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 vs 이정은..美서 펼치는 '아이언 걸' 경쟁

오태식 2019. 3. 1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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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 작년 그린적중률 1위
올해는 이정은이 1위 달려
박성현도 정교한 아이언샷
원조 '아이언 걸'은 유소연
2년 전 국내에서 정교한 아이언 샷 경쟁을 펼쳤던 이정은(왼쪽)과 고진영이 올해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로 무대를 옮겨 양보 없는 `아이언 걸` 대결을 벌이고 있다. [사진 제공 = KLPGA]
지금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무대로 옮긴 고진영(24·하이트진로)과 이정은(23·대방건설)이 함께 국내 무대에서 뛰었던 2017년, 그해 그린적중률 2·3위는 고진영, 이정은 순이었다. 고진영이 78.99%로 78.43%인 이정은을 아주 근소한 차로 앞섰다. 그 바로 전 해인 2016년, 국내 여자골프 그린적중률 1위는 '남다른 샷'을 날리고 있는 박성현(26)이었다. 그린에 공을 올려 버디 기회를 만든 확률이 79.72%에 달했다.

국내에서 뛸 때부터 고감도 아이언샷을 뽐냈던 고진영·이정은·박성현이 지금은 미국으로 무대를 옮겨 '아이언 걸'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물 흐르듯 유연한 스윙의 소유자 양희영(29·우리금융그룹), 그리고 언제나 한결같이 편안한 스윙을 휘두르는 박인비(31·KB금융그룹), 30대로 들어서서 더욱 농후한 스윙의 경지를 보여주고 있는 지은희(33·한화큐셀)까지 어우러져 '코리안 시스터스'끼리 한바탕 아이언 대결을 벌이는 모양새다.

비록 아직 5개 대회밖에 진행되지 않았지만 현재 LPGA투어 그린적중률 통계에서 한국 선수들이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외국 선수도 일부 포함돼 있지만 올해 우승을 경험한 넬리 코르다(미국)를 빼면 우승 경쟁까지 펼칠 능력은 없고 그저 그린적중률만 좋은 선수가 대부분이다.

2019시즌 LPGA 그린적중률 제일 상단에 올라 있는 이름은 이정은이다. '식스(6)'가 두 번 잘못 들어갔는지 'Jeongeun6 Lee6'로 표기된 영어 이름이 그린 적중률 리더보드 최상단에 있다. 82.6% 확률의 컴퓨터 아이언샷을 뽐내는 중이다. 장타력도 함께 갖고 있는 코르다가 81.3%로 2위, 곧바로 80.6%인 지은희가 뒤를 잇는다. 고진영과 박인비는 79.2%로 나란히 공동 6위에 올라 있다. 양희영(78.7%)과 박성현(78.5%)은 차이라고 할 것도 없는 근소한 차로 10위, 11위를 달리고 있다.

이정은은 현재 2개 대회밖에 뛰지 않았다. LPGA 공식 데뷔전이었던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에서 공동 10위로 스타트를 끊은 뒤 두 번째 대회인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는 공동 11위 성적을 냈다. 본격적으로 LPGA 공략을 앞두고 시험 삼아 출전한 대회에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낸 이정은은 벌써 신인왕 레이스에서 1위에 올라 있다. 부상 같은 변수가 없다면 올해 신인왕은 이정은이 될 것이란 사실에 아마 국내 모든 골프팬들이 동의할 것이다.

사실 이정은은 아직 제대로 적응된 샷을 날리지도 못하고 있다. 앞선 2개 대회에서 뛰어난 아이언샷에도 불구하고 보기가 유난히 많았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원래 이정은은 보기를 잘 하지 않는 견고한 골프를 하는 스타일이다. 보기를 보기가 좀처럼 어렵다. 하지만 HSBC 월드 챔피언십만 보더라도 보기를 무려 12개나 범했다. 버디를 17개나 잡고도 보기가 많아 합계 5언더파를 기록한 것이다. 아직 LPGA 그린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의 현재 평균 퍼팅 수는 111위(31.25개)이고 그린적중 시 퍼트 수에서도 94위(1.84개)에 머물러 있다. 이 숫자만 국내 무대 때처럼 낮출 수 있다면 '식스(6)의 돌풍'이 몰아치는 것은 시간문제다.

지난해 LPGA 신인왕에 오른 고진영은 올해 한층 더 성숙된 샷을 날리고 있다. 올해 3개 대회에 출전해 2위와 3위 한 번씩 그리고 한 번은 공동 29위 기록을 냈다. 장타력은 없지만 워낙 정교한 샷을 자랑하는 고진영은 지난해 LPGA 그린적중률 부문에서 1위(77.0%)에 오르는 맹활약을 펼쳤다. 지난해 '아이언 걸'이 고진영이었다. 올해는 이정은의 LPGA 합류로 치열한 그린적중률 1위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아이언 정확도가 좋기로는 박성현 또한 2인자라면 서럽다. 지난해 박성현은 한국 선수 중에서는 고진영에 이어 두 번째로 정교한 아이언샷을 뽐냈다. 74.1%로 그린적중률 부문 8위다. 데뷔 첫해인 2018년에도 75.7%로 7위에 올랐다. 호쾌한 장타에 이은 정교한 아이언샷으로 우승컵을 쌓고 있는 셈이다.

사실 고진영, 이정은, 박성현 등 '아이언 걸 3인방'이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 선수 중 가장 아이언샷이 뛰어난 주인공은 유소연이었다. 유소연은 LPGA 그린적중률 통계에서 2013년 2위, 2014년 4위, 2015년 4위, 2016년 2위, 2017년 2위 등 5년 연속 '톱4' 안에 드는 빼어난 아이언샷을 뽐냈다. 올해는 아직 그때의 아이언샷 감을 찾지 못하고 있지만 꾸준함의 대명사인 유소연도 조만간 아이언 걸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골프 전설' 중 한 명인 리 트레비노는 "골프는 어떻게 아름다운 스윙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같은 스윙을 실수 없이 되풀이할 수 있느냐의 게임"이라는 말을 남겼다. 굳이 트레비노의 명언을 떠올릴 필요도 없이 국내 여자골퍼들은 아름다우면서도 실수 없는 견고한 스윙을 날리고 있다.

[오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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