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희 아들 강성욱 "허훈 형 기다려"

박린 입력 2019. 2. 28. 00:07 수정 2019. 2. 28.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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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3 농구 유망주 15세 강성욱
허재·김유택 아들 이어 2세 돌풍
지난해 전국대회 3관왕 이끌어
아빠 빼닮은 코브라슛 일품
15세 강성욱은 지난해 안양 호계중을 3관왕으로 이끌었던 유망주다. ‘코트의 마법사’로 불렸던 강동희 전 감독의 아들이기도 하다. 포지션도 아빠와 같은 가드인데 외모와 슛 자세까지 빼닮았다. [최승식 기자]
“슈팅과 드리블 모두 완벽한 선수다.”

미국프로농구(NBA)의 유명한 지도자인 조던 라우리(미국)는 지난 21일 강원도 양구에서 열린 KBL(프로농구연맹) 유스 엘리트 캠프에서 15세 소년의 플레이를 본 뒤 이렇게 말했다. 라우리는 골든스테이트의 클레이 톰슨을 가르쳤던 세계적인 스킬 트레이너다.

라우리가 지목한 선수는 안양 호계중 3학년이 되는 강성욱(15)군. 강성욱은 이날 발군의 기량을 선보인 뒤 중등부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그런데 그의 슛 자세가 어딘가 낯익다. 알고 보니 강성욱은 ‘코트의 마법사’라 불렸던 강동희(53) 전 동부(현 DB) 감독의 장남이다.
강동희 전 감독(가운데)과 두 아들. 강성욱(왼쪽)과 민수 모두 호계중 농구 선수다. [사진 강성욱]

강성욱은 지난해 호계중을 전국대회 3관왕(춘계중고농구연맹전·협회장기·연맹회장기)으로 이끌었다. 지난해 3월 춘계연맹전 결승에선 3점 슛 10개를 포함해 32점을 몰아넣었다. 한 경기에서 홀로 46점을 넣은 적도 있다.
가로채기 달인이라 불린 강동희. 그는 선수 시절 가로채기를 포함해 트리블 더블을 기록한 적도 있다. [중앙포토]
아버지 강동희는 선수 시절 기아에서 현란한 드리블과 택배처럼 정확한 패스로 이름을 날린 농구 스타다. 전광석화 같은 가로채기도 그의 전매 특허였다. 아들 강성욱도 아버지를 빼닮았다. 포지션도 아버지와 같은 가드고, 마치 코브라를 연상시키는 슛 자세도 비슷하다. 코와 긴 팔까지 아버지를 닮았다. 지난 25일 호계중에서 강성욱을 만났다.

강성욱은 “아빠가 ‘코트의 마법사’라고 불렸다는데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유튜브 영상을 찾아봤는데 진짜로 슛과 패스 모두 잘해서 깜짝 놀랐다. 나도 아빠처럼 슛을 쏠 때 팔을 완전히 쭉 펴지 않고 굽히는데 그런 점까지 닮다니 신기하다”고 말했다.

15세 강성욱은 지난해 안양 호계중을 3관왕으로 이끌었던 유망주다. ‘코트의 마법사’로 불렸던 강동희 전 감독의 아들이기도 하다. 포지션도 아빠와 같은 가드인데 외모와 슛 자세까지 빼닮았다. [최승식 기자]
강성욱은 주말마다 3시간씩 아버지와 농구 훈련을 한다. 강성욱은 “아빠가 스텝백 점퍼(드리블하다 한발 물러서며 던지는 점프슛)에 이어 요즘은 돌파 기술을 가르쳐 주셨다”면서 “아빠가 좀 통통한 편인데 지금도 스피드가 빠른 걸 보면 신기하다. 일대일 대결은 ‘허리가 아프다’며 꺼리신다”고 했다. 강성욱이 좋아하는 선수는 NBA 골든스테이트의 스테판 커리다. 카카오톡 프로필에 커리의 사진을 올려놨다. 강성욱은 “커리와 아빠가 롤모델”이라고 했다.
선수 시절 허동택 트리오라 불린 허재 김유택 강동희. [중앙포토]
강동희 전 감독은 허재(54)-김유택(56)과 함께 ‘허동택 트리오’로 한 시대를 풍미한 인물이다. 허재의 아들인 허웅(26·DB)·허훈(24·KT), 김유택의 아들인 최진수(30·오리온)·김진영(21·고려대)도 농구선수 2세로 활약 중이다. 강동희의 차남인 강민수(13)도 호계중에서 형과 함께 농구선수로 뛰고 있다.
강성욱은 “‘허동택 트리오’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이게 무슨 뜻이지?’하고 의아해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허재와 김유택 아저씨와 아빠를 일컫는 말이었다. 허재 아저씨가 나를 데리고 낚시터에 가서 ‘열심히 해서 꼭 프로선수가 돼라’고 격려해 주셨다”고 말했다.
허재 전 감독의 아들 허웅(왼쪽)과 허훈(KT). 임현동 기자

강성욱에겐 꿈이 있다. 아빠처럼 프로농구 선수가 돼서 코트를 누비는 것이 첫 번째 꿈이다. 두 번째 꿈은 ‘허동택 트리오’의 2세들과 함께 나란히 코트에서 대결을 펼치는 것이다.

강성욱은 “난 아직 돌파를 할 때 힘이 모자란다. 부족한 면이 많다. 반면 허훈 형은 아빠처럼 슛과 돌파력이 모두 뛰어나더라”며 “언젠가 허훈 형의 패스를 받아 슛을 쏴보고 싶다. (김유택 전 중앙대 감독의 아들인) 김진영 형의 경기 영상도 본 적이 있는데 스피드가 엄청 빨랐다. 아직 어리지만 먼 훗날 셋이 함께 뛰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만약 허훈-강성욱-김진영이 함께 뛴다면 ‘허동택 트리오’가 아닌 ‘허성영 트리오’가 되는 셈이다.

강동희 전 국가대표의 아들 강성욱과 동생 강민수가 오충열 호계중 코치와 함께 활짝 웃고 있다. 최승식 기자
강동희 전 감독은 2013년 승부조작 파문에 연루돼 프로농구에서 제명됐다. 이후 팬들에게 사죄하기 위해 부정방지 교육 강사로 나섰다. 오충열 호계중 코치는 “강 전 감독님은 아들에게 피해가 돌아갈까 우려해 농구장에 오는 걸 꺼리셨다”고 전했다.

조심스럽게 아버지 이야기를 꺼내자 강성욱은 “어느 날 친구들이 ‘너희 아빠 무슨 일이 생긴 거냐’고 묻더라. 집에 갔더니 부모님이 아무 말씀이 없었다. 내색하진 않았지만, 속이 상한 것도 사실”이라며 “그럴수록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강성욱은 벌말초 4학년 때부터 농구를 시작했다. 키는 1m74㎝로 큰 편은 아니다. 오충열 코치는 “성욱이는 아침 일찍 나와 개인 훈련을 한다. 하루에 8~9시간 동안 훈련하는 악바리다. 오죽했으면 지난해 9월부터 두 달간 강제 휴식을 시킬 정도”라고 말했다.

선수 시절 강동희. 그는 한국 최고의 포인트 가드로 손꼽혔다. [중앙포토]
아버지 강동희 전 감독은 아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아들과 슛 자세가 비슷하다고 하자 그는 “내 슛 자세가 좋은 폼은 아니다. 키가 작은 선수가 슛을 빨리 쏘는 법이다. 상욱이는 키가 크면 슈팅 타점을 높일 필요가 있다”면서 “성욱이가 자라서 먼 훗날 허재·김유택 감독 아들과 뭉쳐서 뛴다면 묘한 감정이 들 것 같다”고 했다.

강 전 감독은 또 “처음에는 성욱이가 키가 작은 편이라서 농구를 하는 걸 말렸다. 아빠 때문에 상처받을까 두렵기도 했다. 그런데 ‘아빠가 왜 내 꿈을 막느냐’며 울면서 버텼다”며 “아빠의 잘못 때문에 중학생인 성욱이가 댓글을 보고 상처받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한국농구 발전을 위해 성욱이를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강성욱은 인터뷰를 마칠 즈음 “아버지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이 말을 꼭 전해달라”고 했다.

“아빠, 꼭 국가대표가 될게요.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할게요.”


안양=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강성욱 활약상 유투브 주소
https://www.youtube.com/watch?v=sWgF4bsOU1M

▶‘강동희의 아들’ 강성욱

출생: 2004년생(15세·경기도 용인)

가족관계: 아버지 강동희, 어머니 이광선, 동생 강민수

학교: 벌말초-안양 호계중 3학년

포지션: 포인트 가드 겸 슈팅가드

우승 경력: 2018 춘계중고농구연맹전, 협회장기, 연맹회장기

주요기록: 춘계연맹전 결승서 3점슛 10개 포함 32점

▶‘허동택 트리오’의 농구 2세들

허재 아들: 허웅(26·DB)·허훈(24·KT)

강동희 아들: 강성욱(15·호계중)·강민수(13·호계중)

김유택 아들: 최진수(30·오리온)·김진영(21·고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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