에 올라온다. 굉장히 잘 나왔던데, 본인도 보고 있는가.

나는 못 보고 어머니께서 종종 확인하신다고 들었다. 앞으로도 예쁜 사진 부탁드린다.

기억에 남는 팬의 선물이 있다면?

그럼 선물 달라는 말로 들리지 않겠나. (웃음) 편지도 좋고 특히 그동안의 사진을 모은 포토북이 기억에 남는다.

‘서예일’ 하면 ‘미움받을 용기’를 빼놓을 수 없다. 요즘도 읽고 있는 책이 있는가. (서예일은 베어스포티비에서 항상 책을 읽는다고 능청스럽게 말했다가 귀엽다는 이미지와 동시에 까분다는 이미지를 얻은 바 있다.)

요즘은 안 읽는다. (그때 이후로 안 읽는 건가.) 맞다. 이제 야구에 전념하려고 안 읽고 있다.

두산에서는 ‘용기’를 담당했다. 경찰 야구단에서는 무엇을 담당하고 있나.

‘장난’을 담당하고 있다.

조수행, 류지혁과 동갑내기 절친이다. 두 친구가 면회를 온 적이 있는가.

없다. 외출을 자주 나가니까 딱히 군인 신분을 불쌍해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럼 외출 나갈 때마다 두 친구를 보는가.) 것도 아니다. 개인 볼일을 보고 있다. (웃음)

조수행도 입대를 앞두고 있다. 군 선배로서 남기고 싶은 말은?

안 그래도 얼마 전에 연락했는데 합격자 발표가 나면 같이 밥을 먹기로 했다. 그때 팁을 줄 예정이다. (미리 여기서 얘기해보는 건 어떤가.) 훈련소에서 필요한 팁이라 카메라 앞에서 말하기 좀 그렇다. 어떻게 하면 잘 빠질 수 있는지 그런 거라 개인적으로 전해주겠다. (농담)


그동안 베어스포티비나 수훈 선수 인터뷰에서 남다른 재치와 입담을 보여줬다. 특히 ‘내 마음속에 저장’ 포즈가 기억에 남는데 원래 성격이 유쾌한가.

그게 그렇게 크게 이슈가 될 줄 몰랐다. 너무 까부는 이미지가 돼서 이제 안 하려고 한다. 원래 성격은 조용하다. 이미지를 다시 잡을 필요가 있다.

‘명예 충암’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무슨 뜻인지 알고 있나.

충암이 약간 똘끼 있는 그런 거 아닌가. 나는 내 모교가 좋다. 성남고 파이팅!

닉 에반스가 두산에 있던 당시, 영어를 팀 내에서 제일 잘해 말동무가 됐다고 들었다. 평소 영어 공부에 관심이 많은가 보다.

에반스가 팀 내에서 내가 세 번째로 영어를 잘한다고 칭찬했다. 간단하게 얘기해도 잘 알아들어서 종종 대화를 나눈 건데 듣고 기분이 좋았다. 실제로는 홍성흔 선배님과 오재원 선배님이 잘하셔서 기회가 된다면 배우고 싶다.

조금 무거운 얘기를 해보겠다. 어떤 얘기일 것 같나.

경찰 야구단의 존속 문제가 아니겠는가.

맞다. 경찰 야구단의 미래에 관한 얘기다. 실제로 2018시즌 야구 뉴스에는 경찰 야구단 폐지와 관련된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내부 분위기가 궁금하다.

싱숭생숭했던 건 사실이다. 그래도 영향을 받진 않았다. 다른 선수들은 어떻게 느꼈을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크게 휘둘리지 않았다.

2019시즌 리그 참가도 불투명해졌다.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리그에 참가하든 연습 경기를 하든 어차피 야구를 해야 하는 거니까 전과 똑같이 준비하고 있다.

이런저런 얘기에 선수들이 많이 흔들렸을 법하다. 그래서인지 본인도 팀도 아시아윈터베이스볼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때의 플레이를 평한다면?

야구단 존속 문제로 야구를 못 했다고 하는 건 핑계고 그냥 실력이 부족했다. 피부로 느껴서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 중이다.


제대가 얼마 남지 않았다. 남은 시간은 어떻게 보낼 예정인가.

1년이라는 시간이 생각보다 빨리 흘렀다. 남은 시간도 순식간에 지나갈 것 같은데 야구를 열심히 하는 것밖에 답이 없지 않겠는가. 후회가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보통 끝인사는 팬들에게 남기지만 특별히 10년 전 자신에게 미래에서 온 편지를 남겨보자.

좀 어렵다. (고민) 10년 전이면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혼자 상경할 준비를 하고 있을 텐데 조금만 더 힘내고 야구 열심히 해라. 이 말밖에 해줄 얘기가 없다.

다음번에는 두산의 유니폼을 입은 서예일과 다시 인터뷰하게 되길 기대하겠다.

고맙다. 나도 그날만 기다리겠다.


더그아웃 매거진 94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19년 94호(2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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