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타자 박병호' 낯설지만 의미있는 실험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2019. 2. 2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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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의 박병호가 17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포츠 컴플렉스에 꾸려진 히어로즈의 스프링캠프에서 열린 자체 청백전에서 타격하고 있다. 연합뉴스

‘히어로즈의 4번타자’는 곧 박병호(33)였다. 넥센(현 키움)에서의 첫 풀타임 시즌이던 2012년 이후 박병호가 4번 외의 타순에 선 적은 단 7타석뿐. 경기 도중 대타로 나오지 않는 이상 히어로즈 4번은 곧 박병호의 자리였다.

올해 미국 애리조나에서 진행중인 키움 스프링캠프에서 박병호는 낯선 자리에 서고 있다. 키움이 NC·KT와 26일까지 치른 세번의 연습경기에서 박병호는 모두 3번타순에 선발출장했다. 지난해 정규시즌 막판과 포스트시즌에서 장타력을 뽐내 재계약한 외국인 타자 제리 샌즈가 박병호 대신 선발 4번타자로 나섰다.

연습경기 특성상 박병호의 3번 배치는 실험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올 시즌 현실화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키움은 박병호를 3번타순에 놓아 득점생산력을 높일 구상을 하고 있다. 우선 3번타순에 서면 4번보다 더 빨리 타순이 돌아오게 된다. 키움 입장에선 박병호를 3번에 고정하면 4번으로 둘 때보다 한 타석이라도 더 쓸 수 있게 된다.

박병호의 출루 및 주루 능력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박병호는 지난해 장타율(0.718)뿐 아니라 출루율(0.457)도 리그에서 가장 높은 타자였고, 얻어낸 고의4구(10개)도 공동 1위였다. 부상 우려 때문에 도루는 거의 하지 않지만 거포치고는 걸음이 느리지 않아 후속타 때 활발한 주루를 기대할 수 있다. 샌즈, 김하성 외에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장타력을 뽐낸 임병욱 등 중심타선을 함께 이룰 자원들이 여럿 있다는 점도 박병호의 타순 전진을 가능케하는 요인들이다.

스프링캠프에서 진행중인 타순 전진 실험은 더 있다. 지난 시즌 후반기 KIA의 4번이던 안치홍은 올해 캠프 연습경기에서는 3번에 붙박이로 나서고 있다. 26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연습경기 요코하마전을 포함해 안치홍은 출전한 5경기에서 모두 선발 3번타자였다. 거포 최형우를 다시 4번타자로 기용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변화이기도 하지만, 안치홍은 지난해 규정타석을 채운 팀 내 타자들 중 장타율(0.563)이 가장 높았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 취득을 앞두고 분전할 안치홍을 올해도 4번에 고정할법 하지만, KIA는 안치홍의 타순을 당겨 얻을 득점 생산력 향상 효과도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화도 지난 25일 삼성과의 연습경기에 ‘2번 송광민’ 타순을 들고나왔다. 정근우와 함께 테이블세터를 보던 이용규가 9번으로 나선 대신 송광민이 테이블세터를 이뤘다. 송광민은 지난해 3번타순에서 394타석에 들어서는 동안 2번타순에는 딱 2타석 나왔다. 송광민이 올해 캠프 연습경기에서 2번타순에 나선 건 이날이 처음이었지만, 한용덕 한화 감독이 ‘베스트 라인업’을 꾸렸다고 강조한 것을 보면 송광민의 2번 출장은 더 늘어날 수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50홈런 타자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가 2번에 서는 등 장타자들을 앞 타순에 배치하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2번타순의 홈런타자를 보기 어렵지만, 올해 캠프에서 진행중인 타순 전진 실험들이 성공적으로 자리잡으면 또다른 변화가 벌어질 수도 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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